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인간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간직한 가시로 사람을 찌르지 않고, 늘 사람들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올 한해도 그들이 있어 행복했고, 그들이 있어 살만했고, 그들이 있어 절망하지 않았고,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보았습니다.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저 남녘땅 제주에는 수선화
▲ ⓒ김민수 봄의 전령으로 잘 알려진 꽃은 개나리와 진달래, 그 중에서도 먼저 피는 개나리가 언제 피는가하는 뉴스는 해마다 봄에 듣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개나리보다도 먼저 피는 꽃들이 들으면 서운할 일이다. 개나리가 꽃망울을 만들 때쯤이면 이미 눈 속에 피어있는 복수초, 그리고 노루귀, 서향, 앉은부채는 물론이요 양지바른 마을 근처의 텃밭이나 논두렁에 피어
수선화, '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 1, 2'에 이미 등장을 했던 수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쓸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습니다. 입춘, 우수가 지났고 이미 입춘 다음 날 복수초와 눈맞춤을 한 저는 봄꽃들의 행령이 언제부터일까 고대하고 또 고대하며 중산간지역의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 눈이 남아있는 가운데 피어나는 꽃을 만나는 행운이 오는 것
쇠별꽃은 식물도감에 의하면 두해살이풀로서 4-5월에 피는 꽃으로 소개되어있습니다. 두해살이풀이라는 것은 온전히 두 해를 살아서가 아니라 추운 겨울에 싹을 틔우고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우기에 두해살이풀입니다. 4-5월에 피는 꽃, 지역에 따라 조금 이르게 피어날 수도 있겠지만 제주에서는 양지 바른 곳에서는 12월에도 피어나고, 1월만 되어도 들판 곳곳에서 화들
▲ 털머위.ⓒ김민수 올 겨울은 유난히 바람이 많아서 여느 해 겨울보다 추웠습니다. 한 달 가까이 햇살다운 햇살도 보질 못하고 쌩쌩 부는 겨울 바람에 덜덜 떨어야만 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한 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면서 지내고 있는 겨울의 시간들이었습니다.그러나 이 추위를 뒤로하고 피어나는 꽃들이 있으니 그들을 보면서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돌
▲ 자주쓴풀.ⓒ김민수 제주에는 화산의 폭발로 생긴 오름이 368개나 된다고 합니다. 일년 365일보다 세 개가 많은 오름들 마다 각기 다른 곡선미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생도 다릅니다. 그래서 대략 어느 오름에 언제쯤 올라야 어떤 꽃을 볼 수 있는지를 가늠하면서 오름에 피어있는 꽃들을 찾아 여행을 합니다.어떤 꽃이 필 무렵이 되면 그 오름을 찾아갑니다
꽃들 중에는 이름도 못생긴데다가 작아서 서러운 꽃도 있습니다. 작아서 그 서러움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옹기종기 모여보았지만 여전히 작아서 서러운 꽃이 있습니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 만난 유럽 원산의 2년초 '개자리'라는 꽃이 그랬습니다. '자리'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떤 대상이 차지하거나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식물의 경우에는 '개
▲ 흰달개비.ⓒ김민수 달개비 또는 닭의장풀과 친척간에 있는 꽃이니 닭의장풀의 꽃말 '짧은 즐거움'을 붙여주어도 될 듯한 꽃이 5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피었다.이 꽃의 사연은 이렇다.어느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 화단에 하얀 달개비가 피어있었다. 나는 한 번에 많이 얻어오는 것보다 아주 조금 얻어와서 퍼뜨리는 것을 좋아하고, 달개비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하얀 크레파스로는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어린 시절 나는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크레파스 중에서 가장 키가 큰 것은 늘 하얀 크레파스였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이 자랐을 때에는 검은 도화지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얀 크레파스도 다른 크레파스와 비슷한 키가 되었다. 거기서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 중에 독성을 가진 것들은 얼마나 될까?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식물들도 있지만 잘 다스려 먹으면 모두가 귀한 먹을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각종 병들을 다스리는 약효를 간직하고 있는 식물들이 지천이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하는 것들 속에 밝혀지지 않는 수많은 효용가치들을 따져보기도 전에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
꽃들 중에는 이름이 별로 예쁘지 않은 꽃들이 있다. 어떤 꽃은 예쁘지 않은 이름을 넘어서서 불경스러운 듯한 느낌을 주는 꽃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애써 예쁜 이름으로 불러 주자고도 하지만 그냥 그 못 생긴 이름 그대로가 더 정감이 간다.이런 이름도 다 그 꽃의 특성을 따라 지어진 이름인 것을 보면 당사자들은 '하필이면 이런 이름?'할지 모르겠지만 그
예쁜 꽃은 '가시'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사랑을 고백하는 청춘남녀에게 사랑을 받는 장미도 가시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예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내었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가시'의 존재가 애초에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 마음이 여려서 상처를 받을 때면 내 안에도 저런 가시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다에 피는 꽃들 중에는 바다를 뜻하는 '갯'자가 붙은 꽃들이 많다. '갯'자를 얻으려면 척박한 해안가의 바위틈이나 모래밭의 목마름을 감수해야 한다. 넓고 깊은 바다의 마음을 닮으려면 때로는 광풍에 뒤집어지는 풍랑의 바다도 맞이할 줄 알아야 하고, 해일에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온 몸이 저려지는 상처도 넉넉히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견디지 못해 죽음을
10. 땅채송화-땅에서 하늘의 별처럼 빛난다꽃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미궁에 빠져드는 것과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 꽃이 그 꽃 같은데 다른 꽃이고, 한 종에도 수십 가지 종류의 꽃들이 있는 것도 있으니 '이젠 그냥 꽃이라고만 불러주자'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꽃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 꽃이 얼마나 좋아하는데'하는
섬잔대는 한라산 능선 가까이에서 자라는 제주도 특산식물입니다. 잔대보다는 키가 작고 그 빛깔이 더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 ⓒ김민수 잔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더덕을 알면서부터입니다.청년시절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입니다. 식당들마다 '더덕구이'라는 메뉴가 단골처럼 있었는데 진한 더덕의 향을 좋아했던 나는 호주머니가 풍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꽃과 어울리는 것을 나열하라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상위에 등장하는 곤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비'를 떠올린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꽃과 곤충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공존의 관계인데 그 중에서도 나비처럼 꽃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곤충은 드문 것 같습니다.꽃사진을 찍다보면 곤충들이 어우러지면 더 아름답기때문에 한참
가을 들판에 서면 억새가 무성합니다.그 억새풀의 큰 키를 훌쩍 넘어서 간혹 보랏빛을로 피어나는 꽃이 있는데 모양새는 가시엉겅퀴를 닮았지만 이파리에도 몸에도 가시가 없는 꽃이 있습니다. 그런 꽃을 만나셨다면 '산비장이'라고 이름을 불러주시면 거의 틀림없을 것입니다. ▲ ⓒ김민수 가시엉겅퀴가 제주에는 많습니다.가시엉겅퀴는 봄형과 가을형이 있는데 가을형은 때때로
제주의 해안선이나 모래밭을 걷다보면 뜨거운 여름철부터 가을까지 노란 꽃잎을 땅에 바짝 붙이고 피어나는 양지꽃을 닮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딱딱해진 흙이 많은 길가에도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인데 그 이름은 '딱지꽃'이랍니다.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의 형상을 꽃에서 본 것이지요.딱지는 땅에 쫙 붙어있어야 잘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딱지
으아리는 천삼(天蓼), 선인초(仙人草)라고도 하며 한의학에서는 으아리의 뿌리를 위령선(威靈仙)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산기슭이나 들에서 요즘 한창 피어나는 덩굴성의 하얀꽃이 바로 으아리입니다. 5.16도로를 타고 제주시나 서귀포시로 넘어갈 때에 비슷한 꽃 사위질빵과 함께 겨루기를 하듯이 피어나는 꽃인데 나무를 타고 올라간 덩굴에서 피는 꽃은 때아닌 계절에 하
여름장마도 마른 장마로 지나가더니만 연일 폭염으로 밭작물은 물론이고 들판의 꽃과 나무들도 타는 목마름의 갈증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우리 사회 어느 한 구석에서라도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는데 들려오는 소식마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더운 여름 날.지금이야 에어컨을 비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