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멍 보멍 들으멍] (9) 폭낭 아래 소굴의 구사일생 이야기② / 정신지 시작은 돼지고기였다. 전쟁 통에 새신랑을 잃고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던 어느 날, 제사 때 쓸 고기 한 점을 사기 위해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은 집을 나섰었다. 그리고 그날부로 그녀는 하르방(할아버지)의 족은 각시(후처)가 되어 이웃마을로 거처를 옮긴다. 1958년의 일이다. 하르방
한여름 제주는 초대형 수영장이 된다한낮 기온이 32도를 넘어가는 찌는 더위에 가만히 숨만 쉬고 앉아 있어도 몸은 어느새 더위를 이기지 못한 듯 땀으로 흠뻑 젖기 시작한다. 피서지를 찾은 관광객은 시원한 바다를 찾아 제주도에 좋은 명소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닷물과 함께 더위를 잊은 듯 연신 신나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
22 효돈천의 하류 쇠소깍, 화산 조각품들의 전시장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무더운 날이면 나무 그늘이 우거진 시원한 계곡이나,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쇠소깍으로 나섰다. 쇠소깍은 계곡과 바다가 만나 절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피서 철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효돈천이 오랜 여정을 내려 놓는 곳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직접
지혜와 함께 늙기 이웃집 할머니의 사연인즉 이러했다. 그날 밤 정확히 말하자면 밤이 아니고 새벽 2시 쯤, “와장창” 무엇인가 떨어져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뒤이어 고양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에 설핏 잠이 깨었으나 평소에 워낙 떠돌이 고양이가 설치고 다니는데다, 종종 요사스런 울음소리를
31 자청비는 생활문화의 원형이다 신화의 말미에서 자청비는 하늘에서 일어난 난을 평정한 대가로 오곡의 씨앗을 선물로 받고 내려오는데, 내려오다 보니 씨앗 하나가 모자라 도로 올라가 받아 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받은 그 씨앗은 메밀 씨앗 이었다. 신화에서는 ‘그런 법으로 메밀은 다른 씨앗보다 늦게
참여·소통 위주 '색다른 수업' 입소문...2분만에 170여명제주지역 대학생들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JDC대학생 아카데미’가 수강신청을 시작한지 채 2분도 안 돼 정원이 찼다. 제주대학교 취업전략본부 측은 6일 제주대학교 1학기 정규 교과목 온라인 수강신청이 오전 9시에 시작됐고, 2분여 만에 일반선택 교과목인 &l
[걸으멍 보멍 들으멍] (8) 올렛담 허물어지면 누가 쌓을까? / 정신지65년째 돌담을 쌓고 계시는 한 하르방(할아버지의 제주어)이 있다. 두세 번 그를 찾아갔지만 매 번 그는 집에 없었다. 늘 할망(할머니)과 둘이서 밭일을 하고 계셨기에 바쁜 그를 방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며칠 전, 돌멩이도 녹일 듯한 무더운 오후에 나는 다시 그의 집을
우리집 기달왕자우리 집 춘기(사춘기 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다 안다. 이 말의 뜻을)님은 중학생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엄마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다 약간의 거래로 해결보고 시작은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그냥 중학생이라고만 하겠다. 그 다음은 더 캐지 마시라.다시 우리 집 춘기님은 중학생인데 최근의 별칭은 기달
21 용암의 측방 분출이 만든 비양도의 독특한 암맥 비양도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북서쪽 1.5km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몇 해 전 영화의 무대가 되면서 섬은 제주 섬 속의 섬으로 관광객들의 각광을 받는다. 평일 하루 세 차례 도항선이 운항하는데,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도항선이 쉬지 않고 운행해야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다. 비양도는 동서로나 남북 간 지름이 대략 820m에 이른다. 북동-남서 방향
30 자청비 여신 원형 ⑩자청비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여성 원형이다. 시선을 장악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선생님들 앞에서 제자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있어야 했다. 부모님과 얘기하는 아이들의 시선도 그래야 했고 남편과 얘기하는 아내의 시선도 그래야 했다. 상사 앞에 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임금이나 고위관직의
[걸으멍 보멍 들으멍](7) 욕쟁이 세탁소 아저씨 / 정신지 어느 시골의 오래된 세탁소. 창문 너머로 오래된 재봉틀이 수십 개 놓여 있고, 그 안에 꾸벅꾸벅 졸며 쉬고 있는 백발의 한 아저씨가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느냐 물으니, 그는 대꾸도 안 하고 나가라고 손짓한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나에게 그가 묻는다
19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린 들판풍경에서조차 건초에서 후~욱 올라오는 열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시원한 느낌의 사진으로 바탕화면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에 저장해두었던 사진을 꺼내어 보다보니 시원한 듯 조심스러운 듯 내 마음에 흐르는 선율 하나가 있다. 비오는 날, 대나무
옥상 위 내 작은 연못을 가꾸는 즐거움내 작은 연못에는 온갖 즐거움이 있다.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연꽃을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내 작은 연못은 아름답다.두 번째 나를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꽤 큰 감동과 휴식을 준다. 지친 마음을 끌고 오는 지인들을 나는 이층 야외 베란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북쪽 가까운 거리에 작고 아름다운 섬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는 이 섬이 중국에서 떠내려오다가 사람들이 놀라 멈추라고 소리치자 한림 앞바다에 멈췄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날아온 섬'이라는 의미로 '비양도(飛揚島)'라 이름이 정해졌는데, 섬은 협재해수욕장의 비취빛 해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비양도에 사람이 살기
29 자청비 여신 원형 ⑨ 자청비의 여신 원형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확보하는 여신 원형이다. 문도령은 이야기 내내 아이 같다. 자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늘 무엇엔가 끌려 다닌다. 자기 욕망에 부합되는 일엔 뛸 듯이 좋아하며 기분과 맞지 않으면 조그만 일에도 토라지고 징징댄다. 문도령 앞에 타자는 없다. 자
16 비단마을 '청뚜(成都)' 그리고 제갈공명의 사당아침 공기는 좀 서늘하고 상쾌하다. 공항 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호텔 앞이었고, 일찍 챙겨 나온 탓에 여유로웠다. 호텔에서 버스표를 사고 오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 들어찬 낡은 미니버스였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든 사람들이버스
1 프롤로그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으며 많은 섬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전국 적으로 3,500여개에 섬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섬 많은 나라 4위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그중 가장 큰 섬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대한민국에 가장 큰 섬이기도 하다. 제주도에만 해
[걸으멍 보멍 들으멍](6) 생을 마칠 때까지 가게 문 열겠다며… / 정신지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과자며 술, 오만가지 잡화가 놓인 소위 말하는 ‘동네 구멍가게’. 시원한 물과 사이다를 사고, “얼마에요?” 물으니, 분홍색 옷을 입으신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이 고개를 쑥 내밀며 가게 안쪽에서 몸을 일
7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장마가 걷혀가면서 어느덧 매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며칠 눅눅한 방에 갇혀 지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밀린 빨래에 마음이 안달 난 여느 주부들처럼 밀린 일감에, 처리해야 할 문서들에 머리는 한사코 쉬질 않으니 말이다. 자꾸만 시계에 눈이 가고, 쌓아둔 책에 눈길이 치인다. 쉬면서도 쉬질 못하니 이게 일중독이 아니고 무엇인가
버찌가 떨어질 때 1진나라의 거문고 달인 유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들으며 마음까지 읽었던 고향친구 종자기가 죽었을 때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이 세상에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서. 여기서 유래된 지음(知音)은 마음까지 통하는 아주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뭐, 지음(知音)까지는 못되지만 나를 믿고 자신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