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소리 창립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며칠간 따뜻해진 날씨에 동화되어 집을 나서면서도 으레 따뜻한 줄 착각했다. 무수천에서 10시 10분, 서귀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환히 내다보이는 바깥을 보고서야 날씨가 흐리며 춥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중문에서 내리고는 아무래도 안 되
도보여행 여섯째 날, 점심 먹고 가라고 중문컨벤션센터 앞으로 누가 차를 몰고 데리러 왔어요.가방에 넣고 간 제주상사화며 꽃무릇을 앞마당이며 과수원이 되는 가장자리에 심었습니다. 호미질이 어설프기만 간 시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낚아채고는 간만에 호미질도 해 봤네요. 능수버들처럼 늘어져서 능수매화라 하던가요? 구태여 코를
연변에 가 있으면서 방학 기간에 와 있는 선배와 동행하게 되었다. 무수천에서 모슬포로 가는 버스 중 사계를 거치는 버스는 40분에 한 번꼴. 11시 10분을 조금 넘기며 사계에 도착하고는 산이수동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을 안 가로수 아래엔 마가렛이 거적을 깔고 앉아 살짝 윙크를 보내더니 점을 보고 가란다. 복채가 없는데 어떡하느냐며 카메라를 들이밀고는 나
지난 금요일, 한 녀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네 동창들이 만나는 계기가 생겼다. 문상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그냥 헤어지기가 아쉽다며 2차로 신시가지 횟골로 갔다. 두 개의 상 앞에 우린 주류파와 비주류파로 나누어졌다. 제주도 한 바퀴 도보여행 1탄에 올려진 글을 보면 진귤에 대한 기억이 둘 있다고 했는데, 그 기억 중 하나가 이 날 주류파
2월의 첫날이자 첫째 휴일, 오늘은 동료가 있다. 출발해야 할 지점이 멀어지는 관계로 지금까지 보다는 조금 더 일찍 나서야 했으며 버스를 타는 곳도 하귀에서 무수천으로 바꿔야 했다. 9시 20분, 골목을 나서자 마주 보이는 밭에는 계절보다 먼저 도착한 햇살이 대파를 캐는 할머니의 지친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마을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동료가 몰고 온 차를
흐리지만 포근함이 느껴지는 날씨다. 얄팍한 추리닝을 걸치고 집을 나서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산까지 챙겼다. 비록 회색빛 하늘이라고는 하나 풋풋한 생기마저 감도는 제주, 라디오에선 강석우․양희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막 끝을 내고 있다, 하귀에 도착하니 여전히 차가운 날씨, 얄팍한 옷차림이 아무래도 잘못했지 싶다. 버스가 곽지에 도착할 즘,
배추 중에서도 꽃 부분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남부 유럽에서 식용하던 것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주목을 받게 된 브로콜리. 이는 웰빙시대의 요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다. 십자화과 십자화속에 속하는 채소로 최근 미국 및 일본을 중심으로 발암 예방이라는 인식을 등에 업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급상승하고 있다. 곽지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엔 수확하고 난
2009년도 두 번째 일요일, 도보여행 도전 둘째 날이다. 희뿌연 하늘을 헤집으며 머리를 내 미려는 햇살이 안타까운 날씨다. 장갑이라도 끼고 나설 걸, 수첩과 펜을 든 손끝이 시리다. 굉음을 울리며 비행기 한 대 지나는 맞은편 우체국 옥상에서 태극기 펄럭인다. 곽지 버스정류소에 도착할 즘 간간이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힌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도착한 시간
물속에 사는 仙人이라는 의미의 수선. 물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수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물이 있으면 시들지 않는다고 하여 수선이라고 했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 한 바퀴를 도보로 완주하리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 첫날, 눈발이 날리다 맥을 못 추리는 날씨가 서러움인지 눈가에 침을 바르며 홀짝입니다. 가문
2009년이다. 집에서 죽쳐 지내는 일요일에 무언가 변화를 시도할 건 없을까? 궁리 끝에 제주도 한 바퀴를 도보로 완주하리라 다짐했다. 1월 4일, 열 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서동네 구판장 앞 버스정류소에 서 있자니 동쪽에서 버스가 온다. 텅텅 빈 버스 안, 나 혼자다. 하귀에서 내리고 11시에 만나기로 한 동료를 기다리는 동창 녀석의 약국 앞, 셔터가
지난번 석굴암을 다녀왔고 이번엔 천왕사에 가볼까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오름에 가자고 한다. 딱히 나로서도 싫을 이유가 없다, 그러자고 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며 전화했으나 핸드폰은 묵묵 무답이다. 집으로 전화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간에 과음했던 관계로 몸을 이기지 못했는지 자고 있었다. 오늘은 쉬면 안 될까 하는 눈치였지만 난 미친 척 밀어붙였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은 무수천 계곡의 상류에 있는 돈내코. 떠올리기 싫은 태풍 나리의 여파인지 농로로 연결되던 배고픈 다리가 허물어졌었나 보다. 새로 단장한 분위기 역력하고 드문드문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원예종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숲도 많이 외로웠나 보다. 호객행위를 하다 만듯한 팔등신 미녀 칸나 한 송이가 숲의 입구에서 우리 부부를 반긴다.
내일은 귤 따는 날입니다. 귤을 따기 전에 일꾼들에게 국수를 먹여야 합니다. 나이 들어 무거운 거 하나 들지 못하는 어머니는 국수를 삶고 씻는 게 걱정입니다. 아침에 삶자고 해도 걱정이 되어 주무시지 못합니다. 그 걱정 덜어 드리자면 어차피 밤에 삶아 드려야만 합니다. 김치찌개를 얹혀놓고 사진작업을 하고 있자니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지금 삶아놓고 일찍 자
산에 곰취꽃 지고 나면 해안가엔 털머위 피기 시작합니다. 비록 인위적으로 꾸며진 길이긴 하지만 지금 제주의 거리는 황홀 그 자체입니다. 길가 바위틈에 털머위 노랗게, 인도블렄을 따라 다소곳이 앉은 해국은 가는 이 오는 이에게 정겨운 인사를 건넵니다. 그야말로 진풍경입니다.봄나물인 머위와 비슷한 잎 모양을 가졌지만, 꽃의 모
진득찰과 털진득찰은 꽃을 비롯한 전초가 비슷한데, 진득찰은 이름 그대로 털이 없거나 누운 털이 아주 드물게 있으며, 털진득찰은 전초에 흰털이 빽빽하게 나 있습니다. 제주의 가을 오름 어디에든 가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질병에 약재로 사용되는 유용한 식물자원이기도 하지요. 한방에서 진득찰은 전초를 희첨, 털진득찰은 전초를 모희첨이라 하여 각종 중요한
날마다 갯쑥부쟁이는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서울의 그 청년, 행여 쑥부쟁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음인지도 모릅니다. 해맑게 웃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측은한 표정. 왜일까? 가까이 다가가서 눈빛으로 물어보지만 말똥거리기만 할 뿐 갯쑥부쟁이는 끝내 속내를 밝히지 않습니다. 쑥을 캐러 다니던 불쟁이(대
평화로를 달렸습니다.고속도로에 설치해 놓은 화단에 털머위가 피었습니다. 좋은 날, 햇살을 가득 안은 털머위꽃 등 뒤가 눈이 부셨습니다. ' 털머위 제법 피었네!''귀엽게 피었네!''진짜 예쁘네!''우리집 털머위는 언제 필 거냐고!'혼자 감탄하고 궁시렁거려봅니다. 참 행복합니다. 들판은 온통 억새 세상, 신이 난 억새무리
월을 넘어가다 뒤처진 꼬리 스르르 마저 통과하는 토요일, 행여 갯쑥부쟁이 피었을까 섭지코지를 찾았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음인지 처음 돋아난 배냇니이듯 몇 송이만 드문드문 피어서는 옹알이 하고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금불초 무리지어 피었고, 섭지코지 전체를 점령한 무릇은 아예 마을을 이뤘습니다다. 하지만, 독선을 부리지도 않았으며 모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엘 다녀왔습니다. 1957년 부여에서 나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작업을 하던 중, 이곳에 매료되어 1985년 아예 정착했습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구하여 초석을 다질 무렵 오십견인가 보다고 친구들에게 우스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길어야 3년을 산다는 진단…. 루게릭…. 점점
구태여 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서러울 일 하나 없습니다.꽃을 피운다 한들 이보다 더 고울 수 있을까요? 자주사철란입니다.일주일치의 잠을 한꺼번에 모아뒀다가 일요일에 해결하는 나로선 피곤을 이기지 못해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간밤 당직이었던 남편이 퇴근하고 와선 산에 안 갈 거냐고 부릅니다. 이런 기회가 어디 있으랴 화들짝 일어나선 챙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