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하고 있는 미술관은 특이하게도 거대한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미술관이 공원을 관리하는 걸로 돼 있지만, 실은 미술관이 공원 안에 안겨있는 셈이다. 미술관의 예산과 인력 상당 부분이 공원을 관리하는 데 들어간다.지난 한 해 동안, 공원에 관한 여러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애써 나무를 동글동글하게 자르는 것일까? 모든 풀나무는 그 나름대로 자연미를 가지고 있는데, 왜 궂이 천편일율적으로 동글동글하게 이발을 할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이모저모를 알아본 결과, 이것이 정원 관리에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제주를 대표하는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 수난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곶자왈을 파헤친 대표적인 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는 제주영어교육도시다.2006년부터 시작한 제주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379만597㎡ 부지에 총사업비 1조9256억원을 들여 추진
지난 1월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국제 온라인 지도 ‘오픈 스트리트 맵’에는 우리나라 명칭으로 표기돼 있던 이어도를 중국 명칭인 ‘쑤옌자오(苏岩礁·소암초)’, 이어도 과학기지는 ‘쑤옌자오 과학기지’로 표기된 일이 있었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전 세계 누구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편집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정보의 오류를 거르는 장치가 없다. 문제는 오픈 스트리트 맵이 의외로 많은 세계인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지도라는 사실이다.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단호히 대처했다. ‘이어도’를 ‘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시의 모 국회의원이 한 마라톤 동호회 행사에 참석해 고사상에 5만원을 꽂아 넣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실제 2012년에는 경기도 양주시의회 모 의원이 ‘수해 복구사업 안전 기원제’에 참석해 고사상에 절을 하면서 5만원을 꽂았다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벌금 80만원이 확정돼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한 사례도 있었다.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교육감 포함)·정당의 대표자·후보자(
이제 제주에는 봄이 오고 있다. 제주의 봄은 늘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제주의 4월은 너무 아프지만 그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겨우 이겨내고 있는 제주4.3이 있다.제주 4.3의 대표적 사건으로 김익렬과 김달삼의 평화 협정이 있었다.이때 합의 내용은 ①72시간 내에 전투를 완전히 중지하되 산발적으로 충돌이 있으면 연락 미달로 간주하고, 5일 이후의 전투행위는 배신행위로 본다 ② 무장해제는 점차적으로 하되 약속을 위반하면 즉각 전투를 재개한다. ③ 무장해제와 하산이 원만히 이루어지면 주모자들의 신병을 보장한다 등이었다.그 협정을 무
1.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날마다 마주하는 나라 밖 뉴스들 대부분은 전쟁 관련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좀처럼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온갖 미디어에 의해 송출되고 있는 이들 전쟁의 폭력적이고 야만적 모습을 목도하면서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시민은 슬픔과 안타까움과 허탈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무엇보다 이들 전쟁이 표면적으로는 적대적 대립과 갈등에 놓여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경제적 및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복잡한 이해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 불교가 태동했다. 무엇을 깨달았을까? 십이연기(十二緣起)를 깨달았다고 한다. 연기론은 인연으로 하여 모든 것이 생긴다는 불교의 중심교리다. ‘전생의 인연’, ‘시절인연’, ‘옷깃만 스쳐도 삼생의 인연’, ‘부부는 3천 겁의 인연’ 등은 다 불가에서 나온 말이다.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화엄경’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성립된다. 과거는 인연에 의해 성립되었고, 현재 성립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성립될 것이다”고 한다.인연이 업을 만들고, 업이 윤회를 만든다. 그리하여 해탈할
3월이다. 학교에도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제(4일) 제주도내 대부분 학교에서는 입학식이 열렸다. 초등학교의 경우 120곳 중 116곳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제주지역 초등학교 신입생은 2023년에 비해 12% 가까이 줄어들면서 가파초등학교는 입학식이 열리지 못했고 신례초등학교는 단 2명만 입학했다.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지난해 대비 약 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제주지역 감소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파른 셈이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었다. 제주의 경우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의 사정은 조
한 중앙일간지에 출생률과 관련된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국의 출생률(0.72명, 2023년)이 역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충격적이라며 연신 보도되는 시기에, 그 기사는 한국의 출생률을 걱정하면서 자발적으로 출산을 지원하려는 한 사업가의 선의를 보도했다. “찔끔찔끔 준다고 애를 낳나, 1억원은 줘야 낳지”라는 기업가의 말이 기사 제목이었다. 한 기업가의 선의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기사의 제목, 표현된 문장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정말로 재정적 지원이 모자라서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더 과감한 재정지
한반도 내 언론은 본연의 역할인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기레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성공을 이루지 못하다 보니 시대의 아픔을, 진실을 밝히는 대안언론의 출범을 더 학수고대했다. ‘제주의소리’ 창간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더 컸던 이유다. 이제 창간 20주년을 맞는 ‘제주의소리’는 성인이 되었고, 그간 걸어온 길을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어 몇 가지 의견을 더한다.첫째, 섬은 고립이 아닌 교류를 통해서 살아가지만 고유성과 정체성을
신문을 들고 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는 멀리 일제시대까지 소환하며 민족정론지를 구독하라던 동아일보 지부장에게 한참을 붙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민주진보언론이라며 한겨레를 후원해달라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이제 종이 신문은 동남아로 수출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조간과 석간, 그리고 9시 뉴스가 국민의 눈과 귀를 잡고 있던 시절에는 주요 언론의 보도방향과 논평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했습니다. 인터넷매체들과 유튜브가 우후죽순처럼 나오면서 언론시장은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 시간을 서로 당기는 점유율 전쟁터가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진짜 거짓말과 통계다.’ 통계는 해석하기 나름으로 진짜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들이 일상 하는 얘기도 앞뒤를 잘라 언급하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표현이 되곤 한다. 필자가 애용하는 말에 ‘20대에 사회주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도 사회주의를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가 있다. 이 말을 ‘사회주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하면, 필자는 영락없는 사회주의자가 된다. 필자의 의견은 경험이
지난 20년을 비평할 생각이 없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 축하보다 감사 마음이 크다. 엄혹한 지역 언론 토양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20년에는 관심이 많다. 그때도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꼭 그럴 수 있길 바란다. 20년을 바라보며 세 가지 질문과 당부를 건넨다.첫 번째 질문 – ‘정보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정보 민주화’는 왔지만 정보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 과거 언론사 사명은 명확했다. 소수 기득권이 은폐한 정보를 쟁취해 시민들과 민주적으로 나누는 것. 그 여정에 도 함께
뇌피셜일 수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연상케한다.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1998년 조폐공사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고 한 대검 간부의 취중 발언으로 사건은 야기됐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쐐기를 박기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훗날 나온 판결은 다소 어정쩡했으나, 당시 사회적인 파장은 엄청났다. 검찰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사건은 최초로 특검제가 도입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해당 검찰 간부는 노동관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의정갈등의
은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은유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는 달라진다. 동양사상에서 액체를 대표하는 물은 세상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한다는 좋은 의미였다. 반면에 사회학자 바우만(Zygmunt Bauman)은 액체의 다른 특징인 ‘유동성’에 주목해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견고함이 무너졌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근대’로 번역된 ‘Modernity’는 ‘현대’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Liquid Modernity’는
고시 무효 판결의 이유“피고가 2017. 7. 13. 제주특별자치도 고시 제2017-248호로 한 공공 하수도 설치(변경) 고시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하 모두 판결문에서 인용함)2024년 1월 30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수석부장판사 김정숙)는 월정리 주민 등 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하수도 설치(변경) 고시 무효 확인' 행정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인용해 '고시무효'를 선고했다. 무효. 참으로 지난한 두 음절이다. 그만큼 이 판결문을 공들여 읽을 필요가 있다.이 판결의 배경을 거슬러 올라보자. 오랫동안 논란이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환자에게 녹내장 진단을 처음 내릴때, 많은 녹내장환자들이 생활습관과 관련하여 많은 질문을 한다. 술 먹어도 되나요? 무슨 영양제가 도움이 될까요? 당근, 블루베리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인터
제주 소재의 대학을 다니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취창업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최근 SNS와 여러 미디어에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에 관심이 있던 찰나 우연히 친구의 추천을 받아 ‘JOY 1인 방송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사회적으로 미디어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고 있음에 따라 개인 영상 채널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일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나를 소개하고, 더 나아가 기업에 제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약 30명가량
얼마 전 의사협회장을 지내신 분께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이다.필자도 24년 전 의약분업 문제로 의료대란이 생길 때에 제주도의사회장을 맡고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고위관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보니 이분들이 의료대란이 생긴 원인과 향후 전개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다. 그때 필자가 충고했던 것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였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의료계가 얼마나 단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의료계가 단결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요즘 우리나라는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특수성을 모르는 정치인들에 의해 우리나라 의료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지경에 이르니 의사들이 분노하는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의사가 몇 명이 적정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각 나라의 의료제도나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 형태, 그리고 국토의 구성요소 및 국민소득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비록 그것이 비민주적 입법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국민들께서 가벼운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