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미국 항공모함 ‘루스벨트, 프랑스의 항공모함 ‘샤를 드골’이 집단감염 당했다. 거의 같은 시기 일본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었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묘하게도 이 둘이 본질에서는 상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존재가 전염병 앞에서는 어찌 그리 똑 같은지. 착시였을까? 어쩌면 전쟁의 본질과 관광의 본질은 한통속이라는 느낌이다.평화와 양립할 수 없는 ‘전쟁’은 기실 오랫동안 역병, 즉 전염병의 역사와 함께 했다. 전쟁은 전염병을 전파하는 가장 중요한
슬픔의 대필자, 예술가슬픔이란 대체로 눈물로 한숨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4.3의 슬픔은 눈물로도 필설로도 다 할 수 없다. 그 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나온다고 말한다.- 현기영, 가운데 일부슬픔이 너무 깊고 한이 너무 서리면, 침잠된 기억은 결코 원상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나마 말문을 어렵게 여는 이들도 대부분 유년기의 체험자들인 경우가 태반이다. 진정 생애를 관통하는 지옥도를 본 사람에게는 그것을 떠올리는 것조차 생생한 현재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
알뜨르에서 평화의 미래를 꿈꾸다 ②오키나와를 ‘기지의 섬’이라 부른다. 제주도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땅에도 운명이 있다. 오키나와나 제주도나 다 같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불침항모다. 특히 제주도는 동북아 지역에서 중요한 해양 요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몽골시대부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처음엔 일본 침공의 전략적 위치로 인해, 나중엔 전마(戰馬) 생산기지의 중요성으로 인해 몽골은 100년 동안 제주섬을 직할 지배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 해군은 이곳의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해 앞에 언급한 대규모 해군항공기지로
알뜨르는 제주도의 남서부에 위치하여 바다를 바라보는 너른 평원지대를 말한다. ‘알’은 아래쪽, ‘드르’는 들(평원)을 말하는 제주어다. 한라산록 중산간 지대에 비해 낮은 곳에 위치한다 해서 붙은 지명이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 항공기지 유적지’이다. 토지는 국방부 소유이며, 이곳의 격납고들은 2002년 5월 31일 등록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었다. 2010년 가을 나는 이곳에서 라는 개인전을 가졌다. 10개의 격납고 유적과 주차장 부지 등에서 총 11점의 설치작품을 가지고 전시
코로나19 사태가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그 파장은 보건을 넘어 경제 분야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세계 경제 역시 전대미문의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히 질병과의 전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21세기 세계의 질서를 뒤바꾸는 문명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유래 없는 조치들을, 그중에는 사회주의자들의 발상이라는 조치까지 포함하여,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바이러스 공황이라 부를 만한 경제 위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당장
4.3해원상생굿은 2002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까지 단 한번 쉰 것을 빼고는 내리 18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4.3학살터’와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가는 현장예술제이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달래는 위령굿이다. 4.3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4.3해원상생굿은 현대 예술과 전통 의식이 함께 하는 생명굿이면서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평화를 열어 가는 평화예술프로젝트이다.트라우마‘트라우마(Trauma)’란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를 어원으로 한다. 통상의 의학적 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최근 동아시아 예술가들의 연대와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1회적인 교류전을 넘어서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교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한 지난 몇 년 간의 일들이 구체적인 결과를 맺었다. 2019년 제주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가 그것이다. 이 전시에는 제주, 한반도, 오키나와, 일본본도, 대만, 홍콩, 베트남 등의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핵심 참가자들은 제주, 오키나와, 대만이며, 이를 축으로 타 지역의 작가들도 참가하고 있다. EAPAP에 출품한 작가들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난 지역, 혹은 자신이
“아임 낫 야마톤추, 아 임 우치난추(나는 일본인이 아니다. 나는 오키나와인이다).”2000년경 오키나와에서 택시기사 아저씨께 처음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은 그 택시기사 아저씨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런 인식을 대부분 지니고 있으며, 이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히가 토요미츠(比嘉豊光, Toyomitsu Higa), 작은 체구의 오키나와 사진작가다. 이 작가 역시 “아 임 우치난추”를 먼저 이야기하는 작가다.히가는 오키나와 현대사를 고스란히 앵글에 담아 온 근성 있는 사진작가이자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박경훈 칼럼] 돌아보는 4.3미술, 보롬코지에서 싹튼 4.3미술제...여정은 끝나지 않아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중략)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20) P.A 크로포트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박경훈 화백 들어가며 2005년 이 책 《만물은 서로 돕는다》(원제 Mutual Aid: A Factor of Evolution, 상호부조: 진화의 요인/이후 상호부조론으로 표기)초판이 나왔을 때 필자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그것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터이다. 왜냐하면 소위 우리가 진화론하면 떠오르는 몇몇 키워드들이 머릿속에서 어깃장을 놓는다.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으로는 다윈의 진화론하면 자연선택, 도태, 적자생존, 상호...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⑮ 스메들리 버틀러 『전쟁은 사기다』 권민 옮김/박경훈 화백 이 책의 원제인 ‘War is a Racket’을 우리말로 '전쟁은 사기다’로 번역한 이 책의 정확한 의미는 '전쟁은 부정한(부도덕한) 돈벌이’ 쯤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전쟁이 미국 내 군산복합체들의 부정한 돈벌이 게임 또는 수단임을 폭로한 책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랬다. 전쟁은 아마 가장 오래된 사기일 것이다. 또 쉽게 가장 큰 이득을 남길 수 있는 사기이며, 확실히 가장 사악한 사기이기도 하다. 규모로 보...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⑩ 『성장의 한계』 / 박경훈 화백 지난 2014년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더 큰 제주”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 대비 인구 1%, 국회의원 수 1%, 경제 규모 1%, 예산 규모 1%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제주를 제주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키워서 만들겠다는 저간의 지경 담론들이 뭉뚱그려진 도정 목표이기도 하다.
[박경훈의 제주담론] (32) 에 붙여2009년 9월 30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즉 알기 쉽게 말해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유학자들에 의해 혹세무민하는 미신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의 민족문화말살정책에 의해,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 깃발이 온 국토에 나부끼던 기간에는 역시 미신으로 핍박받던 한국의 무(巫), 그리고 굿. 1만 8천 신들의 고장이라는 제주, 그러한 제주문화의 정수였던 굿이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세계적인 문화로서 인증을 받았다. 슬프게도 안에서...
[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⑤-도지사 직속 제주어살리기운동본부 설치해야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제주어문화운동이 시작되어야죽어가던 언어의 불씨를 되살린, 앞의 성공적인 사례들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전면적인 언어부활정책을 펼쳤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어의 위기를 지방정부만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또한 현재 지
[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④ - 언어권, 인간이 지닌 태생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제주어 보전에 대한 논리를 펴면, “이미 표준어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왜 굳이 꼭 제주어를 살려야 할까?”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실제로 그런 생각을 지닌 제주도주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인식을 지닌 그룹들로 인해 한때 제주도를 ‘영어공용화지역’으로 ...
[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③- ‘유산등재’는 국가적으로, ‘유산위기’는 지방이 알아서 해라?현재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건수는 엊그제 등재된 남한산성을 포함해 세계유산 11건(문화유산 10건, 자연유산 1건), 세계기록유산 11건, 세계지질공원 1건, 창의도시 3건, 인류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 16건,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5건(북한 4건)(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②-언어는 자연히 죽는 것도, 자살하는 것도 아닌 ‘말살’당하는 것일제의 식민지배 수단으로 시작된 표준어정책의 역사제주사람 이방익의 중국 표류행적을 들은 정조가 그의 글이 시원치 않자, 당시 명문장가였던 박지원에게 명을 내려 짓게 한 표류기 《남유록》에는 “탐라인으로 외국에 표류한 자들이 거짓으로 본적을 칭하기를, 영광 전주 강진 ...
[박경훈의 제주담론] (31) 세상의 모든 일보다 급한 일, 제주어 살리기 ① - 절멸 속도 못 쫓아가는 제주어 회생의 노력원희룡 새 도정이 들어섰다. 탕평과 협치를 내세운 새 도정은 도정목표를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워 궁극적으로 세계를 품는 제주로 발전한다.”라고 밝혔다. 제주의 자연과 사람의 가치는 그렇다 치고,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건 문화의 가치인데, 원희룡 도정은 제발 제주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발
[박경훈의 제주담론] (30)문화적인 품격과 영혼 없는 도정 그리고 천박한 경제제일주의가 투합한 풍경지방선거의 열풍이 종반전에 이르렀던 지난 달 31일, 성산일출봉에 난데없는 대형 간판이 세워졌다. 세계적 다국적 다단계회사인 중국암웨이의 ‘Amway’라는 영문로고를 입체물로 만든, 높이 6m에 너비 20m의 대형 로고간판이 성산일출봉 전면 잔디밭 위에 세워진 것이다. 당시 이곳을 찾았던 내국인 관광객들은 눈이 휘
[박경훈의 제주담론] (29) 정녕 후세들에게 싸질러 놓은 똥을 대대손손 치우게 할 것인가?218m ‘초고층 빌딩(supertall skyscraper)’인 드림타워의 바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무를 더 심어라.”라는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회’의 조건부 요구사항은 건설강행 면죄부에 대한 면피용 카드도 되지 못하는, 지나가던 소가 웃을 코미디다. 그들의 ‘전문성’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이들이 과연 전문가인가?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