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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은경
처음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가 떠오른다. 부끄럽지만 공직에 필요한 소양, 하물며 ‘청렴’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부랴부랴 도서관에서『목민심서』를 빌려 읽었다. 생소한 내용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열심히 매달렸지만, 읽고서도 무슨 뜻인지 몰라 인터넷을 뒤지며 문구 해석에 급급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는 와 닿지 않는 대목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책 속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청렴’이라는 말이 가장 막연하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청렴’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 일이 있었다. 공무원 면접시험날 의자에 앉자마자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청렴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을 받은 것이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으나 어떤 말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저 자신에게 떳떳한 것이 청렴입니다’라고 내뱉듯 대답해버렸다. 구태의연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머리를 스쳤으나, 면접관께서는 의외로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그 초심을 잃지 말고 오래도록 공무원 생활하면 좋겠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면접을 끝내고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금도 이때의 기억이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다.
공직에 입문한 지 불과 세 달 남짓, 아직 청렴이라는 단어가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가 한 일을 타인은 모를 수 있어도 자기 자신만은 모를 수 없다는 것 역시 당연한 사실이다. 면접 때 무심코 ‘자신에게 떳떳한 게 청렴’이라고 답했던 것은, 그만큼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접근해보면 청렴이 사소한 데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도 납득이 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큰 포부나 거창한 업적은 남기지 못하더라도 “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에게 떳떳한’ 공무원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