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질병을 얻거나 다치는 경우, 그리고 사망하는 경우에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을 통해서 치료비 등을 보상받는 제도다. 그런데 만약에 임신한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아픈 아이를 낳게 되었다면, 자녀의 질병을 산업 재해로 인정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올해에 들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태아산재를 인정했다. 제주의료원에서 시작된 태아산재 인정투쟁 태아산재 제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제주의료원으로부터 시작된다. 2009년에서 2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장 및 50억 미만 공사현장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법이 시행되었지만 다시 개정안을 발의해서 법 시행을 유예시키자며 민주당을 설득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오면 협상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은 정말 시기상조일까?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원리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여기
‘100’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면 출생 100일을 맞은 아기, 100세연의 주인공인 어르신, 100점 만점 시험지 등 두 자리 숫자를 넘어선 새로운 시작, 혹은 가을철 곡식처럼 무르익은 완성된 상태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 전국 최저의 임금수준과 전국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차지하는 제주지역의 노동자로서 우리의 노동인권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칼럼으로 만나게 될 글을 통해 도민들과 노동인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이와 같은 포부를 밝히며 ‘김경희의 노동세상’의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 한지 오늘로
추석 연휴에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총 6일간의 연휴가 지났다. 연휴 기간 중 제주에 많은 관광객도 방문하면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 오히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만약 연휴에 근무한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의 보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공휴일을 노동자의 유급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른다. 해당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상시 노동자가 5인 이상이라면 업종에 관계없이 유급휴일이 된다. 다만, 10월 1일은 일요일인데 주휴일이 일요일인 사업장은 유급휴일에 해당되지만, 다른 요일을 주
얼마 전 운전을 하며 길을 가고 있던 찰나였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던 노동자가 배달 물건을 싣고 오토바이 앞쪽에 아이스아메리카를 거치해두고 정차 시간을 이용해 빨대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문학 작품과 영화 등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담배 한 모금과 쓰디쓴 커피 한잔으로 묘사하는 경우들이 많다. 실제 아침에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먹는다거나 졸음과 피로가 몰려올 때 커피를 마신다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다. 사실 커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예요 운전을 하며 또다시 지나는 길에 “사실 커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많은 요소가 있다. 생존을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임금 등 노동조건은 우선 조건이지만, 노동의 과정을 통해 나의 삶을 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가장 높은 기준이 반드시 노동 조건이 아닌 경우도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친구는 서울 모 사립대학의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였다.당시에는 한류가 막 시작되고 있을 무렵이었고,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 오기 시작한 때였다. 친구는 강의를 준비함에 있어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온 신경을 다 쏟았다. 강의를 위한 교육 준비는 기본
일하는 중간에 맞이하는 휴게시간은 새참과 같은 꿀맛이다. 과거 종이봉투를 만드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구내식당으로 달려가 5~10분 만에 밥을 우겨넣고 돌아와선 내가 보조하는 프레스기 옆에 큰 박스를 몇 장 깔고 천장을 바라보고 눕는다. 50분 가량 남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하면 그렇게 몸이 개운하고 꿀맛일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종이가루가 날리고 기름때가 진득한 공간에서 맞는 휴식이 건강한 휴식이었겠냐만은 당시에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휴게시간의 보장만큼
제주섬이 폭염으로 달아올라있다.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 발생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알리던 재난 문자는 연일 폭염경보를 알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런 폭염의 상황에서도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에만 야외작업 중 6건의 온열질환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고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0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록적인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폭염특보 폭염특보는 기상청에서 발효하는데, 일 최고 체감 온도가 33도
“이 햄버거 뒤의 노동은 무엇이 있을까요?”학교에서 노동 인권 수업을 할 때, 햄버거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사먹는 이 햄버거 하나에 어떠한 노동이 들어있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갖곤한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개 특별한 소스, 양상추 ~...”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빅맥송' 노래가 교실에서 흘러나온다. 재료를 확인한 후 그것을 위한 노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참깨 농사와 밀 농사를 하는 농업 노동자부터 호주에서 소를 키우는 낙농업자, 호주산 쇠고기를 운송해오는 화물선 노동자, 항구에 내려지면 육로를 통해
지난 주 건설노조 탄압을 호소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노동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그에 따라 지역에서도 마지막 추모집회를 개최하고 시청 어울림마당에 차려졌던 시민 분향소를 거두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인 22일, 경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건설노조 제주지부장을 비롯하여 전국의 8명의 건설노동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대전, 대구, 제주까지 마치 날짜를 맞춘 것처럼 같은 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었다. 법원은 23일 제주지역 4명 중 1명을 제외한, 전국 총 7명의 건설노동자에게 구속영장을
매주 목요일,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이 모이는 장소는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시민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이다. 그들이 매주 목요일 지친 몸을 이끌고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5월 1일, 기념대회 중 강원도에서 비보가 들려왔다. 건설노조 간부인 한 노동자가 강원지방법원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며 산화해간
지난 29일, 석가탄신일에 대한 대체공휴일이 시행되었다. 5월의 마지막에 주어진 연휴에 가족지인들과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연휴란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출근을 하며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에서는 국민의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대체공휴일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대체공휴일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국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차별 없는 노동자의 휴일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필요할까?‘와~ 일요일이다!’ vs ‘와~ 연차휴가다’노동자의 휴일제도를 이야기함에 앞서 먼저 휴일제도와
오늘은 13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달력에는 근로자의 날, 노동절, 노동자의 날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다.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 금요일부터 노동절을 앞둔 주변의 반응이 들려온다. 새로 직장에 취직한 동생은 “다음 주 월요일에 쉰대! 노동자의 날이라고 회사에서 쉰다고 하네!”라며, 좋아했다. 등기를 보내기 위해 방문한 우체국에서는 “다음 주 월요일 근로자의 날이라서 일반등기는 목요일에나 들어가겠는데요?”라고 한다. 주말 약속이 있어 길을 걸으며 본 일도지구의 한 은행에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 휴무”라고 적혀 있는 A4용지를
얼마 전 한 상담전화를 받았다. 20살을 갓 넘긴 노동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2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을 폐업하는 과정에서 점주로부터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상담과정에서 2022년과 2023년 모두 최저임금 이하 수준의 임금을 받았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 15시간 이상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편의점 점주는 업장 운영이 어려워서 폐업을 했다고 한다. 점주가 폐업까지 했어야 할 경영상이 어려움이 무엇인지 구
정부가 주69시간을 필두로 한 근로시간 제도개편을 발표한 이후 연일 여론이 뜨겁다. 직접 제도의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학계와 전문가 집단에서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인식한 것일까? 정부에서 무분별한 포괄임금계약과 관련하여 감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 포괄임금제란 무엇이며, 장시간 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에서 직접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임금계약형태의 한 종류로서 판례의 해석에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으로 최초 제안된 것이다. 2013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하여 47억원의 손해배상판결이 나온 기사를 본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면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법 개정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도
국제노동기구의 설립 목적을 서술한 ‘필라델피아 선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UN산하의 국제노동기구(ILO)는 1944년 필라델피아에서 총회를 열고‘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필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선언 이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노동의 존엄을 이야기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되었다. 노동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필라델피아 선언 이전에 미국의 반독점규제법에서도 확인된다. 1914년에 제정된 반독점규제법인 ‘클레이턴법’(법령을 제안한 의원의 이름이 Clayton이어서 클레이턴법으로 명명됨)은 “인간의 노동은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청년노동자가 사지가 찢겨 사망한 사건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부각되고, 가수 하림이 2010년 용광로 쇳물에 녹아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사건을 는 노래로 만들어 SNS로 챌린지가 이어지고,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국민청원입법에 10만명의 국민이 의견을 모으고,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이 없도록 제발 법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 앞에 모인 산
설 명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지를 만나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며 재충전을 해야 할 명절이지만, 명절 이후 사업장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에게는 반가운 명절만은 아니다. 설날만큼은 넉넉한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받아야할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마음은 겨울바람 보다 더 차갑다. 지난해 제주지역 체불임금은 총 147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작년 12월, 윤석열 정부는 화물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불법’프레임을 씌우고 ‘선복귀 후교섭’ 입장을 유지하다가 ‘업무개시명령’등 이례적으로 행정력을 동원했다. 결국 화물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한해의 시작점에서 올해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는 희망과 기대를 갖곤 하지만, 새해 노동현장은 약간의 어두운 느낌이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노동개혁 일환으로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발표한 근로시간제 권고안의 영향이 크다. 이미 세계 최장시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1주 단위 근로시간제를 최대 1년에 걸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앗아가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역사적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