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20일 일요일 오후 2시 아침 마당이 하얗다. 어제 날씨가 포근했음에도 도롱뇽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밤사이 눈이 쌓일 것을 도롱뇽은 이미 알고 있음이었다. 중실도 서실도 살얼음으로 덮였다.누군가 다녀갔다. 서실 근처 조그만 바위에 내려앉은 눈 위로 발자국들이 찍혀 있다. 서실에 있는 바위 하나도 서 있다. 아마도 잠자는 도롱뇽을 찾아 들춘 것이겠지.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오후 4시 50분오늘도 제법 쌀쌀하다. 간혹 눈발이 날린다. 이들도 산란 예정일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05일 토요일 밤 11시 30분옆새우와 어머니의 사삼준수와 함께 장수물로 갔다. 물이 줄어든 것 외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 많던 연가시도 어디로 갔는지, 장수발자국엔 옆새우만 부메랑이 날 듯 슝 슝 움직이고 있다. 새우라고 하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난 딱새우나 새우젓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웃집 이춘아 삼춘을 찾아갔다. 미루다가 듣지 못한 어머니의 4⸱3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같이 총을 맞았다는 것까지뿐, 워낙 말이 없으셨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관찰일기 쓴 날: 2021년 1월 25일 16시 10분제주 특산 중 하나인 제주도롱뇽을 아십니까?2010년 3월 중순, 우연히 들렀던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성의 장수물에서 장수발자국 안에 가득한 도롱뇽알을 보았습니다. 주변엔 몇 개의 알이 훼손된 채 말라가고 있었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그게 제주도롱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 몇이 도롱뇽알을 술에 타 마시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로포장, 인공배수로 등등의 이유로 도롱뇽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했지요. 제주
‘풀무질’ 하면 대장간의 담금질이 먼저 떠오른다. 서울에서 풀무질이란 이름을 내걸고 28세 때부터 54세까지 26년 2개월 11일, 지금은 구좌읍 세화리에서 제주풀무질이란 이름을 내걸고 동네책방을 꾸려가고 있는 은종복 씨를 만났다.그가 운영하는 책방 이름 풀무질에는 1970~80년대 잘못된 군사정권에 불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이 숨어 있다. 책방을 방문하기 전, 문의하는 과정에서 꼬박꼬박 대꾸해주는 그의 문자에선 따뜻함이 묻어났다. “서울풀무질을 떠나다”약 1억 5000만 원, 서울풀무질을 그만두면서 남은 건 빚뿐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숲속 작은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섰는데토끼 한 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살려주세요날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총으로 나를 빵 쏜대요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동요 “숲속 작은 집 창가에”구좌읍 송당리 제주살롱 창가에 앉았다. 비자 향이 솔솔 코로 스며드는 것 같다. 어디선가 “숲속 작은집 창가에”란 동요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북카페 겸 책방을 하리라는 목표로”2017년, 이재호 씨는 북카페 겸 책방을 하리라는 다짐으로 내려왔다. 전에 왔을 때나 북카페 겸 책방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을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나무에 불면녹색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꽃바람이 된다 방금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어떤 바람이 됐을까 - 호시노 도미히로, 어떤 바람 전문5월 초입의 소리가 어떤 바람을 타고 맴돈다. 맴돌다가 어느 집 문 앞에서 멈춘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는 치렁치렁 늘어진 담쟁이를 흔든다. 그리고 슬며시 문을 민다. 안에서는 돋을볕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한 송이 꽃인 양 반기는 사람이 있다. 책방지기 김세희, 이용관 부부다.“제주의 소리”바람, 이 어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이
흔히 카페라 하면 목이 좋은 곳, 즉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은 주택가에서도 작은 카페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심심찮은 풍경을 파고든 동네 책방 “금요일의 아침, 조금 + 한 뼘 책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발길을 떼기가 두렵다.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든 코로나19가 칼날을 겨누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님께 양해를 구했다. 기꺼이 휴일을 할애해 주셨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도이동에 위치한 “금요일의 아침, 조금 + 한 뼘 책방” 책방지기 조은영 씨를 만났다.“2021년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 중 중국역사문화탐방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 고 조영필에게 바치는 시 뉴스를 봅니다, 역사문화탐방에서 날개 달고 저 하늘로 날아간 내 친구 영구차 뒤를 따라서 장맛비가 내립니다 손 한 번 흔들어 봐 마지막 인사인 걸 네 목소리 예 있는데 영정은 말이 없네 백두산 자락을 따라 꽃이 되어 돌아온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어느 곳에든지 있다. 하지만 우린 그 상황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희로애락을 인생이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다. 7월이 열리...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자귀나무 유월이다. 유월이면 구태여 숲으로 가지 않아도 내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자귀나무 꽃이다. 마치 쥘부채를 펴고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분단에 쐐기를 박아버린 한국전쟁. 해마다 유월이면 평화를 주제로 한 필독서가 선정된다. 물론 필독서 속엔 그 쐐기를 뽑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작년 6월엔 황선미 선생님의 《희망의 단지 DMZ》가 5학년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읽는 내내 나의 무식을 확인하며 ‘언젠가는, 언젠가는 비무장지대라는 그곳에 가보고 말리라...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등심붓꽃 내게는 우렁각시 손이 하나 더 있지 벌나비와 종일토록 마당을 맴돌다가 구십 줄 다다른 당신 내리사랑 피어나 볕이 들면 얼굴 펴고 흐린 날은 저도 아파 꽃잎조차 펴지 못해 굽은 허리 두들기며 저물녘 쌀을 퍼내어 치대기는 손끝에 붓끝으로 쓰지 못한 당신의 마음결이 전기밥솥 그 안에서 밥알로 날 반기시네 등신아 이제 알았니, 죽어 여한 없단다. 해마다 5월이면 전령인 듯 내 집 마당에선 등심붓꽃이 피어난다. 뭘허자고 허드렁헌 검질덜만 주워다 심느냐고 타박하던 어머니께서도 이들이 피어난 걸 보면 ...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갯메꽃 2014년 4월 16일. 안오름에 갔다가 내려오던 그 길 그 순간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날마다 보는 풀꽃들이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휴대전화의 갤러리 화면을 넘기다 무심코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터넷이 술렁였다. 바다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세월호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의 현장중계. 덜컥, 무슨 일이랴 싶었지만 모두 구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구조된 사람도, 시체로 돌아온 사람도, 유가족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도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개불알풀꽃 꿈, 희망, 생명……. 봄은 역시 활력을 가져다주는 긍정의 계절이다. 무심코 짓밟고 지나던 잡초에 꽃이 피어 되레 우울한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 발길을 멈추고 무릎을 구부렸다. 마치 신선의 세계에서 내려온 별들이 오종종 모여앉아 봄날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식물들에도 글씨체가 있다. 예를 들면, 붓꽃은 궁서체, 등심붓꽃은 명조체, 광대나물은 안상수체, 요 녀석 개불알풀꽃은 굴림체다. 나는 과연 어떤 글씨체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매화▲ 백매화. ⓒ고봉선코앞에 설이고 보니, 치러야 할 일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며느리로서 죄의식이 앞선다.얼마 전, 시모님께서 보내주신 매실차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아들 녀석들이 차지하고 앉았던 컴퓨터. 실로 몇 년 만에 내게 왔는지 모른다.지금 내가 마시는 이 매실차는 시댁 마당에 열린 매실로 담근 것이다.달랑 한 그루 있는 나무에 얼마나 달렸으랴만, 그래도 시모님께선 항상 우리 몫으로 2리터 남짓 보내오신다.올 설에도 시댁 마당엔 매화가 피었을까?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봤지만 시댁에서 ...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철쭉▲ 철쭉. ⓒ고봉선도전이란 졸린 눈 비비고 등산화를 신는 것. 이십 키로 감량 목표 7개월째 다이어트, 목표치 얼마 안 남았다 싶으면 다시 멀어지려 한다. 힘들다. 인제 그만 주저앉고 싶다. 형체도 모를 그 누군가, 자꾸만 그만하라 속삭인다. 에라 모르겠다, 이불을 걷어찼다.라이트를 켜고 오름으로 향했다. 빗방울이 하나둘 차창에 와 닿는다. 악셀을 밟던 발끝이 잠시 주춤거린다. 머
[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봉선화▲ 봉선화. ⓒ고봉선봉 선 화 -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노래 김천애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 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시를 먹고자라는 식물원] 장미‘장미꽃’ 하면 저는 왠지 유럽의 화려한 파티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많은 종의 장미 원산지는 대다수가 아시아라고 합니다. 색깔도 다양하거니와 야생 장미도 있고 재배되는 장미도 있습니다. 한 송이씩 피는 장미가 있는가 하면 무리 지어 피는 장미도 있습니다. 홑꽃이 있는가 하면 겹꽃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닌 장미는 가시를 지
[고봉선의 꽃과 함께] 양하 추석이 다가오면 으레 ‘양하가 열렸겠구나.’ 하면서도 쉽게 들춰보진 않는다. 당연히 수확시기도 놓치고 만다. 녀석이 줄기는 무성하여도 겉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6개월, 제대를 눈앞에 둔 막내가 추석 이튿날 휴가 나왔다. 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답지 않게 양하를 좋아했다. 톡 쏘는 향이 좋다나 어쩐다나. 녀석을 위해 겉절이라도 해볼까, 양하 앞에 섰다. 잎을 젖혔
재능계발과 문화향유를 위한 첫걸음 / 제주영상위원회 고창균 팀장우리나라 고도성장을 이야기 할 때 빼 놀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교육의 힘이라고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교육은 인재양성과 직결된다. 과거 역사적으로 되돌아 보면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부국강병을 이야기 할 때면 항상 인재양성을 강조하곤 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겨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은 한시도 게을리
[고봉선의 꽃과 함께] 고구마꽃 행운은 늘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굴러오는가, 아침 운동 나갔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고구마 꽃을 만났다. 몇 년 만인지 모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두어 번 보고는 다시 볼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설레던지 가슴이 다 벌렁거렸다. 인가와 가까이 있어 텃밭처럼 이 작물 저 작물을 심어 놓
가까운 산에라도 오를까? 단지 휴대전화 하나만을 들고 집을 나섰다. 종종 지나치는 마을 안길, 어느 집 담벼락에 희끄무레하니 대롱대롱 매달린 그 무엇인가가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먼지가 저렇게 앉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쓰레기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일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마치도 자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