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등교해서 점심시간마다 오순도순 모여 점심을 먹곤 했다. 서로 반찬을 나눠먹고 뺏아 먹으면서도 자리 만큼은 꼭 친한 친구끼리 모이기 마련이었고, 어느 날 도시락 팀에서 혼자 떨어져 나가거나, 다른 친구들의 자리로 옮겨 간다면 그것은 분명 그들 사이에 이상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늘 혼자서 먹는 아이, 숟가락
10년 전, 처음으로 ‘제주어말하기 대회’에 내보내기 위해 학생들을 지도하였었다. 2명이 대화를 이어가면서 관중들에게 설화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아마도 원고를 쓰는 데만 2주 정도는 걸렸던 것 같다. 대본을 쓰고 나서 전공 교수님께 부탁하여 제주말을 제대로 표현하였는지 감수 과정을 거치고, 한 달 이상을 제주말 연습을 시켜 대회에
민요는 문자가 없던 시대부터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삶을 노래하고 사회를 반영해 온 구술문화이다. 그러나 민요는 교과서의 주요 학습내용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생각 넓히기’나 ‘심화·보충’에서 한두 편 다뤄질 뿐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소리꾼들의 삶과 노래를 들려주거나, 인터넷에서 퍼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언젠가 동료들과 '한능력', '한똑똑'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직장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구조적인 '유리천장'에 막혀 현실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 이 문제는 여자들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곁에 와있는 줄만 알았던 봄이 주춤거리는 사이, 삼월도 벌써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음력으로는 아직 정월이니 겨우살이를 나는 게 지극히 당연한데도, 봄에 대한 기다림은 간절하기만 하다. 소규모 농촌학교의 새 학기는 봄뜻을 앗아가는 꽃샘추위만큼이나 오슬오슬하고 황량한 몸살 증후군을 앓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5학급이었는데 올해 들어
문답식 협력학습에 매료되다티벳의 세라 사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티벳은 불교국가로서 교육은 대개 사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사원은 정해진 시간에 학승들의 수업장면을 공개하는 까닭에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도 시간에 맞춰 수업을 보러 갔다. 사원에 도착해보니 붉은 승려복을 입은 젊은 학승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고 그
5년 전, 나는 삼십 대에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언어도 서툴고 지도 보는 법도 익히지 못했으면서, 오로지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감행한 자아실현 프로그램이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찍고 돌아오는 여정이었는데, 숙소만 예약하고 도착지에서 가이드북을 들고 물어물어 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방학의 달콤함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것은 언제나 몸이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자명종 소리, 다시 10분 후에 이어지는 모닝콜까지 모두 들으면서도 날마다 두어 번은 더 꿈속을 헤매게 된다. 여느 아침과 달리 오늘은 신기하리만치 자율적으로 몸이 작동되었다. 부러 다짐하지 않았건만, 몸은 언제나 정직하고 실리적으로 스스로
십이월은 학생들에겐 숨통이 트이고, 선생님들에겐 눈코가 막히는 시기다.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등교시간까지 20여분 늦춰지면서 학생들은 빈둥거리고, 수업시수 확보와 성적처리, 학기말 마무리 등으로 선생님들은 종종거린다.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이 무렵이다.우리 학교는 12월 30일에야 겨울방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잘 써야 할 시간이 여느 때보다 많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