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에 물이하늘을 비춘다.우리의 마음도 물빛처럼흔적이 없다.구름이 떠돌면구름눈이 내리면 눈비가 내리면비만 비출 뿐인생은 그러한 경계 속에서 자기 그릇만큼 살아 간다.맑고조용하고욕심내지 않는그릇은 세상 사람들의거울이 되듯 한 겨울김영갑 갤러리를다녀오며 / 끝* 지금까지 ‘제주산책’을 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주에 돌담은 마음을 비운 수도승과 같다.인연을 접고 출가한 몸이무엇을 더 바랄건가.바람을 막지 않고시선을 막지 않고소리를 차단하지 않는그 돌이 제주돌이다.남쪽바다 바람소리가 담장에서 들려오고, 비가 올 때도 구멍 송송한 담장 안으로 스며 촉촉하게 젖어고,밤하늘에 별들도 그 돌담에 퍼질러 앉아 전설을 만들어내며.그것이 설문대할망의 이야기 인지도 모른다.이웃집 굴뚝에 연기가 나나감귤은 제대로 크고 있나엄마가 물질하러 나간사이 아이는 제대로 밥은 먹나 혹시 누군가 급한 일이 생겼는데도 이웃으로써 모르고 있었나!..그런저런 우리네 삶들이
소설(小雪)을 이틀 앞둔 새벽, 한라산 꼭대기에 눈이 하얗게 내렸다. 올 겨울 들어서 처음 보는 눈이다.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이른 봄, 서귀포에 정착해 아침에 반사하는 바다 물결과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는 정취와 열정. 그리고 주변에 4.3사건의 이야기를 문화원장에게 들으면서 발로 찾아가며 제주사람들의 삶이 어쩌면 나의 조그마한 일기가 시작됐었다.햇볕이 따스한 날, 추사 김정희 유배지의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뜰과 바람, 햇살에 고즈넉이 도란도란 흔들리는 모습도 정겹기만 했다.봄바람이 싸하게 불어 대면, 성산
들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지만그 중에 한 꽃가까이 가보면 더 진한 향기로세월의 내면을 말하고 있다.세상 이치도그렇다.그 사람을 멀리서 보면그 사람은 어려움도괴로움도 없이시냇가의 햇살처럼무심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가까이 바라보면바람과 이슬 저녁노을이흩고 지난눈가에 희로애락과잔주름도 섞여 있다.꽃에게 말을 해보면가슴에서 울리는 깊은한 숨도향기로 품어내고 있다.그렇듯우리 삶은모두가 깊은 애증과번민이 스며있는데,그것이아름다움이다.언덕길에도오솔길에도아무도 찾지 않는외딴집 모퉁이에도꽃은 핀다.하얀 꽃노란 꽃붉고 진한 꽃도 있다
며칠 전 한림읍 금악리에 ‘탐나라공화국’에 다녀왔다. 지인의 소개로 처음 갔을 때는 늦봄이었는데, 어느덧 억새가 자랄 때로 자랐고 메밀꽃도 이제 지고 있는 가을의 속살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달이 휘영청 떠있으면 섬으로 이사 온 나의 영혼은 외롭고 적적하며 또한 무심해지기 까지 했다. 때마침 초청을 해온 그곳에선 ‘노자처럼 살자’의 세미나였다.어떻게 살아야 노자(老子)처럼 사는 것인가?노자(초나라 때)는 이 시대에 무엇을 이야기 하고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가 하는 말도 생소했다. 때마침 점심이 되어 탐나라공화국 강우현선생은 이런 제안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목욕제계하고 청수(淸水)를 불전에 모시고 기도를 시작하면 6시가 된다. 지난 추분이 지난 뒤로 동쪽의 일출의 너물이 조금씩 늦다. 엊그제는 태풍이 불어와 밤새 법당 창문이 덜컹거렸고 나뭇가지는 꺾이고 키 높이 자란 종려나무 해묵은 잎새도 바람에 크게 흔들리다가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 동이 트고 마당에 나가보니 여기저기 밤새의 흔적이 너절하게 나타났다.자연의 섭리에 또 다른 자연의 노니는 모습이다.이처럼 자연도 한 번씩 잠잠했던 세상에 흔들어 놓기도 하고 뒤집기도 해서 또 사람들에게 고마움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
며칠간 새벽이고 또는 늦은 밤이고 간간히 창밖에 비가 내렸다.그때 마다 내 몸은 알아차렸다. 몸이 무겁거나 수술한 자리가 저리거나 했다. 인간에 태어나서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또 수술을 한두 번을 하는 게 우리 삶이다. 어떤 사람은 제왕절개수술 했던 자리가 비만 오면 가렵고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사람들은 마음에 상처도 때로 힘들지만 몸의 상처는 더 힘들게 여기진다. 그것은 내가 끌고 다니던 모시고 다니던 형체로써 나를 받쳐주고 있는 몸이기 때문이다.뭐든 대단하지 않는 게 없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법회 마치고 마음 편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다. 느긋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 성직자들의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내가 아는 지리산 암자에서 법회를 보는 스님이나 대형교회의 목사님이나 신부님이나 법회에 임하게 되면 가장 긴장된다. 보다 더 정성스럽게 마음속에 공감대가 형성되도록….법당에 선풍기를 틀어놔도 그다지 시원하지 않다. 이번 주 설법은 ‘내가 당할 자리에 당해주는 게 큰 공부길이다’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소리지! 당한다는 것은 바보이고, 권리침해이며 스스로 무능력함으로 인식되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용기 없는 행동이다'라고 하며
한라산의 정기가 뭉쳐서 제주가 되었고 남쪽으로 용암이 흘러 서귀포가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은 그 기운에 넘쳐 또 작은 섬이 되어 봄이면 조랑말 뛰노는 곳에 유채꽃이 노랗게 피고 여름이면 이름 모를 꽃들이 이산 저산 그리고 오름의 길모퉁이에 핀다. 가을에는 노랗게 귤밭에 열매가 맺고 겨울이면 바닷가에 조용히 파도가 지나온 세월과 이야기를 수평선에서 넘어온 물결로서 말해준다이제 고민과 괴로움을 내려놓으라고…….사람들은 제주 섬을 환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주 섬은 기도의 섬이다.아침 해가 뜨는 성산의 일출과
“평화의 섬”누군가 이렇게 말을 했을 때 “그렇군” 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평화, 삶의 평화 그리고 인간 군상의 평화로움이다. 얼마 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아래 들판)' 비행장 터에 갔다. 그때 느끼는 여러 가지 슬픈 이야기와 근현대사의 사건이 비석에 영롱하게 새겨져 있었고, 사건의 요약도 일목요연했다.세월 속에 잊히고 참아내며 기억을 숨길 수 없었던 그 때 사건들의 땅이었다는 것과 해질녘 들판에서 밭두렁에 풀들이 바람결에 서성이는 모습과 함께 나는 서 있었다.평화로운 이 땅. 현실의 고된 삶과 강제된 삶의
언제 그랬냐는 듯아침은 맑게 개였다세상도 그러하리라궂은 날, 괴로운 날 혹시 이건 악몽은 아닐까기가 막힌 날왜 없을까...그러나 그 시간도 한 때이다세상은 한 때를 살아간다그 한때를 살아가며 몸부림치며가슴 아파 한다그게 인생이다어제 차를 몰고 비바람 속에 운전하며 생각한건 이것인생이란아니 '나'라는 건전생에서 내생으로 건너가는 뗏목과같은 게 이생의 ‘나’ 지금 '나'라는 것이다그러니 그런 줄 알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헌 뗏목이면 어떻고강물 한 구석에서 빙빙 돌면 어떻고앵두나무 그늘에 배가 멈추었다고소리칠 일도 없다.그
가뭄이 조금 심하다 했는데 엊그제부터 연삼일 밤낮으로 비가 내렸다. 서귀포는 귤 농사가 으뜸이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민들은 물주기에 바쁘다. 이른 봄에 거름을 내고 다음에 나무전지를 하고 농약을 한두 번 하고 비가 내려주면 귤농사는 잘된다. 귤꽃이 필 때는 꽃향기로 마을을 넘실거린다는 이 마을 사람들의 자랑거리다. 육지 사람들은 귤 향기의 그 짜릿함을 잘 모른다. 또한 귤꽃이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른다. 다들 “한라봉이 어떠니, 천혜향이 어떠니”하고 입맛 이야기만 할뿐 귤 나뭇가지 전지에서부터 봄에 꽃이 피고, 비 내리고 살균제를
새로운 인연은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올봄 제주에 터를 잡은 본산 정은광 교무(원불교 서귀포교당) 역시 마찬가지다. 원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철학, 미술, 미학에 조예가 깊은 정은광 교무가 20일 간격으로 [제주의소리]에 ‘제주 산책’을 연재한다. 신실한 신앙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섬 곳곳을 누비면서 풀어낼 글과 그림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고려시대 13세기 문화사에 지평을 열었던 이규보(1168-1241)는 이런 절묘한 시를 선사했다. 산속스님 달빛이 탐이 나서 山僧貪月光물 병속에 함께 길어 담았네. 甁汲一壺中절
새로운 인연은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올봄 제주에 터를 잡은 본산 정은광 교무(원불교 서귀포교당) 역시 마찬가지다. 원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철학, 미술, 미학에 조예가 깊은 정은광 교무가 20일 간격으로 [제주의소리]에 ‘제주 산책’을 연재한다. 신실한 신앙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섬 곳곳을 누비면서 풀어낼 글과 그림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도에 와 첫 번째 받은 선물이 책이었다.선배가 준 《때가 되면 꽃이 피리라》라는 금강경(金鋼經)의 해석서이다. 아시다 시피 금강경은 불교경전 중에 가장 으뜸이라고 하는 책
새로운 인연은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올봄 제주에 터를 잡은 본산 정은광 교무(원불교 서귀포교당) 역시 마찬가지다. 원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철학, 미술, 미학에 조예가 깊은 정은광 교무가 20일 간격으로 [제주의소리]에 ‘제주 산책’을 연재한다. 신실한 신앙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섬 곳곳을 누비면서 풀어낼 글과 그림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스승님의 말씀 노트에 이렇게 적혀있다.‘옳은 일은 죽기로써 생명을 바쳐 하고, 그른 일은 죽기로써 생명을 바쳐 끊어 버리는 공부를 계속하면 거기에서 힘을 얻는다.’세상사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