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랜 단식에 탈진해서 사경을 헤매는 지율스님의 모습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님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스님의 자연과 생명을 향한 깊은 사랑에 숙연해질 뿐만 아니라, 100일을 넘는 단식을 가능케 하는 초인적인 능력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됩니다.그런데 스님의 단식을 아주 불순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무리들도 적잖이 존재하는
8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하고 1학기를 마친 여름방학에 고향에서 만난 친구가 나에게 유시민의 '항소 이유서'를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대학 1학년생이었던 자신이 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학생운동에 몰입하는지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그 장문의 항소이유서를 읽고나서 어린 마음에 '항소에도 이유를 달아야
오전에 급하게 농원을 다녀오다가 수망리 마을을 빠져나와 남조로를 진입하자마자 길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중에는 노란 유니폼을 입은 분들도 보이고 남색 경찰제복을 입은 분들도 보였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무슨 일일까? ▲ 눈이 녹아 피해 상황이 드러나면서 절망은 현실이 되어 다가옵니다. 차를 세워 안을 들여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이 지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 가정에 성탄절이란 한없이 기쁘고 뜻깊은 날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기예수의 태어나심에 대한 의미는 실종되고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성탄절의 상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건 안 다니는 사람이건 상품을 선물로 나누는 행위가 보편화 되었습니다. 전 우리 아이들에게 성탄절이라고 상품을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방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을 때 작가 이문열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소설로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세상에 내 놓았다. 당시 그의 대부분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다가 '우리들의 일그러진영웅'이 영화로 제작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 내용이 실리면서
2002년만큼 우리 국민들 가슴에 깊이 남을 해가 또 있을까 싶다. 우선 그 해 6월 전국을 붉게 물들였던 월드컵 함성을 잊을 수가 없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대선정국을 잊을 수가 없다. 제주에 사는 필자의 경우, 그 해 감귤가격이 유래 없이 폭락해서 창고에 저장한 귤들을 대부분 폐기 처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02년'에 일어난 세 가지 추억이
일주일이 넘게 눈이 내려 맑은 날씨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이렇게 추운 날씨를 장기간 경험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미처 수확을 마치지 못해 나무에 남아 있는 귤들이 걱정되어서 17일 토요일 남는 시간을 이용해 농원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도로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가 살고 있는 제주시에서 위미의 농원까지는 차를 운전해서 40분 정도 소요
MBC '피디수첩'과 황우석 박사 사이에 지루하게 이어졌던 논란이 승자도 없이 패자만 남은 채 무의미 하게 종료되고 있다. 애초에 피디수첩이 제기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의 생명윤리문제와 진실논쟁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황우석교수’와 ‘종영의 위기를 맞이한 피디수첩’이라는 상흔만 남게 되었다. 그간 황우석 교수의
▲ 가수 정태춘씨와 제주 공항에서 만나 급하게 찍은 사진입니다. 갑자기 밤 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지?""귤따느라 정신이 없으니 와서 좀 거들어라.""귤 수확을 시작했구나. 그럼 내일 귤을 다섯 상자만 준비해주라.""어디에 쓸려고?""태춘이 형과 은옥이 누나가 너네 집 귤을 잡수시고 싶단다."친구가 말하는 태춘이 형과 은옥이
결혼하고 사글세방과 임대 아파트 등을 전전하며 이사를 밥 먹듯 다녔던 저희 부부가 '제주시 삼도 1동’으로 이사를 온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갑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삼도1동을 '서사라’라고 불렀으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사라'는 비교적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제주시의 중심 지역이었습니다. 삼성신화에 의하면 옛날 삼성혈에서 태어난 양을라, 고을라,
지난 여름 저는 고향에서 들려오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주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지역 주민반대로 추진이 어렵게 된 틈에 제 고향마을 주민들 중 일부가 해군기지를 제 고향마을에 있는 '넙빌레' 바닷가에 유치하겠다고 신청했다는 겁니다. ▲ 넙빌레 바닷가 제 고향마을은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10km 떨어져 있는 위미(爲美)라는 마을이고, '넙빌레'
제주의 가을은 예로부터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 하여 영주십경 중 하나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였습니다. 만추에 제주의 농촌을 방문하신다면 온 천지에 귤이 익어가는 황금빛 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주에 살고 있고 부모님의 일을 도와서 농사일을 부업으로 삼는지라 요즘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시골로 일을 도우러 가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며칠 전 전용품씨가 농촌 현실에 절망감을 드러내며 스스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농민들이 쌀 나락을 서울 명동성당 앞에다 쌓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우리 농촌이 위기에 직면해 있고, 농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절망감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 박명용 作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박명용 지음, 이카루스미디어)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여성을 만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적인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10년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인들의 현대적 생활을 묘
며칠 전 유경이가 혼자 열심히 만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공부하러 온 애가 만화는 왠 거니?' 하고 핀잔을 줬는데, 그 표지를 보고나니 왠지 눈길이 끌렸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라는 제목과 부제로 붙어있는 '건달농부의 농사일기1'에서 받은 다정함에 이끌린 것이다.스스로를 '불량농부'라고 생각하는 기자에게 '건달농부'란 칭호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
제주에 모처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한없이 내렸습니다. 귤 수확으로 바쁜 시기지만 날씨를 핑계로 시간을 내서 모슬포를 방문했습니다. 모슬포에 살고 계신 종식이 형님 내외분을 찾아 뵌 지도 오래 되었고, 최근 어장이 잘 형성되어 방어가 섭섭하지 않게 잡힌다는 소식도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종식이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형님 오늘 한가하세요? 한가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