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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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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와 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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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집
등록일
2019-06-28 14:24:07

空手와 滿手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울음을 나는 가슴 가득히 감추고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또 해가 진다. 아무 일 없어다는 듯 길가의 신호등은 빨간불과 파란불이 반복한다. 난 글을 쓰고 독서도하고 운동도 한다. 시장에 가고 은행에도가고 텔레비전도보고 가요를 그림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일상은 나를, 그리고 우리 가정을 정상생활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상이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우리식구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자식이 세상에 없는 데도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돌아가는 이 세상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들의 서재에서 고장 난 시계를 발견했다. 8시45분10초에 시계바늘이 멈춰 있었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 시계가 멈췄던 바로 이 시각, 아들이 세상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단지, 그 시계 혼자서만 시간을 멈췄을 뿐 다른 시계들은 앞으로 한 없이 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하여튼 그 시계속의 시간은 내 아들이 영원한 생존을 의미했다. 난 그 시계를 바라보며, 그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을 지난 시간 속의 아들과 만나고 있다.

“옛날에 다녔던 학교에 가보니 벌써 봄이 왔다, 개나리, 진달래가 무심하게 피어 있다. 유난히도 꽃구경 하는 것을 좋아 했지 않아, 심지어 목련도 피기 시작 했다. 이 생명들이 움트는 모습을 도저히 나 혼자 볼 수가 없어서 외면해 버렸다. 아들은 생명을 잃는데, 저 새로운 생명이 탄생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생각 해지는구나,

“아들아 보아라, 이 땅 전체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분홍색 꽃들을 저렇게 무심히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고, 저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계절이 수십 번 바꾸겠지, 그렇게 너의 산소위에도 잔디가 무성해지고, 나의 가슴속에 너의 기억들도 희미해져 가겠지, 아, 산다는 게, 인생이라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 게, 왜 이다지도 잔인 한 것일까,

사랑은 치사랑이 아니라 내리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이제껏 인류가 생존해 왔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다. 그 말은 불효자들이 자기합리화를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일까? 장사를 치루고 산소에서 온 날 저녁에 배가 너무 고프다며 밥을 꾸역꾸역 먹었고, 슬픔과 낙담 속에서도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잠시나마 사실을 잊었다. 단지 피붙이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너무 당연 하다는 듯이, 너의 경애 아래서 너의 사랑을 받고 너의 밥을 먹으며 생활했고, 수즙은 마음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 지경이 되 버렸다.

수필집<생각에 관한 생각>에는 좋은 글이 많다. 딸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이 과장되지도 치장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그러나 진하게 표현되어 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연구 년에 가셨지, 보스턴에서 혼자 다람쥐들과 벗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가 모처럼 장가가는 기분으로 혼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등대지기 노래를 자주 불은 희미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위에 자고/ 한 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할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 아직도 가끔 내 마음이 스산해하면 창밖을 내다보며 이 노래를 부른다.

난 오늘 문뜩, 이 노래속의 등대지기가 바로 우리 가족의 의미 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리워했던 이미지, 아직도 내 마음의 훌쩍 할 때 불러대는 의미지, 그 것은 내 생명이 원천이었던, 그리고 이 세상에서 외롭게 자신의 뜻을 펼쳐나갔던 우리가족 이였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60년대 4. 19를 주도 했던 세대였고, 70 ~ 80년대에는 열심히 일하여 국가 경제를 발전시킨 그 세대다, 그리고 지금은 구세대라 쓸모없어졌지만, 고리타분하다고 젊은 세대에게 배척당해 버린 슬프고도 외로운 바로 그 세대, 나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로 그 등대지였다고 아주 자만 없이 아주 겸허히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空手來空手去하지만, 내 경우에는 空手來滿手去이다. 난 아내,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들까지 다 있으니, 이만하면 많이 가진 것이 아닌가, 난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잠든 밤, 불을 밝히고 나는 사색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말한 것처럼 부모인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자식들의 빈손을 가득 채워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너의 할아버지인 나의 부모가 못 다하신 꿈을 대신 이루고 그분의 못 다하신 사랑을 세상에 대신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반듯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허망한 것이 아니라 나의 부모처럼 빈손으로 왔다가도 두 손으로 가득히 사랑을 채워 돌아가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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