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문화 예산이 공개되었다. 제주도는 올해 문화 분야에 1783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화 예산은 1653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783억원으로 7.9%p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문화 예산이 늘었다는 것에 기뻐할 만하다. 새로운 도지사가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성숙한 행보를 한다고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라도서관, 도립미술관, 돌문화공원관리소 등의 예산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니 그 규모에 놀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예산 대부분이 시설 확충에 쓰인다고 하는데, 제주시민회관 135억원, 서귀포 시민문화체육센터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지난해 인권왓의 첫 칼럼은 고등학생 당사자의 ‘학생들이 모르는 제주학생인권조례’였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주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수준으로밖에 볼 수 없다. 2022년 10월 11일 공개된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실천계획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지도가 낮음을 지적하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내부적으로 진행한 학생 조사에서도 여전히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상황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학
한국인은 누구인가? 한국인에게 삶을 더 가열차게 견인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써 한국인의 정신적 DNA에 속에 잠복해 있다가 여건이 충족되면 작동된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설명이다. 집단심리는 오래 세월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유전·전수된다는 것이다.그러면 한국인의 행동을 더 강하게 유발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흥이다. 한국인은 흥이 많은 국민이다. 흥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흥은 재미나 즐거움이 일어
21세기를 준비하는 모임의 「세계 인형극 축제」1980년대 어느 날 오사카에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심우성 선생님을 따라 ‘만석중놀이’라는 그림자극을 공연하기 위함이었다. 명색은 무대감독이었으나 실제로 무대를 감독할 일이 별로 없었다. 검은 옷을 입고 일사분란하게 무대 장치를 마련해준 극장 직원들 덕분이었다. 해외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대상국이 일본인지라 왠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와 거의 한 달 넘게 헤맸다. 일종의 문화충격인 셈인데, 우선 동경대 도서관 서고에서 본 한국 자
side [said] n. 면(面)double-sided a. 양면(兩面)을 갖는사름, 영헌가 허믄 또시 졍헌(사람, 이런가 하면 또 저런)side는 원래 사람의 “옆구리(=flank)”나 사물의 “긴 부분(=the long part or aspect of anything)”을 뜻하는 말로, 처음에는 mountainside “산 중턱”, hillside “언덕의 중턱”, roadside “길가” 등에서처럼 “옆면”이나 “측면”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그러다가 side dish “반찬”, side effect “부작용”, side d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한해의 시작점에서 올해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는 희망과 기대를 갖곤 하지만, 새해 노동현장은 약간의 어두운 느낌이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노동개혁 일환으로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발표한 근로시간제 권고안의 영향이 크다. 이미 세계 최장시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1주 단위 근로시간제를 최대 1년에 걸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앗아가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역사적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종영
스위스는 인구가 870만명에 불과하고,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 2022년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국가경쟁력이 세계 2위이고, 미국 예일대학 등이 발표한 2020년 환경성과지수(EPI)에 의하면 환경성과가 세계 1위이며, 2022년 UN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행복지수가 세계 4위다. 2021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9만4696달러로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른다.어떻게 스위스 같은 작은 나라가 이처럼 삶의 질이 높은 나라가 되었을까? 대다수의 학자들은 그 이유를 스위스의
최남단 제주가 느닷없는 핵 배치 문제로 한 며칠 발칵 뒤집혔다. 다름아닌 핵이다. 그런데도 논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자체로 메가톤급 위력을 지닌 사안이지만, 진원지인 여권이 관련 보도를 오보 혹은 가짜뉴스로 몰아가자 논란은 점차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핵은, 오영훈 지사의 말마따나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존재다.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한다. 국책사업의 소통 부재를 나무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핵 문제 앞에서 ‘세계평화의 섬’과의 부조화는 어쩌면 한가한 소리다. 제주가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가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와 윤리3년 전쯤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제법 큰 사고라 난생 처음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꽤 긴 기간 입원을 했고 찢어진 부위는 꿰매고 부러진 부위는 고정해야 했다. 문제는 뼈가 붙은 뒤에도 고정해둔 부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뼈가 붙는 기간의 3배 이상의 시간을 물리치료를 하고 운동을 했지만, 몸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사고 이후 나의 삶에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몇 주만 몸을 고정해두어
공무직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 공무원이 아닌 자로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말한다.제주특별자치도에 소속되어 있는 직원들의 경우 크게 3개 직군으로 공무원, 공무직,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할 수 있다. 공무직에 대해 공무원들이 보는 시각은 비정규직으로 보일 것이고 기간제 노동자들에 관점에서는 정규직으로 보이는 셈이다제주도 소속 공무직은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이 보장된다. 정년이 보장되었다고 정규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관공서에서 일용직이라 불리던 노동자였
1.2023년 새해가 솟아올랐다. 지구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가 있는 곳에서 새해맞이의 신열(身熱)을 앓는다. 지난해 곡절 많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새털만큼이라도 좋으니 좀 더 행복한 기운 아래 건강히 자신의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기원을 앙가슴에 품는다. 새해의 성스럽고 청량한 기운에 최대한 자신을 겸허히 낮추면서 말이다. 아무리 첨단의 기술사회와 경제지상주의가 인간의 일상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새해맞이 우주 삼라만상의 리듬 속 인간의 길흉화복은 인공지능마저 도통 범접할 수 없는 비의적(秘儀的)
revise [riváiz] v. 고치다, 개정하다 잘못허믄 고쪄삽주(잘못하면 고쳐야 한다)revise는 re- “다시(=again)”와 vis “보다(=to see)”의 결합이다. 이 vis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vision “시각”, visit “방문하다”, devise “궁리하다”, advise “충고하다” 등이 있다. revise의 어원적 의미는 “다시 보다”이다. 자신의 행위를 다시 한번 되돌아봄으로써 잘못된 부분(errors)을 찾아 고치거나, 생각을 바꾸거나(change one’s mind), 좀 더 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할 당시에,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특별자치도법에 주민소환제도가 포함되었다. 물론 곧이어 국가 차원의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하 ‘주민소환법’)’이 제정되면서, 주민소환제도는 제주도만의 제도는 아니게 되었다.왜곡된 주민소환제도그리고 제주에서는 도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1차례 있었다. 2009년 8월에 있었던 김태환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못하게 되면서 무산됐다. 당시에 소환대상자 측에서 조직적으로 투표 불참 운동을 했다는 논란이 제
지난 5월 초, 서울 출장을 떠났다가 제주로 내려오는 길에 서울 지하철을 탔다. 전철 내부 방송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열차 운행 방해 시위로 운행이 지연되고 있음”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필자는 매우 불쾌했다. 장애인들이 교통만 방해하는 존재로 규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들의 승차 투쟁은 기존의 교통 체계를 이용하려면 그렇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통상적인 교통 체계에 대한 저항이었다. 승차 시간이 지연된다면 모두가 다 쉽고 안전하고 빠르게 승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런데 공공 교통 기관이
올 한해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 그룹전, 기획전 등 많은 전시가 열렸다. 예술가로 고뇌하는 모습부터 예술을 한다는 재미에 빠진 모습까지 전시장에서 보이는 모습도 다양했다. 그런 작가들을 위한 미술 제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필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본 올해 제주미술계의 변화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먼저 서울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 지하에 들어선 제주갤러리이다. 제주도의 지원으로 문화정책과와 제주미술협회가 운영하는 제주갤러리는 고영훈 작가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 3월 16일 개관했다. 그동안 제주와 타지에 거주하
근대예술은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조선미술전람회(이하 선전)가 대표적인 제도다. 3.1만세운동 이후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정책 전환을 시작한 이래, 미술공모전을 통하여 통치수단으로서의 문화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미술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평가받으며 비평과 관람을 통하여 예술공론장을 형성한 가장 유력한 제도가 바로 이 선전이었다. 일본인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조선 예술가들이 선전을 통하여 활동했다.이 책에 등장하는 김복진도 선전에 여러차레 출품하고 비평에도 참가했다. 제국의 변방 식민지였다고는 하나 당대의 예술 형
vacation [veikéiʃən] n. 휴가worcation [wǝːrkéiʃən] n. 워케이션일과 휴식을 고찌허는 워케이션(일과 휴식을 같이하는 워케이션)vacation에서의 vac는 “비어 있는(=be empty)”이란 뜻이다. 이 vac에서 나온 낱말로는 vacant “빈”, vacancy “공백”, vacuum “진공”, evacuate “비우다” 등이 있다. vacation이 “일반적인 휴가나 휴가 여행”을 뜻한다면, worcation은 work “일”과 vacation “휴가”의 합성 신조어(newly-coined
제주를 지탱해주는 ‘뿌리’는 무엇일까? 필자는 ‘정체성’에 있다고 본다. 정체성이란 사전에서는 ‘존재의 본질 또는 이를 규명하는 성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인의 정체성 원류는 ‘삼성신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의 시조신이 탄생한 삼성혈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탄강지(誕降地) 삼성혈을 보존 관리하며, 삼을나 삼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시조신 제사를 지내면서, 제주의 뿌리를 지키겠다고 만든 재단이 고양부삼성사재단이다. 또 매년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교육감 등이 참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