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람들은 그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산과 바닷속이 험악하니, 물고기는 낚고 들짐승은 활을 쏘아 잡았다”(不用網罟. 山險海惡 不用網罟. 魚則釣 獸則射). 윗글은 조선왕조 영조 41년(1765)에 편집된 (김영길 번역본, 제주문화원)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그래서 이형상(李衡祥)은 화산섬 제주 바다는 칼날 같은 돌들이 묶여 서 있더라고 기록하였다. 칼날 같은 돌들이 묶여 서 있는 화산섬 제주 바닷속으로 그물을 드리우기가 사나우니, 물고기는 낚시로만 낚았다는 것이다. 화산섬 제주 바다
늦은 밤 손톱노크의 빗소리를 듣습니다 밤비1취객의 혼잣말처럼 깊은 밤에 오시는 비하나 둘 불경기의 간판불이 꺼지면서양순한 우산 하나가 까만 밤을 펴듭니다말소리 숨소리, 조심성 참 많은 밤비슬픔의 잔가지에 대롱대롱 맺힌 봄이이제나 저제나 하다 목덜미를 깨울 때문득 그 자리에 올려다본 까만 하늘사랑을 모르고 산 어둠의 살갗들이 순순히 악역을 풀고 밤을 속삭이잡니다.2하늘의 귓속말을 우리말로 받습니다나직나직 비 오는 창 그 여학생 목소리 같은늦은 밤 손톱노크의 빗소리를 듣습니다./ 2018년 고정국 詩#시작노트50년 전 그때 그 여학생
과학은 어렵지만 미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고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다면 이번 강의를 주목해보자.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첫 번째 강의가 오는 14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다.이번 아카데미는 과학 기자로 시작해 직접 탐험에 나선 문경수 과학탐험가가 ‘당신이 탐험을 즐기면 생기는 일’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문 대표는 이번 강연을 통해 탐험가로 성장한 자신의 경험담과 제주 자연이 지닌 가치, 지구를 탐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익어신가 : 익었는가* 설어신가 : 설었는가* 혼 점 : 한 점사냥꾼들은 산에서 몇 마리 포획하면, 그것을 통째 어깨에 매거나 지고 오지 않고 현
제주시는 2023년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불놓기를 포함해 불과 관련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오름불놓기는 주행사장인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 불을 피워 커다란 오름 일대가 불꽃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축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메인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불 없는 들불축제가 된 겁니다.최근 평년보다 많은 산불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산불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국가 상황이 위중하고 건조한 날씨로 안전 우려가 큰 것이 취소 이유입니다. 그런데 축제가 개막하고 나서야, 해당 프로그램을 눈 앞에 두고야 이를 공식한 것
섬비탈 토종동백도 눈시울을 붉힌다 내 고향 봄 바다엔겨우내 윗목에 누워 뒤척이던 고향바다봄은 그 머리맡으로 양은대야를 끌어당기며어젯밤 잠 설친 돌섬의 젖은 이마를 만지고 있다푸근히 뜸 잠결에 안개꽃 봄눈이 와서포물선 물마루 끝이 하늘자락에 허물어지면아득히 옥돔 어장에 등을 켜는 풍란 한 촉아직도 가슴에 남은 흉터 하나를 어쩌지 못해세월의 뒷켠에 숨어 떠난 자를 그리워하던섬비탈 토종동백도 눈시울을 붉힌다바다가 솜이불 펴고 남녘창을 열어둔 까닭돌아오라 사람아, 저 치잣빛 수로를 저어위미리 낮은 방파제 초록등도 켜리라./ 1991년 고정
하도리에서 만난 고홍임(출생년도 알 수 없음) 어르신의 군 이야기가 더 궁금했던 이유는 이러하다. 내가 알고 있는 헌병은 소위 헌병 모자를 쓴 군인 잡는 귀신 이미지였는데 어르신은 사복을 입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여준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동료의 옷이라 하셨다. 어르신은 처음부터 수사관이 될 생각은 아니셨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중대장이 어르신을 불렀다. 두꺼운 책을 하나 주며 시험을 보라고 하셨는데 그 시험이 바로 군수사관이 되기 위한 시험이었단다. 당시에는 한자를 모르면 될 수가 없었다. 죄명과 관련법을 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늦인 이 : 늦은 이(사람)농사에는 작물에 따라 다 때가 있다. 씨를 뿌리거나 묘종을 옮겨 심음에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해마다 농사를 지으
3월이 되면서 들판이나 숲 속에는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작은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깊은 숲 속 가장자리에는 이미 소개해 드린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가 꽃을 피웠고, 오늘 소개해 드릴 귀화식물인 들개미자리도 양지바른 밭둑 근처에서 손톱만한 크기의 꽃을 피워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개미자리라는 이름은 에서 처음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개미가 있는 자리라는 뜻이며 밭둑이나 길가 등 개미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이 들개미자리는 들판에서 자라는 특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들개미자
제주 여자들의 운반 관습은 옛 문헌에서도 기록되었을 만큼 제주도 이외 육지부 지역과 썩 달랐다. 김정(金淨, 1486∼1521)도 (濟州風土錄)에서, ‘부이부대’(負而不載)라고 기록하였으니 말이다. 부이부대란 제주 여자들은 운반 대상의 물건을 등에 질지언정 결코 머리에 이어 나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도 이외의 육지부 남자들이나 제주도 남자들의 운반 관습은 어떠한 물건을 지게 또는 바지게에 올려놓고 등에 지어 날랐으니, 김정은 부이부대라 하여 제주 여자들의 운반 관습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원초 경제사회 때 제주 여자들
유퀴즈에 나온 3000원 김치찌개 식당 가봤습니다...신부님이 사장님?3000원 김치찌개의 시작은 한 청년의 죽음이었다.“2015년 여름에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뉴스를 보시던 (글라렛선교수도회)한 수녀님께서 청년들 중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자각하신 거예요. 그렇게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만들어서 운영해달라고 말씀을 하셨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당시 저희가 청년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청년들에게 필요하다면
짝사랑 러브스토리 이번 주 토요일엔 꽃 한 송이 만나러 간다백사장 살짝 비켜 곱게 지은 도서관에엎디어 시어를 줍는 순비기 꽃밭을 지나,야트막 언덕바지 반쯤 마른 소나무 가지그 가지 끄트머리 하얀 면사포를 쓰고고요히 나를 향하던 그 달꽃을 만나러./ 2011년 고정국 詩#시작노트백사장에 인접한 표선도서관에, 매주 토요일 글쓰기 강의 일정이 잡혔습니다. 2011년 11월 셋째 토요일 저물녘, 강의 시간 조금 앞당겨 도서관 마당에 도착했습니다. 도서관 서쪽으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으며, 그 언덕에는 오래 전에 이미 고사한 것 같은, 소나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의 : 의, 의리, 사이* 혼골로 : 한곳으로사람 사이란 게 다들 경우만큼, 형편만큼 하게 돼 있다. 인간관계는 미묘한 것, 그래서 다른 동물하고
유해동물 지정으로 급감한 제주노루 개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고영만) 한라산연구부는 2022년 제주노루 개체수 모니터링 전수조사 결과 4300여마리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제주도는 매년 구좌, 조천, 애월, 남원, 표선, 안덕 등 6개 읍면지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5년 단위로 도 전역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중이다.이번 전수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진행한 표본 조사에서 집계된 개체수 4200여마리에 비해 100여마리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노
하늘이 허락하신 높이로 자란 벼 포기들붉은 지평선 – 그리운 나주평야 1몰랐네, 만종소리에 지평선이 운다는 것을몰랐네, 밥 먹고 살아도 벼에 귀가 있다는 것을몰랐네, 땅 딛고 살아도 저 논밭의 평등평화를 2벼가 고개 숙일 쯤엔 주인 발소릴 알아듣고오늘은 어느 구절 시 한 점을 바칠까 하고골똘히 아주 골똘히 귀를 열고 있을 때땅에 바짝 귀를 대면 우렁우렁 하늘의 소리하늘과 땅 사이에 울음 우는 모든 것들이저마다 각을 지우고 만종 결에 실리던,추수를 열흘 앞둔 ... 나주평야 저만 같아라하늘이 허락하신 그 높이로 키를 낮춘칠천만 벼 포
벌써 2년이 흘렀다. 2021년 10월에 섬사랑수의사회, 제주동물권행동NOW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마라도 고양이 76마리에 대한 중성화(TNR)를 진행했다. 당시 섬사랑수의사회가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한 주민이 사비를 들여 마라도와 제주도를 오가며 고양이를 한 마리씩 중성화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2019년 서울대 연구팀에서 마라도 고양이는 130마리로 추정하였다. 그 후 2022년 타 지역 동물단체가 두 차례 추가 중성화(TNR)를 진행하였고 지난 2월 9일에서 12일, 나흘 동안 제주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오홍식 교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웬 도깨 : 왼쪽으로 하는 도리깨(질)모든 일에는 보편성이 있고 순리(順理)라는 게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이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면 눈총을
입춘이 지나고 내일(2.19.)이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입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대지에 봄기운이 도는 시기입니다. 들판에는 벌써 세복수초가 올라오고 오늘 소개해 드릴 변산바람꽃도 하나 둘 피어나고 있습니다.이 변산바람꽃은 11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변산바람꽃의 구조와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꽃 종류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변산바람꽃을 사진으로는 많이 담아 보았으나 꽃이 너무 고와, 제가 직접 일러스트로 변산바람꽃을 그려 보았습니다.지난주에 찾아가 만난 변
“어르신, 몇 년도에 태어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나? 상대방이 마흔이면 나는 마흔 한 살, 쉰이면 쉰 한 살.”2:8로 넘긴 말끔한 백발머리, 172cm 정도의 늘씬하고 다부진 체격, 깊은 주름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독수리 같은 예리한 안광, 신발까지 올 블랙으로 단정하고 정갈하게 갖춰 입으신 착장. 댁에서 멀지 않은 인터뷰 장소에서 약배전(Light Roast)으로 볶은 게이샤원두로 내린 커피를 드시며 인터뷰를 시작한 어르신. 나는 하도리의 고홍임 어르신(출생년도 미상)이 내뿜는 아우라에 오늘의 인터뷰가 이제껏 내가 만
‘촌물내기’는 여름 동안에 불어오는 남동풍에 따른 해수 피해로 여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밭을 말한다. ‘촌물내기’에서 ‘촌물’은 짠물을 말하고, ‘-내기’는 ‘신출내기’, ‘서울내기’의 그것처럼 짠물이 끼치는 바람에 농사를 그르치는 밭을 낮잡아 이르며 붙이는 말이다. 지역에 따라 ‘여름밧(여름밭)’이라고도 한다. ‘촌물내기’와 ‘여름밧’은 남동풍이 짠물을 끼얹는 우도와 제주도 남동부지역 해안지대에 분포한다. 우도와 제주도에서 남동풍은 청명(4월 5일경)부터 추분(9월 23일경) 사이 부는 여름 계절풍이고, 북서풍은 추분부터 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