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고매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어릴 적 제 고향 서귀포 신효마을에서는 바다로 가려면 한참이나 걸어야 했습니다. 가끔 온 가족이 바다가 있는 보목리까지 두 시간 넘게 걸어갔습니다. 도착할 즈음이면 웅장한 섭섬이 저만치 모습을 드러냈고 소금기 머금은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를 덮쳤습니다.텀벙텀벙 바다에 들었습니다. 고매기는 몸을 반쯤 적신 갯바위에 찰싹 달라
서귀포 매일시장 버들집에서 먹었던 첫 ‘짜장면’의 추억제가 자장면을 처음 먹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때였습니다.어머니와 서귀포 매일시장을 갔다 오는 길, 조르고 졸라 기어이 자장면 한 그릇을 먹었더랬습니다. 돼지머리와 순대가 잔뜩 쌓인 골목 귀퉁이 유리창에 “버들집”이라고 빨간 페인트로 쓰여 있었던 집, 늘어뜨린 발
정말 오랜만에 기사를 올립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어난 일이란 제가 생각하기엔 슬프고, 분노하고, 좋은 일들은 아니었나봅니다. 비단 제 밖에서 벌어진 일들 말고도 제 자신에게도 큰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사를 올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허나 궁금증 하나로 그동안 올리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기사는
어릴 적 내가 잡은 미꾸라지는 어이없이 떠나갔고...제 고향 효돈하고도, 신효마을 위쪽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었습니다.(저수장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을에서 한 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그 곳을 제 또래 아이들은 자주 갔었습니다.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구멍 숭숭 뚫린 모기장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었습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야트막한 가장자리에 낡은 모
여름입니다. 개인적으로 땀이 무척 많은 저로서는 이 여름이 무척이나 고역입니다.게다가 걸어서 출, 퇴근을 하는데, 특히나 출근길 따가운 햇볕을 맞고 걷다보면 바람 솔솔 통하는 대청마루가 간절합니다. 거기에다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물회 한 사발 들이켰으면 좋겠다고 아침부터 쩍쩍 입맛만 다십니다. 아침밥 배불리 잘 먹고 출근하는 길에 말이지요.그래서 결정했습
제주도엔 유달리 국수집이 많다. 골목어귀마다 국수라는 대표음식을 앞 혹은, 뒤로 넣고 상호를 달아 장사하는 것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한 끼 간단히 끼니 때우는 대체음식이 제주에선 도민음식으로 훌륭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내 고향 서귀포에선 상가(喪家)에서 손님 접대할 때도 거의 모두 국수다. 그러고 보면 먼 길 떠나보내는 고인에게
어디 모든 가축이 인간에게 이롭지 않은 게 있으랴 마는 닭은 더욱 그러하다. -적어도 내 생각엔- 계란 한 판을 새로 들여 놓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을 때도 왠지 부자가 된 것 같은 생각이 간혹 든다. 그리고 시장에서 실한 닭 한 마리 사서 삶아 온 가족 둘러 앉아 살점을 열심히 뜯은 다음, 쌀알 잘 퍼진 쫄깃한 죽을 한 그릇 비우면 우리 아들 강원재군의
어린 시절 동네에 큰일이 있으면 괜히 내가 설레었다. 우리 집안이든 그냥 이웃이든...마당 한 구석 혹은 우영팥이라고 부르는 텃밭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 넣고 돼지를 삶기 시작하면 괜히 그 주위를 기웃거리곤 했었다. 하루 세끼를 꼬박 그곳에서 해결하고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 없이, 먹는 인심하나는 끝내주게 후한 터라 정작 많이 먹지 않고도 배가 부르는
봄볕이 따사롭다. 점심을 먹으면 꾸벅꾸벅 병아리마냥 졸린 것에서 봄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표현이 참 무미건조하다)... 허나 조금 발품을 팔아 외곽으로 나가면 이제 막 파릇파릇함을 더하는 보리밭에 눈을 뺏기고, 따뜻한 봄기운에 해바라기도 한다면 참 좋을 일이다. 코피 터지게 치이고 만신창이 되게 두들겨 맞는 일상을 잠시 잊고서... 그러다 비로소 바라보게
주관식문제 하나 내겠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이 문제는 제주사람뿐이 아니라 육지사람들에게도 너무 쉬운 문제일 것이다.아주 간혹 다른 음식을 말하겠지만 열에 아홉은 흑돼지 아니면 싱싱한 회를 말할 것이다.그중에서도 흑돼지는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쫄깃한 육질의 제주산흑돼지를 지글지글 불판에 굽고 소주 한 잔 착 곁들이면 임금님
다들 한 번쯤 배는 고픈데 딱히 종목을 정하지 못했을 때 흔히들 정식 혹은 백반을 찾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가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기대했을 것이고, 이런 기대에 맞춰 식당에서는 가정식이라고 해서 강조하는 것일 것이다. 누구나 집에서 먹는 것만큼 맛깔난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음식이 맛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게다가 어머
식당상호에 이름을 넣는 집은 대체 어떤 곳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곳은 대개 그 이름이란 사장 본인 이름이나 자식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호에 이름을 넣게 되면 웬만한 강심장이나 음식에 자신 있지 않고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왜냐. 음식 맛이 없다거나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경우에 그 이름에 쏟아지는 후환에 어디 견뎌낼 재
지금이야 지천에 깔린 것이 양념이고 요리비법이라지만 내 어릴 적 제주음식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물론 어려운 시절이라 양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나만 해도 고등학교 때 육지로 시집간 누나가 시댁에서 배웠다며, 젓갈을 푸짐하게 넣고 담근 김치를 도통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으니까...양념을 가급적 많이 사용하지 않고 단순한 조리방법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불현듯 외롭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 올 때 어떻게 하는지.혹은 오래된 친구와 만나 커가면서 조금씩 분실해 간 옛날 꿈들을 되새기고 싶을 땐 어디서 만나고 싶은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아니다. 괜히 길게 얘기할 것 없이 편하고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결하고자 할 때 바로 생각나는 음식은? 그렇다. 단연코 다들 순대국밥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