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언제, 얼마나 자주 드리는가? 우선 고인이 별세한 기일에 드리는 제사는 기제(忌祭)라 부른다. 따라서 1년에 한번이 될 것이다. 고조부모까지 ‘4대 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날 부녀자들이 모여 제수를 준비하고 병풍을 미리 펼쳐 제상을 설치한다. 이때 제주지역 제사에만 있는 풍습이 있다. 문전제상을 별도로 차린다. 문전제상은 선조에게 드리는 본 제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문신(門神)에게 올리는 작은 제사상이다. 육지에서는 제사에 앞서 미리 문 앞에 초를 켜놓거나 향을 피우고 대문을 열어놓아 조상의 혼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의례
# 제주 ‘싯게’ 지낼 때 빠지지 않는 음식: 고사리나물과 비늘 있는 생선제주에서는 제사를 ‘싯게’라고 한다. ‘싯게 먹었다’고 하면 가족들과 함께 제사를 지내고 제사밥을 먹었다는 의미이다. 지난 설 명절 특집기고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에서 명절 차례와 제사 지낼 때 떡이나 감주 대신 롤케이크나 감귤 주스가 올라간다. 그런데 제주에서 제사를 준비하는 제수품목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더 있다. 바로 고사리 나물이다.고사리는 예부터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부를 정도로 단백질, 칼슘, 철분 등 무기질 영양소가 많아 상급 식재료였
1. 토지매매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에 대한 이해가 필요제주시는 지난 4월부터 5월말까지 10년 이상 무연분묘에 대한 일제 정비 신청을 받았다. 정비 대상은 경작지나 임야 등 사유지에 방치된 무연분묘다. 토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생활 환경을 저해하는 등 효율적인 토지 이용에 방해된다는 이유다. 신청 건은 현지조사를 거쳐 대상을 확정하고, 8월부터 3개월간 홈페이지와 언론에 무연분묘 개장을 공고한다. 이의가 없으면 최종 확정해 11월부터 개장허가증을 교부한다. 신청인 본인 부담으로 개장, 유골을 화장한 뒤 10년간 양지공원이나 공
# 영혼이 머무는 무덤의 울타리, 산담제주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주말 나들이길, 자동차 창문 너머로 돌담들이 보이자 아들 녀석이 유치원에서 배운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아빠에게 한 수 알려주려고 한다. “아빠, 제주에는 돌담이 많은데 그 종류가 많아.” 돌담, 원담, 산담, 잣담 등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집 울타리에 쌓은 담은 돌담 (또는 축담), 바닷가에 쌓아서 썰물에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가 포획하는 원담, 묘지 주변을 둥글게 또는 정방형으로 쌓는 산담, 마소를 기르는 장소에 경계선을 구별하기 위해 쌓은 잣담이 그것이
# 고인에게 올리는 마지막 예의, 일포제(日晡祭)제주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가깝게 지내던 제주 출신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제가 외지사람으로서 다양한 고객 분들을 만나고 여러 관계를 맺게 될 터인데,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지요?” 그 선배의 몇 가지 예시 중에 1순위가 바로 ‘일포제에 대한 이해’였다. 일포제란 출상 전날 고인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의미로 드리게 되는 제사인데, 이 날 조문을 가는 것이 예의에 맞는다는 조언이었다. 좀 더 부연한다면, 일포제는 주로 신시(申時, 오후 3시~5시) 또는 저녁 무렵에 드리게 되며,
상가(喪家)에 사돈이 쑤어 온 팥죽어르신이 운명하신 지 한 시간여 지나면 고인이 즐겨 입던 옷(적삼)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 북쪽하늘을 향해 고인의 이름과 나이를 부르며 고복(皐復, 초혼)의식을 치른다. 단어의 뜻처럼 ‘언덕을 넘어가는 고인의 혼을 다시 돌아오도록 부르는’ 의식이다. 그리고는 관을 만드는 조관(造棺)과 입관(入棺)을 치르고 나서야 상복을 입고 성복제를 지낸다. 물론 장례의식의 많은 부분이 육지의 그것과 흡사하지만, 제주에서 접하는 상가(喪家)에서 차이를 느낀 부분을 고르자면, 우선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육지의
지난 9월부터 시작된 기고문이 절반이 지났다. 시작하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주의 관혼상제와 연관된 소재들을 살펴볼 계획이었다. 첫 기고에서 제주의 소녀가 해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관례 풍습에 빗대어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지난번 기고까지는 제주에서의 혼인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면서 결혼 정년기의 당사자들에 필요한 금융 상품과 상식을 언급했다. 이번 기고부터는 상례와 제례와 관련한 주제로 들어가고자 한다. # 가장 제주스러운 음식, 콩잎에 자리젓입도한 지 오래지 않은 어느 날 점심, 동문시장에 있는 한 식당
나는 지난해 제주에 내려온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이다.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란 주인만의 입맛에 맞는 쇼핑을 돕는 ‘프라이빗 쇼퍼(Private Shopper)’처럼 고객의 철학과 인생 목표에 적합한 자산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금융인이다. 그래서 제주 특유의 풍습을 다시금 바라보게 됐는데, 풍습마다 숨겨진 조상들의 지혜를 찾아가면서 이와 유사한 개념의 금융상식을 소개한다.# 이사하기 딱 좋은 날 = ‘손 없는날’, 제주의 ‘신구간’제주도 이사 풍습을 이야기하자면, 단연 신구간(新舊間)
# 제주의 생업을 위한 필수 아이템 혼인이라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를 통해 부부는 비로소 한 가정을 이뤘다.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로 이루어진 가옥구조를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서도, 부엌일은 함께 하지 않음으로써, 철저하게 독립적인 집안 분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제주 어머니들의 지혜였다. 시부모는 자연스레 밭농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영위하는 대신, 젊은 며느리는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위해 모두가 열심을 다한다. 며느리가 출산하면 자연스레 육아에 대한 역할도 시어머니가 도움을 주게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9) 안거리, 밖거리 육지 손님들을 모시고 제주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성읍마을에 들렀다. 성읍리는 조선시대 제주를 3개의 현으로 나뉘어 관리했는데, 그 중 동쪽에 위치한 정의현의 현청 소재지이다. 현감이 업무를 보던 근민헌(近民軒)과 중앙관리 방문시에 사용하던 객사(客舍), 그리고 향교가 마을 중심을 잡고 있으며, 초가로 이루어진 고택(古宅)을 국가 민속 문화재로 지정, 보존하여 관리하고 있어 제주 중산간의 전형적인 생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성읍마을 고택은 안거리(안채)와 밖거리...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9) 설 차례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변의 투자원칙 # 제주에서의 명절 분위기 제주에서 맞는 설 명절은 어떤 느낌이 들까? 제주에 내려와 설 명절을 지내는 새내기 도민(?)에게 다시 한 번 호기심이 발동했다. 연말을 지나면서 성탄절 트리들이 사라지면서 거리에 등장한 것은 ‘동사제’, ‘포제’, ‘입춘굿’ 등 마을제 안내 현수막이었다. 마을주민들의 무사 안녕과 생업에서의 풍요를 기리는 주요행사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본 행사까지 마을의 화합과 결속도 다지게 되어 많은 도민들의 관심사이다. ...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8) 지참금 제주의 결혼 풍습 중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신랑이 신부 측에 전달하는 지참금이다. 예로부터 제주 여성은 경제생활에서의 역할이 무척 컸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과 가사 일에 그치지 않고, 생계를 위해 농사지으며 바다에 나가 해초를 뜯고 전복을 따는 물질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신부가 신랑 댁으로 들어가 살게 되면, 생계에 가장 중요한 노동력을 신랑 측에 보내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대가, 즉 지참금을 지급한다. 이런 지참금을 준비하기 어려운 신랑의 경우, 신부 집...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7) 제주 고유의 결혼 풍습 : 겹부조 이번 글에서는 제주의 결혼 풍습 중 ‘겹부조’ 문화를 다뤄본다. 겹부조란 하객이 결혼식의 당사자인 신랑, 신부에게만 축의금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친분이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동시에 축의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신부와 신부의 어머니, 그리고 같은 학교 선배인 신부의 언니에게 동일하게 부조를 하는 셈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동시에 여러 명에게 부조금을 전달하려면 금전적 부담이 커서, 최근에는 생활개선 캠페인이라는 명목으로 점차 사라진다고 ...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6) 신랑·신부의 오른팔: 부신랑, 부신부 제주도만의 결혼식 풍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신랑, 부신부’다. 혼인식 날짜가 정해지면 신랑, 신부는 절친 중에 믿음직한 친구를 골라 부신랑, 부신부를 정한다. 이들은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역할을 하는데,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결혼당사자들의 대리인이나 도우미 격이 될 것이다. 이들의 역할이 상당히 막중하다. 당사자들이 혼인식에만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부신랑은 모든 일정을 대신 총괄 지휘한다. ...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5) 3일잔치 - 돼지잡는날, 가문잔치, 혼례당일 입도하여 PB로서 근무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혼인식에 초대를 받았다. 외지인으로서 결혼식에 초대받는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기도 했지만, 나름 제주 결혼식 풍습에 관심이 있던 필자로서 청첩장을 받아 들고는 직접 결혼식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반가웠다. 급한 마음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먼저 나온 말이 “결혼식에 언제 가면 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결혼식은 11시였지만, 피로연은 오후까지 계속되니 언제든지 오기...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4) 분산투자의 원칙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바람 한 자락에 심히 출렁이기도 하고, 중산간에 온 빗물이 몇 시간이면 연안으로 흘러들어와 담수비중이 높아 생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장오염 문제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지만, 과도한 어획으로 어장 황폐화를 걱정하는 입장도 부각되는 반면, ‘어장휴식년제’와 ‘1인당 어획 쿼터제’ 등 마을어장 자율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과 미중 무역관세 부과로 시작된 갈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3) 분산투자와 손절매의 원칙 족은테왁(애기테왁)으로 시작한 젊은 해녀(하군해녀)는 수심이 낮은 바다에서 물질을 시작해 연륜이 더해갈수록 중군, 상군 해녀로 성장해 간다. 낮은 해역은 후배 젊은 해녀에게 맡기고, 점차 깊은 바다로 나아간다. 이는 긴 호흡능력 뿐 만 아니라 위기시 대처하는 호연지기와 상황별로 대응방법을 익혀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상어를 만났을 때 큰 소리를 지르거나 창으로 찌르거나 자극시키지 말고 바위나 돌 같은 곳에 바작 붙어있던지, 머리를 묶었던 물수건을 ...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2) 본인의 성향과 상황 감안한 전략 세워야 잠수를 어느 정도 터득해 나간 딸에게 어머니는 좀 더 깊은 바다에 나가 잠수를 하기 위한 도구를 선물한다. 테왁(두렁박)는 해녀가 바다에서 작업할 때 사용하는 기본이 되는 도구로서, 가슴을 얹어 물에 떠 헤엄치기도 하고 여기에 통 모양의 망시리를 달아서 채취한 해산물을 담아놓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잠수를 하고 물위로 올라와서는 테왁에 상체를 의지한 채 “호~이”, “호~이” 숨비소리를 내며 숨을 고른 후 다시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해녀의 성장과정에서 살펴보는 금융상식 지난 5월 입도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청보리밭이 궁금해 가파도에 들렀다. 특별한 사진전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가파도에 실제 거주하며 해녀할망들의 물질 모습을 사진프레임에 담는 한 여류작가의 길거리 전시였다. 작품을 폐가(廢家) 마당에 방치한 듯이 배치함으로써 척박한 느낌의 바다색 사진들이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작가분이 직접 물질을 배우며 해녀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한지 5년이 되었다는 작품 뒷 이야기를 들었다. 해녀할망들의 삶에 함께 동참하는...
[제주풍습 속 숨겨진 재테크상식] 프롤로그 나는 지난 5월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지점에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직무지만, 상대적으로 복잡한 금융니즈가 있는 자산가들의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관리하는 자산의 범위는 금융자산에 한정하지 않는다. 부동산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 다루는 주식이나 채권도 관리해 드리고, 투자자들이 모여 미국 NASA(미 항공우주국)의 본사 건물을 매입하는 펀드에 투자하기도 한다. 좀 더 자세히는 보유부동산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