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추리소설 맨 앞 페이지에 ‘XX가 범인’이라고 써놓은 것과 동일한 정도의 엄청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눈먼 자들의 도시'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게 있어 굉장히 묵직하고, 또 힘겨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책이라서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새벽 여섯 시. 내가 가방을 싸는 것인지 가방이 나를 싸는 것인지. 앉은자리에서 기어이 해 뜨는걸 보고야 만 뇌는 코끼리 열 다섯 마리가 말 타기를 하는 듯 쿵쿵쿵쿵 울린다. 뜨끈뜨끈해진 책상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꾸물꾸물 기어가서 방석을 쌓아놓은 위로 픽 쓰러지면 정말 이제야말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라는 느낌이 되어 쿨쿨.분명 거실에서 이불도
나는 자전거를 굉장히 늦게 배운 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의 가을이 다 되어서야 배웠으니까. 서귀포 푸른 학생의 집 잔디밭에서 그 질기다는 청바지를 찢어가며 이리 넘어지고, 저리 자빠지고. 그렇게 다리에 생채기를 늘려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날 놀리려 내가 쓰러진 주위를 자전거로 빙글빙글 도시던 아버지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자전거를
나는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일을 배워, 그 지식을 현실에 반영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유추해보는 것은 공부라기보다는 차라리 놀이에 가깝게 여겨질 정도로 즐거운 일이다.수학이나 물리는 영 아니올시다! 이지만, 역사만큼은 내가 재구성해가는 재미가 쏠쏠해 이과를 선택한 지금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만약 랑케가 이 글을
우당도서관에 다녀왔다. 책 몇 권을 빌리고 바로 옆 국립박물관의 벤치에 앉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 보니 어째서인지 모를 웃음이 자꾸만 나와서 곤란했다. 집에서부터 우려 간 차를 홀짝홀짝. 좋은 차에 좋은 햇빛이라서 즐거웠던 걸까? 생각해보면, 그냥 자판기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즐거웠을 것 같다. 맛있는 차, 맛있는 햇빛, 맛있게 읽을 책과 맛
올해에도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벌써 열여덟이 되었고, 어린이날 선물을 기대하기엔 나이도, 지난 한해간 잘못한 일도 넘치도록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어린이. 발음 할 때면 사탕이 도르륵 하고 굴러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너무나 달콤해서 자꾸자꾸 발음하고 싶어지는 말.생각해보면, 나는 참 행복한 어린이였다. 학교
타즈마할을 나와 내가 향한 곳은 아그라의 랄 낄라, 아그라 레드포트였다. 야무나강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성으로, 붉은 사암으로 지었기 때문에 레드포트라고 불린다는 곳, 그리고 샤 자한이 죽을 때 까지 유폐당해 있었던 곳.타즈마할에서 아그라 레드포트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2km가량 되는 구간이니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이날만큼은
2006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꿈꾼 나라라는 인도. 인도는 명성에 걸맞게 매혹적인 요소를 곳곳에 숨기고 있는 나라였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매료된다는 장소, 교과서마다 사진 한 장씩은 꼬박꼬박 올라 있는 명소 타즈마할을 찾았다. 타즈마할의 입장료는 비쌌다. 만 16세가 넘지 않은 입장객에게는 단돈 1루피도 받지 않는 주제에 단 하루만 지나
파리. 더위. 등을 무겁게 짓누르는 철수(배낭)와 진득하니 차오르는 땀. '알로, 박씨시' 하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헤진 발. 하지만 슬프거나 힘들지만은 않았다. 어째서일까. 15kg가량이나 되는 무게의 배낭도 그저 기분좋게만 다가왔던 것은. 사랑의 신인 카슈미르의 고향이라서 그런걸까?요즘도 피곤에 절어 힘들다는 생각만 들 때면 아그라의 첫인상을 생각
만약 내 주위의 누군가가 델리에서 가장 ‘인도냄새’ 나는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미마스지드 앞의 바자르를 일러주겠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덧붙여 거의 인간만큼이나 많은 염소와 소를 만날 수 있는 곳,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부잣집 소년과 다 떨어진 누더기로 몸을 싸고 있는 박씨시가 한 데 모여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1월 1일의 내가 생각난다. 2007년의 첫날. 그리고 본격적인 인도여행의 시작. 돈과 여권이 든 힙쌕을 품에 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그 차갑던 새벽이. 누가 인도를 더운 나라라 했던가. 물론 남인도쪽으로 내려가서는 그 말에 뼈저리게 긍정했지만 아직 나는 북인도에 있었다. 북인도의 겨울은 상당히 춥다. 동절기가 짧기 때문에 난방
2006년은 내게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포함한 수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그 변화의 대부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울지 않고 지나간 날이 손에 꼽힐 만큼 힘든 한해였다. 어리다고 해서 힘겨움까지 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일곱에 대해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품고 있던 열여섯의 내겐, 너무도 가혹했던 열일곱. 그 열일곱의 마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새로운 책을 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물리학자보다 훨씬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박사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가 '루게릭'이라는 병마와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스포트라이트를 한층 밝게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기사를 읽었다. 예전엔 두 손가락을 움직여서 느리게나마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던 그가, 병이 악화됨에 따라 이젠 눈동
[로마나의 열여덟살 일기] 연재하며... 김 로마나(18)양은 고교 1학년 때인 지난해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다. 그날로 교복을 벗고 집과 인근의 도서관을 오가며 즐겁게 공부중이다. 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홈스쿨링(home scooling)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부 과목에 대해서만 학원수업으로 보충할 뿐 스스로 학습일정을 짜고 공 부하고 있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