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의 숨, 쉼]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참으로 아름다운 가을 날 친구와 나는 길을 잃었다. 그것도 오라동 동네 한 복판에서…… 지난 토요일 아침 친구와 나는 한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차를 출발지인 관음정사 뒤편 골목에 세워놓고 수많은 인파에 묻혔다 벗어났다 하며 걷는다기보다 떠밀리는 느낌으로 그 아름다운 길을 흘러간 것이다.
[장태욱의 제주 지질기행] 27 수성분출로 형성된 응회환의 일부만 남은 수월봉 태양은 매일 일출봉에서 눈부시게 빛을 발하며 제주섬을 잠에서 깨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차귀도 앞바다를 핏빛 노을로 물들인 후, 태양은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그러면 수월봉은 붉은 빛으로 물든 황홀한 바다를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며 쳐다본다. 수월봉은 해발 77m의 나지막한 봉우리이지만, 그 주변에는 제주도에서 드물게 평야지대가 넓게 펼쳐진다. 그래서 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7 예쁜 자청비 여성들의 경우, 이 여성은 억울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여성들에게조차 위험스러운 여성으로 인식되기 쉽다. 아직까지도 여성적인 성적 매력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분위기에서 종종 자청비 여성은 그녀가 가진 여성적인 매력들로 인하여 많은 남성들에게는 물론 여성들에게도 원치 않는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눈과 마음의 프레임이 사진을 보면 다들 첫 마디가 '사진 참 좋다'라고 말한다.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첫째, 힘이 느껴진다.둘째, 공간 구성이 뛰어나다.셋째, 프레이밍을 잘했다.이 사진의 힘은 프레임에서 나온다.사진의 테두리, 즉 프레임.프레임은 사진에 호흡을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사진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좋은
[JDC대학생아카데미] 한명수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부스스한 머리에 뿔테 안경, 컬러풀한 면바지. 그에게서 대기업의 이사라는 직함을 떠올리긴 쉽지 않았다. 한명수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가 9일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우리 안에 담겨있는 창의성 끌어내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는 디자인 업계 최초로 억대 연봉을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어! 보이네? 시간이었다.사진 수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커리큘럼이지만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물들을 꼼꼼히 관찰하는 일은사진수업에서 가장 기본이기에 그 만큼 중요한 수업이다.늘 바라보던 사물, 공간, 사람들 안에서 숨어있는 이미지를 발견
[걸으멍 보멍 들으멍] (17) 한림읍 소리꾼 할망의 사람 만드는 소리 / 정신지오랜만에 만난 할망이 몰라보게 야위어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지셨느냐는 물음에 할망은 입을 크게 벌리고 내게 이를 드러내 보이신다. 몇 개 남지 않은 앞 이가 잇몸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이가 성치 못해 밥을 못 잡수신 까닭이었다. 그것을 자식들에게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견
[JDC대학생아카데미] 한명수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 바야흐로 디자인이 대세인 시대. '디자인 경영'이 경영 철학으로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게 벌써 몇 해 전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건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국내 최초로 억대 연봉을 받은 디자이너
26 바람타는 바다, 바람타는 언덕 금년에는 예년에 없던 큰 바람이 세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제주가 태풍의 길목에 자리자은 지라 남긴 상처가 작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추석 연휴에도 농부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가을걷이는 마쳤는지, 새롭게 파종을 한 땅 위에는 스프링클러가 바쁘게 돌아간다. 난리 뒤에도 어김없이 씨앗을 뿌리는 일은 농민들이 지켜온 삶의 철칙이다. 협재에서 비양도로 이어지
36 자청비 여성 5자청비 여성은 자신의 이해를 우선으로 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사랑을 얻기 위하여 거리를 두거나 자신 속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문도령의 세계 안으로 성큼 들어간 자청비 여신처럼 자청비 여성들은 때에 따라서는 남성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힌다.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구초롱학기가 시작할 때면 언제나 친구들이 좋아할만한일기장을 사러 문구점에 들린다.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일기장을 고르는 시간은설레고 그만큼 행복하다.그들과 연관된 모든 일은 마음을 다해서 진심으로 하려 노력한다.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주어야, 친구들이 마음을 내 주기 때문이다.그들의 마음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상
[JDC대학생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사 엔엑스씨 김종현 사업기획본부 “보통 20대라고 하면 공부에 미치고, 자기 개발에 미치고 인테크, 제테크 뭔가 미쳐야 세상이 돌아갈 것 같은 세상이다.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가?” 국내 굴지의 두 기업을 제주로 옮겨오는 데 한 몫 했던 당찬 제주 청년. 넥슨의 자회사 엔엑스씨의 김종현(39) 사업기획본부장 대표가 고향 후배들에게 건넨 한 마디다.
[바람섬의 숨, 쉼]추석소고추석에 관한 추억이 필요해 가족들을 모았다.“ 내가 추석에 관한 이야기 하나 써야해, 뭐 떠오르는 추억 있으면 하나씩 얘기해봐”그런데 이럴수가? 특별한 추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씩 의무 발표를 하라는 나의 닦달에도 “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왜 없지?” 라며 그냥 각자 자리로 돌아
[산길의 숨, 쉼]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여기 오다 보난 예, 은행이 완전 색이 바랬습디다.” ‘이게 무슨 말이지? 은행색이 바래?’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우리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농협이 하나 있고… 은행 건물 색이?’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분이 또 한마디를 더
[걸으멍 보멍 들으멍] (16) 할망이 풀어놓은 추석 선물 보따리 / 정신지할망은 동네에서 소문난 가수다. 86세의 연세에, 한번 시작하면 사오절 이어지는 기나긴 판소리며 민요들을 가사 하나 빠뜨리지 않고 연창한다. 시원시원한 목청에 춤사위까지 깃들여 할망이 노래를 부르면, 옆에 있던 사람들도 절로 흥이 돋는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여름 한림읍의 한
25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은 관광 사업, 재앙이다 지난 9월 8일(토), 제주자연유산센터에서는 (사)제주지질연구소(소장 강순석) 주최로 지질관광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필자도 토론자로 초대되어 다른 참가자들과 지질관광에 대한 입장을 교류하였다. 지질과 관광 두 영역 어디에도 전문가 축에 들지 못함에도 관련 전문가들과 자리에 함께 하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JDC대학생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사, 김종현 NXC 사업기획본부장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을 깨트리고 국내 굴지의 두 기업이 제주로 본사를 옮겼다.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과 게임제작 업체 넥슨(Nexon). 이들이 숱한 편견을 헤치며 제주까지 오게 된 것은 제주 출신인 김종현(39) NXC 사업기획본부장이 있었
[JDC대학생아카데미] 네 번째 강사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타이드(TIDE)는 기술(Technology), 상상력(Imagination), 디자인(Design),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영어 단어 앞자리를 따와 만든 단어다. ‘미완의 우주인’으로 알려진 고산(36)이 한국에 돌아와 설립한 청년 벤처 창업을 돕는
8 오후 2시, 그녀의 꽃가을이는 참 독특한 친구다.그래서 기억이 선명하다.사진을 찍기 싫어했다.수업시간에도 관심이 없었다.그런 가을이에게 난 한마디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다른 친구들 사진 찍을 때 혼자 저만치 있는 가을이 옆에 가서조용히 같이 있었다.가을이가 걸으면 나도 따라 걸었다.가을이가 앉으면 나도 따라
35 자청비 여성 4일상의 위대함 여성의 일상적인 모습들,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개키는 일이, 다만 하루를 주기로 소모되는 지겹고 하찮은 일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여성들은 자청비 여신을 닮은 여성들이다. 사랑하는 문도령이 다른 여자와의 결혼식 때 폐백으로 쓸 비단을 짜는 자청비 여신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