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용암의 측방 분출이 만든 비양도의 독특한 암맥 비양도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북서쪽 1.5km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몇 해 전 영화의 무대가 되면서 섬은 제주 섬 속의 섬으로 관광객들의 각광을 받는다. 평일 하루 세 차례 도항선이 운항하는데,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도항선이 쉬지 않고 운행해야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다. 비양도는 동서로나 남북 간 지름이 대략 820m에 이른다. 북동-남서 방향
30 자청비 여신 원형 ⑩자청비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여성 원형이다. 시선을 장악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선생님들 앞에서 제자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있어야 했다. 부모님과 얘기하는 아이들의 시선도 그래야 했고 남편과 얘기하는 아내의 시선도 그래야 했다. 상사 앞에 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임금이나 고위관직의
[걸으멍 보멍 들으멍](7) 욕쟁이 세탁소 아저씨 / 정신지 어느 시골의 오래된 세탁소. 창문 너머로 오래된 재봉틀이 수십 개 놓여 있고, 그 안에 꾸벅꾸벅 졸며 쉬고 있는 백발의 한 아저씨가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느냐 물으니, 그는 대꾸도 안 하고 나가라고 손짓한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나에게 그가 묻는다
19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린 들판풍경에서조차 건초에서 후~욱 올라오는 열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시원한 느낌의 사진으로 바탕화면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에 저장해두었던 사진을 꺼내어 보다보니 시원한 듯 조심스러운 듯 내 마음에 흐르는 선율 하나가 있다. 비오는 날, 대나무
옥상 위 내 작은 연못을 가꾸는 즐거움내 작은 연못에는 온갖 즐거움이 있다.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연꽃을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내 작은 연못은 아름답다.두 번째 나를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꽤 큰 감동과 휴식을 준다. 지친 마음을 끌고 오는 지인들을 나는 이층 야외 베란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북쪽 가까운 거리에 작고 아름다운 섬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는 이 섬이 중국에서 떠내려오다가 사람들이 놀라 멈추라고 소리치자 한림 앞바다에 멈췄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날아온 섬'이라는 의미로 '비양도(飛揚島)'라 이름이 정해졌는데, 섬은 협재해수욕장의 비취빛 해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비양도에 사람이 살기
29 자청비 여신 원형 ⑨ 자청비의 여신 원형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확보하는 여신 원형이다. 문도령은 이야기 내내 아이 같다. 자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늘 무엇엔가 끌려 다닌다. 자기 욕망에 부합되는 일엔 뛸 듯이 좋아하며 기분과 맞지 않으면 조그만 일에도 토라지고 징징댄다. 문도령 앞에 타자는 없다. 자
16 비단마을 '청뚜(成都)' 그리고 제갈공명의 사당아침 공기는 좀 서늘하고 상쾌하다. 공항 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호텔 앞이었고, 일찍 챙겨 나온 탓에 여유로웠다. 호텔에서 버스표를 사고 오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 들어찬 낡은 미니버스였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든 사람들이버스
1 프롤로그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으며 많은 섬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전국 적으로 3,500여개에 섬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섬 많은 나라 4위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그중 가장 큰 섬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대한민국에 가장 큰 섬이기도 하다. 제주도에만 해
[걸으멍 보멍 들으멍](6) 생을 마칠 때까지 가게 문 열겠다며… / 정신지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과자며 술, 오만가지 잡화가 놓인 소위 말하는 ‘동네 구멍가게’. 시원한 물과 사이다를 사고, “얼마에요?” 물으니, 분홍색 옷을 입으신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이 고개를 쑥 내밀며 가게 안쪽에서 몸을 일
7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장마가 걷혀가면서 어느덧 매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며칠 눅눅한 방에 갇혀 지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밀린 빨래에 마음이 안달 난 여느 주부들처럼 밀린 일감에, 처리해야 할 문서들에 머리는 한사코 쉬질 않으니 말이다. 자꾸만 시계에 눈이 가고, 쌓아둔 책에 눈길이 치인다. 쉬면서도 쉬질 못하니 이게 일중독이 아니고 무엇인가
버찌가 떨어질 때 1진나라의 거문고 달인 유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들으며 마음까지 읽었던 고향친구 종자기가 죽었을 때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이 세상에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서. 여기서 유래된 지음(知音)은 마음까지 통하는 아주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뭐, 지음(知音)까지는 못되지만 나를 믿고 자신의 시(
28 자청비 여신 원형 ⑧자청비 여신 원형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는 여신 원형이다. 겨우 문도령을 만난 자청비는 문도령의 방에서 만단정화를 나누면서 부모님에게 들킬까 병풍 뒤에 숨어 지낸다. 며칠이 지나자, 자청비는 묘안을 소상히 알려주며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도록 문도령을 채근했다. 문도령이 자청비에게 받은 묘안
15 도교 최고의 신을 모신 사찰, 그리고 이슬람식당에서의 저녁식사너무 편하게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단숨에 올라와서 그런지 감흥이 덜한 느낌이고 나는 오히려 감기와의 악전고투로 감동을 느낄 새도 없었다. 가이드는 일행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하고 나서 근처의 한 사찰로 이동하였다.‘福壽觀’이라는 도교 사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주변을...
17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국지성 소나기로 지열이 잠시 누그러진 거리를 타박타박 걷다 공원 벤치 위에 털썩 앉아본다. 이런 여유가 얼마만인가.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없이 신발을 벗은 채 벤치 위로 다리를 세우고 앉아 본격적인 방관자의 자세를 취해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은 보폭을 가늠하기엔 너무 빠르고,
그 고양이의 물고기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다. 보름 가까이 장마가 쓸고 간 바톤을 무더위가 바로 이어 받아 나름 열심히 본분을 다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지친 사람들 얼굴에서 바람결을 느끼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아침부터 찐득거리는 날씨 탓에 나 역시 반쯤 닫힌 눈으로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 드르
아들, 딸에게 건네는 당부아이들이 어린 시절, 열심히 책을 읽어주었던 이유는 물론 유아기 정서함양과 창의성 계발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대의명분의 이면에는 훗날 학습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속셈이 있었음을 고백하겠다.어쨌든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어주려 했고 또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러면 아이들도 이
19 보름 넘게 장마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질기행을 나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두 주째 기사를 쓰지 못해 민망도 해서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지난 기사에 거문오름을 다뤘기 때문에, 이번 주는 거문오름이 만든 최고의 걸작, 만장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만장굴 입구에는 최근에 개장된 용암동굴 홍보관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관광객들
27 자청비 여신 원형 7 자청비.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 원형자청비 원형은 자신의 정직한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 원형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부딪혀오는 잘못된 상황에 대하여 당당하게 대처한다. 그래서 지적이고 그와 상반되게 가끔은 폭력적이기도 하다. 신화에 나타나는 문도령은 사회적 가치와 도덕, 관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