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전농로에 녹음이 짙다.10년 전쯤, 제주시 삼도1동 중앙초등학교 앞에 산 적이 있다. 결혼 후 내 집을 처음으로 장만한 곳도, 아들을 낳은 곳도, 처음으로 학부형이 된 곳도 그곳에서다. 그래서 우리가족에게는 좋은 기억이 많이 남은 동네다. 삼도1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억 중 특별히 아름다운 게 있다면 그건 전농로 길가에 심겨진 오래된 벚나무들에 대한 것이다. 봄에 하얀 벚꽃 터널이 장관을 연출...
애초에 연재의 타이틀을 ‘유배, 꽃을 피우다’로 정하고 나서,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봄꽃이 화사하게 핀 유배지 절경을 독자들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꽃잎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어린 생명들이 허무하게 져 버렸다.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대지에 잠든 뿌리를 깨우는 아픈 봄비,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던 엘리엇의 시가 가슴에 사무치는 4월이었다. 한 달 넘게 글을 쓰지...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왕조교체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제작진의 철저한 고증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바탕이 되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위기 때마다 전장에 나아가 풍전등화에 놓인 고려를 구했던 최영과 이성계가 요동정벌과 위화도회군을 계기로 결별하는 장면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유배, 꽃을 피우다] (2) 제주성 서문 안 광해의 적소를 찾아 다니다
[유배, 꽃을 피우다] (1) 광해군의 유배를 맞았던 구좌읍 행원리 해안 ...행원리 해안에 서면 쪽빛 바다와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이국적 풍광을 발한다. 진주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개교기념일을 맞았다. 겨울의 터널을 통과한 시기라 봄바람도 맞을 겸 광해군의 흔적을 찾아 나들이나 가자고 했다. '광해'라는 말에 진주는 배우 이병헌을 떠올
[유배, 꽃을 피우다] 프롤로그-연재를 시작하며 또 바람이 났다. 마음속에서 다시 제주 땅 구석을 누벼야겠다는 충동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몇 번 경험해본 건데, 대개의 바람이 그렇듯이 기행에 빠져 사는 건 맛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