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목 등반로로 가면, 등반로 건너편에 어승생악이라는 오름이 있다. 이 오름 맨 위에는 토치카라는 군사용 진지가 있다. 이 오름에 오르면 제주의 북부지역 전역이 훤히 보인다. 전망이 좋아 관광객이 꽤 많이 오르는 오름이다. 사실 제주도내 수많은 오름에는 이러한 군사용 진지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시내 사라봉 내부에는 군사용 진지 땅굴이 조성되어 있다. 어렸을 적 그 안에 들어가서 놀았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출입금지가 되어 어디가 출입구인지도 잘 보이지 않지만, 사실 이런 땅굴 진지는 제주 오름 곳곳에 숨어있다. 실제로 제주도는
1.팬데믹 시대에 팽배해진 ‘거리두기 민주주의’의 일상의 리듬에 착실히(?) 적응해가는 동안 “아직도 변혁이나 혁명이 절박한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 앞에” “세계시민이 아니라 자국민 중에서도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무리를 위해 전쟁하는 권력”(시인의 말)에 대해 탄식하고 비통하는 분노의 시적 정동을 벼리는 시인이 있다. 하종오 시인의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거리두기 민주주의’에 나포된 채 자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안전에만 도통 관심을 쏟는 데 대한 세계시민으로서 정치윤리적 성찰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half [hæf, hɑːf] n. 반, 절반반착만 줍써?(반만 주세요?)half는 원래(originally) “자르다/구분하다(=to cut/to divide)”라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나누어진 것(=something divided)”이나 “쪽이나 부분(=side, part)”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말에서의 ‘반(半)’이란 말이 그렇듯 영어에서도 half가 때론 긍정적으로(positively) 때론 부정적으로(negatively) 쓰인다는 점이다. 그 실례로 ‘Well begun i
변혁기에는 현재 취하고 있는 방식이 가장 위험하다. 그것은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방치해버리기 때문이다. - 플로리다 주의회 윤석열 정부에서 3대 개혁 과제를 천명했다. 연금, 노동, 교육 개혁가 그것이다. 역대 정부가 특정 이해집단의 반발을 두려워해 손도 대지 못했던 분야다. 이런 점에서, 지난 정부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을 저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을 부분적으로 손대긴 했지만, 미완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고 하는 3대 개혁 과제가 성공하길 바라며 여기에 정부 개혁
서귀포시 토평 네거리를 지나다 보면 제주학의 선구자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 기념비가 있다. 제주에서 석주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제주학 연구의 선구자 고 석주명 선생 재조명’ 학술 세미나부터였다. 이후 여러 차례의 학술 세미나와 관련 용역사업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제주가 석주명 연구의 중심이 되고, 서귀포가 석주명 기념사업의 메카임을 자임하고 있다.석주명은 민족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던 대한제국 말기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배우고 가르치며 세계적인 나비학자가 되었고, 해방 이후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향원의 창립과 해체1967년 어느 봄 날, 막 고3이 된 까까머리 고교생 셋이 남양여인숙에 모였다. 여기가 셋 중 하나인 문무병 군의 집이었다. 문 군과 김동훈, 나는 이때 우리가 주축이 되어 제주시내 인문계 고교(오현고, 제주일고, 신성여고, 제주여고) 재학생 가운데 문학 지망생을 모아 문학동아리를 만들자고 결의했다.당시에는 상당히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동아리 이름은 향원(鄕園)으로 정했는데, 지역적 정서를 감안한 작명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곧 동지 규합에 나섰는데, 동기생인 김재천(제주일고), 고미라(신성여고, 고금례로 개
disaster [dizǽstǝr] n. 재난자연이 멩그는 재난, 사름이 멩그는 재난(자연이 만드는 재난, 사람이 만드는 재난)disater는 dis- “이탈/분리(=apart, away)”와 aster “별(=star)”의 결합으로 “재난/재해”를 뜻한다. 이 aster-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astrology “점성술(占星術)” astronomy “천문학”, astronaut “우주비행사”, asterisk “별표(*)” 등이 있다. 17세기경 천문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별의 동태(movements)를 보고 사람의
국제노동기구의 설립 목적을 서술한 ‘필라델피아 선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UN산하의 국제노동기구(ILO)는 1944년 필라델피아에서 총회를 열고‘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필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선언 이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노동의 존엄을 이야기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되었다. 노동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필라델피아 선언 이전에 미국의 반독점규제법에서도 확인된다. 1914년에 제정된 반독점규제법인 ‘클레이턴법’(법령을 제안한 의원의 이름이 Clayton이어서 클레이턴법으로 명명됨)은 “인간의 노동은
명재상(名宰相)으로 이름을 날린 황희에게도 씻을 수 없는 오점이 하나 있었다. 청렴 강직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조선시대 최악의 권력형 비리, 이른바 ‘서달 사건’이다.서달은 황희의 사위. 개차반이라고 할까. 전형적인 금수저였던 서달은, 영화 ‘베테랑’의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 분)를 떠올릴법한 갑질 사태의 장본인이다. 길을 가다가 아전이 자신을 몰라봤다고 하인들을 시켜 잡아오게 했고, 그 과정에서 항의하는 또다른 아전에게 매질을 가하게 해 죽게 만들었다. 악질적이긴 하나, 여기까지는 단순 폭행치사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뀌지 않는 공간이 어디일까? 학교다. 이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나이나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다녔던 학교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의 초등학교 1회 졸업생부터 70회 졸업생까지 인터뷰를 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70년 동안 그들이 다닌 교실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왜 세상의 변화를 비껴가 있을까? 이래도 정말 괜찮은걸까?평면도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교도소인지, 어느 쪽이 학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교도소를 ‘학교 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학
우리의 삶은 생노병사(生老病死)로 요약된다. 아플 때 우리는 병원에 간다. 아플 때만일까? 이제 우리는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노화를 막거나 감추는 수술을 받기도 하고, 병원에서 장례를 치룬다. 처음 직장을 얻어 사회로 나아가게 될 때도 건강 검진을 받는다. 아플 때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병원에서 벌어진다.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역동적인 삶의 드라마가 그곳, 병원에서 매일매일 상연되고 있기 때문이다.병원 밖으로 눈을 돌려 보자. TV나 신문에서 권하는 그대로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quiet [kwáiǝt] ɑ. 조용한속솜허게 퇴사헌다고?(조용히 퇴사한다고?)원래 quiet가 뜻하는 “조용함”이란 “평온한 상태에 있음(=being in a state of rest)”을 말한다. 그것은 보통 ‘Be quiet!’에서처럼 청각적인 “조용함(=making no noise)”을 뜻하지만, ‘quiet anger(마음속 노여움)’에서처럼 시각적인 “조용함(=being secret)”이나 ‘quiet manners(조용한 태도)’에서처럼 시·청각적인 “조용함(=being peaceable)”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MZ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제주양돈농협 액상미생물공장 준공식이 있었다. 액상미생물공장은 연간 액상미생물 500톤을 생산해 특수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제주 전역 양돈 농가에 무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미생물 이용 및 효용을 극대화하고 축산악취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금까지는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생산한 100여톤의 액상미생물을 122개소 축산농가에 시범적으로 보급하고 있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전라남도가 축산농가 6만여 농가에 2600톤의 액상미생물을 공급해
여기 강간 피해자 A씨가 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남자친구로부터 동의 없는 성폭력을 당했다. 성폭력이 일어나기 한 시간 전, 남자친구는 “A씨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다. 늦은 새벽 남자친구를 진정시키고 잠에 들었는데, 남자친구가 A씨에게 계속해서 스킨십을 했다. A씨가 몇 번이나 “지금은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손으로 밀어냈지만, 남자친구는 싫다고 말하는 A씨의 몸을 꽉 누르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이미 폭력적인 남자친구의 모습을 본 A씨는 ‘저항하면 맞거나 목이 졸
time [taim] n. 시간하간일에 다 때가 싯주(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대영어에서의 tima(=time)는 “정해진 일정 시간(=limited space of time)”을 뜻하는 말이었다. 14세기부터 “연속되는 무한정 시간(=time as an indefinite continuous duration)”을 뜻하는 추상적 개념으로도 쓰였는데, 현재는 time이란 말을 여러 가지 분화(differentiation)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례로 ‘Time is money.’에서의 time은 과거·현재·미래로 계속되는 추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청년노동자가 사지가 찢겨 사망한 사건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부각되고, 가수 하림이 2010년 용광로 쇳물에 녹아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사건을 는 노래로 만들어 SNS로 챌린지가 이어지고,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국민청원입법에 10만명의 국민이 의견을 모으고,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이 없도록 제발 법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 앞에 모인 산
“그런데 습지는 늪을 말하는거야?” 지난 설 명절 연휴, 오랜만에 제주에 방문한 서른 넘은 친오빠가 내게 물어왔다. 제주생태관광협회에서 근무하며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는 내게 답을 구하는 눈치였다. 말 그대로 축축한 땅인 습지는 강, 호수, 연못, 바다의 연안지역(간조 시에 수심이 6m를 넘지않는 해역), 늪, 삼각주, 산호초 등을 폭넓게 아우른다. 생명이 시작되는 땅인 습지,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온몸으로 온전히 느끼기란 참 어렵다. 어쩌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시간을 내어서’ 그것들을 경험하고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