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 제주 梁 씨* 고 : 제주 高 씨* 밸딱(또는 밸착) :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발딱하는 모습. 짓시늉말(의태어)재미있는 속설이다.제주에는 삼성신화(三姓神話)가 전해 온다. 지금으로부터 약 4300년 전,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삼을나(三乙那) 삼신인(三神人) 곧 高을나, 梁을나, 夫을나가 삼성혈(三姓穴)에서 태어나 수렵 생활을 하다가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벽랑국(碧浪國) 삼 공주를 맞아 혼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농경 생활이 이뤄졌으며, 마침내 탐라 왕국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탐라개국신화다. 이 탐라개국신화는 다른 대
* 아적(아척) : 아침* 존다니 : 잔소리, 군소리* 쉐발 : 소발(牛足)* 꺼끈다 : 꺾는다재미있는 말이다.아침은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신선한 시간이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여러 가지 구상도 하려니와 일에 대한 계획을 짜거나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점이다. 가슴이 부풀거나 활력으로 넘칠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걱정되거나 긴장돼 정신적인 여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누가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기분이 상하게 마련이다. 잔소리란 게 상대방에 대해, 하는 게 눈에 들지 않아, 이래
* 뻬장 : 뼈장(~葬), 이장(移葬) 또는 이묘(移墓)뻬장(뼈장)이란 시신을 매장한 무덤에서 다른 곳으로 새로 묻는 장례다.이장(移葬)하는 것인데, 우리 조상들은 선묘 이장 등에 이만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풍수에 정통한 정시(地官)을 찾아가 새로 옮길 묘지를 정한 뒤 택일을 해야 한다. 지관이 상제(後孫)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명당지지를 찾느라 몇 날 며칠 산속을 헤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선묘에 공들이고 정성을 기울였다. 행여 그렇지 않고 장지와 날을 성의 없이 아무 곳에나 또 아무 날에나 일을 치렀다가는 상주의 가문에
* 비바리 : 처녀의 제주방언* 늙어가민 : 늙어 가면, 늙으면* 가래착 : 맷돌 짝, 맷돌의 아래짝* 지영 : 지어, 등에 지고* 산더래 : 산으로알고 보면 이만큼 육감적인 표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서술에서 벗어나 기가 막힌 비유를 하고 있는데, 얼른 눈앞에 그려 볼 수 있게 행동화‧구체화하고 있으니 말이다.처녀가 맷돌짝을 등에 지고 딴 데도 아닌 산중으로 내달리고 있으니, 이게 어디 그냥 넘어갈 일인가. 맷돌은 옛날 보리나 콩 따위 곡식을 갈라 알곡을 만들어 내는 긴요한 용구였다. 위아래 두 짝이 맞물려 있는 걸 손잡
* 뱃질 : 뱃길구개음화 현상으로 길→질 (예 : 길다→ 질다, 뱀→진 것)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절해고도다. 지금은 하늘길 뱃길이 원활해 물리적인 거리가 엄청나게 단축됐다.하늘길 가운데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게 서울-제주 노선이란 통계가 있다. 지난 4월 영국 항공교통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노선을 오고간 운향 횟수는 7만 9460회였다고 한다. 매일 210편의 비행기가 오고간 것이 된다. 5~10분 간격으로 뜨고 내렸다는 얘기가 된다. 바닷길 또한 탁 뚫렸다. 호화여객선에다 쾌속이다. 제주-부산,
* 애기 설 때 : 아기 뱄을 때, 임신했을 때 * 벡보름 : 바람벽, 방의 벽 * 먹구쟁 혼다 : 먹고 싶어 한다 여자가 임신으로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면 갖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그 집 메누리 허리가 커져서라(그 집 며느리 허리가 커졌더라)’고 하는 건 외양으로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를 얘기한 것인데, 그에 그치지 않는다. 임산부가 겪어야 하는 특별한 고통이 따로 있다. 입덧이 나타나는 것이다. 심하면 중환자가 따로 없다는 게 입덧이다. 몇 날 며칠, 또는 몇 달을 자리보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평소보다 닥치는 대로 무얼 먹
* 지 앞씩 : 제 앞씩, 제 앞의 것만* 근어 먹나 : 그러내 먹는다. 끊어 내 먹는다어릴 적 일이다. 집에 기르는 닭과 친했다. 그때는 레그혼 같은 외국에서 들여온 종들이 있었다. 깃털 빛깔이 알록달록 고와 사랑스러웠다. 한 달이면 스무 개 가까운 달걀을 낳았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없던 시절 달걀은 최고의 반찬감이었으니까. 녀석들 알을 낳자마자 화급하게 둥지를 나오며 꼬꼬댁 꼬꼬댁 소리 지르는 게 신기했다. 닭들이 마당이나 우영(텃밭)에서 먹이를 찾아 먹는 것을 유심히 보다 놀랐다. 자기 앞엣것만 쪼아 먹지 남 앞에 덤
* 뒐쳇종저 : 될성부른 종자(種子)* 귀귀작빡 : 귀 모양으로 생긴 쪽박, 여기서는 씨를 뿌려 떡잎이 될 새싹의 모양6월 초에 보리를 거둬들이고 나면 곧바로 조 농사를 한다. 조 씨를 뿌려 돋아난 새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잎으로 움튼 모양이 마치 사람의 귀같이 생겼다. 크기야 작디작은 것이지만 귀 바퀴를 닮은 데서 ‘귀모양의 쪽박’이라 묘사한 것이다. 농작물의 싹을 자세히도 관찰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비유다.보리는 싸 뿌려 흙을 사람의 발로 대충 덮어주면 싹이 잘 튼다. 파릇파릇 돋아나 한창 자랄 시기(겨울)에 밟아주기만 하면
* 대왓 : 대밭* 더래 : ~에게, ~쪽으로* 몬저 : 먼저얼른 이해가 안 가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썩 재미있는 비유다. 예전 서당 시절엔 글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훈장님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며 가르쳤다. 왜 그 글자를 못 쓰느냐, 왜 그 문구를 외우지 못하느냐면서. 독특한 서당교육 풍경이었다.회초리로 쓰는 게 대나무였다. 마소 회초리로 쓰는 윤노리나무와 구별됐다. 훈장님 회초리를 맞으며 열심히 공부한 학동(學童)이 나중에 장성해서 학문을 대성했다. 이 얼마나 흐뭇하고 경사스러울 일인가. 회초리가 한몫을 한 것 아닌가. 분명
* 독 : 닭(鷄 : 닭 계)* 독새기 : 달걀, 계란(鷄卵)* 난다 : 낳는다깃털이 검은 닭이라고 달걀까지 검으란 법이 없다. 겉은 검어도 흰 알을 낳는다. 비록 겉이 다 새카맣지만 그 속까지 검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함에 겉과 속, 표면과 내면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또 구분돼야 마땅함을 나타낸다. 따지고 보면, 사물의 진정한 가치 곧 문제의 본질은 겉모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오골계’라는 닭이 있다. 분명 닭의 한 종류다. 한데 야릇하게도, 닭은 분명 닭인데 희거나 누렇거나 하지 않다
* ‘개’라고, 옛날 푸대접 받던 개만이 아니다. 사냥개, 안내견, 군견에 이어 의식이 흐름을 따라 애완견에서 요즘 반려견에 이른다. 사르트르와 개 얘기까지 미친다. 그러니 개도 개 나름이란 생각이 든다. ‘개값’이라 함은, 물건 값이 헐값임을 빗댈 때 하는 말이다. 집에서 기르는 닭이나 오리 같은 두 발 달린 건 가금이고, 말이나 소처럼 네 발 달린 건 가축이다. 가축 가운데서도 말과 소 그리고 돼지는 특히 생활에 유익하다. 마차를 끌거나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 됐던 말. 밭을 갈고 수확한 곡식을 실어 나르던 소 그리고 구정물에
* 고망 : 구멍(穴)* 당장 : 옛 시절 서원(書院)에 딸려 있던 사내종, 堂長‘당장’의 본뜻은 서원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종(하인)인데, 여기서 말하는 ‘고망 당장’은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집 안에만 박혀 사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물은 좁은 공간 곧 운신 폭이 좁은 활동반경을 빗댄 말이다. ‘고망 당장’이란 우물 안 개구리같이 지극한 한정된 생활공간에서 살아가는 속 좁고 실속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당장 노릇밖에 못하게 되면 옹졸한 사람임을 면치 못한다
* 이그러진 : 되바라진, 몹시 데면데면한* 방멩이 : 방망이* 서월 : 서울* 강 : 가서, 가면* 팩혼다 : 기물 따위가 바위 같은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깨지는 것을 말한다. ‘팩’은 깨지는 소리를 시늉한 의성어. 여기서는 기세에 눌려 쩔쩔 매는 모습을 빗대고 있다.옛날이나 오늘에나, 또 어느 지역 어느 마을에나 제가 제일인 양 잘난 체하는 사람이 한둘 있게 마련이다. 남들이 인정해 줘야 잘난 것이지, 저 혼자 잘났다고 우쭐거리는 건 참 우스꽝스럽고 볼썽사나운 노릇이다.그럼에도 그렇게 으쓱대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느 곳에나 있으
* 웨로운 : 외로운* 낭 : 나무의 제주방언* 웨돔박 : 외동백, 돔박낭, 동백나무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는데, 그 나무에 열매라곤 딱 하나다. 외로운 풍경을 그림처럼 그리듯이 표현하고 있다. 속담의 표현이 독특함을 자아내고 있어 인상적이다.하나만은 외롭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의 경우가 매한가지다. 하나는 외톨이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가 다른 나무들에서 떨어져 외따로 우뚝 서 있어 외로운데, 바로 그 나무에 동백열매마저 딱 한 알이 달려 있다. 더욱 외로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한데 이것은 단지 나무의 모습이 아닌, 사
* 사농 : 사냥* 안 헌다 : 아니한다사자나 호랑이가 정글의 제왕인 건 맞는 말이지만,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게 인간이다. 사람에게는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공작과 기예의 손이 있다. 무기를 만들어 활이나 총 한 방이면 쓰러뜨린다. 마음만 먹으면 맹수에서 순한 동물들, 하늘을 나는 날짐승이며, 바다의 물고기까지 마음대로 포획할 수 있다. 하지만 산 짐승을 아무 때가 함부로 잡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포획하다 보면 멸종될 위기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어류의 짐승의 산란기, 새끼를 치는 시기엔 사냥을
* 어룬안티 : 어른한테(에게)* 뱁곡 : 배우고* 아이안티 : 어이한테(에게)늙도록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무궁무진한 것이 배움이다. 유치원에서 시작한 배움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학원을 나온다고 다 배우지 못한다. 배움에는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말이다. 배워도 또 배워도 끝이 없기도 하거니와 배우는 데 따르는 그 즐거움을 무엇에 비할 것인가. 시골에서 농사만 짓다 늘그막에야 한글을 익혀 시를 쓰는 할머니들 얘기는 한마디로 감
* 상고지 : 무지개* 사민 : 서면 * 들른다 : (날씨가)갠다 시계가 없던 옛 시절에도 시간을 헤아렸다. 잠자다 일어나 졸린 눈 비비며 뒷손지고 서서 하늘의 별자리 이동을 보고 날이 샐 때가 멀지 않았음을 짚어냈다. 북극성이나 북두칠성이 앉은 자리가 흐는 걸 보아 어림짐작했던 것이다. 어림짐작이라 하고 있지만 거의 틀림이 없었다.날씨를 예측하는 것도 못지않았다. 달이 갓을 써 달무리지면 비가 올 징조라 했다. 한라산이 동네 앞으로 성큼 다가앉으면 우친다고(비 날씨) 짐작했다. 놀라운 예지력이고 통찰력이다. 오랜 세월 살면서 얻어
* 조드는 : 걱정하는* 산짓물 :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샘물의 이름. 지금은 산지천(山池川)으로 확대되면서 생태계가 복원됐다.* 궁근 : 흔들거리는* 팡 : 짐을 내려놓고 쉬게 만들어진 곳(쉼팡)인데, 여기서는 빨래터에 있는 넙죽한 돌판을 말함.* 앚나 : 앉는다 걱정거리가 많아 늘 수심에 겨워 있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자꾸 곤란한 일만 겹치게 된다. 수심이 또 다른 수심을 부르는가.오죽 했으면 빨래하러 산짓물에 가 앉았는데 앉은 돌까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할까. 하필 흔들리는 돌판을 만난 거다. 까딱하다 넘어져 물에 빠질라. 그
* 좋아난 : 좋았던, 좋아하던* 더을 : 후유증, 몸에 배어 버린 습관 혹은 그런 버릇버릇은 제2의 천성이라 한다. 후천적인 쪽이 많다. 좋았던 버릇은 몸에 진득이 밴다. 고생을 해 보지 않고 호강만 누리던 사람이 갑자기 쪼들리는 형편에 맞닥뜨리면 이만저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도저히 견뎌 내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기 쉽다. 어려움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세상살이 어려운 줄 모르고 편하게만 살다가 곤경에 빠지면, 돌변한 환경에 대처해 적응하려 하기보다는 지난날 좋았던 시절의 안이한 환상으로만 빠져들게 마련이다.
* 봄좀 : 봄잠* 가시자왈 : 가시덤불봄이 되면 유난히 졸음이 몰려온다. 어린 아기도 가물가물 꾸벅꾸벅, 어른도 노인도 고개가 기울어 있다. 특히 초등학생 나이엔 잠이 많다. 오죽 졸렸으면 “아이 땐 낭(나무) 가지에 걸쳐도 자는 게 좀이여” 했겠는가. 앉아도 졸고, 밥을 먹으면서도 졸고. 옛날 동생이 밥 먹다 숟가락을 떨어뜨리던 장면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어릴 때는 좀이 돌았다(잠이 달았다). 그렇게 쏟아지던 잠도 나이 들면서 줄어들다 늙으면 어디로 갔는지 도망가고 없다. 한창 자랄 때라서 그럴까. 어릴 적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