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가 새끼를 낳았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몰아치던 밤, 폭풍우 속에서 바람결에 문이 열린 내 방으로 피신을 온 어미 개 ‘보초’는...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사진 속의 이들이 언제 태어나, 언제 세상을 떠났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 애월항에 갔다. 타이어도 녹일 듯한 무더위에 한 시간 남짓 ..
[걸으멍 보멍 들으멍] (9) 폭낭 아래 소굴의 구사일생 이야기② / 정신지 시작은 돼지고기였다. 전쟁 통에 새신랑을 잃고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던 어느 날, 제사 때 쓸 고기 한 점을 사기 위해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은 집을 나섰었다. 그리고 그날부로 그녀는 하르방(할아버지)의 족은 각시(후처)가 되어 이웃마을로 거처를 옮긴다. 1958년의 일이다. 하르방
[걸으멍 보멍 들으멍] (8) 올렛담 허물어지면 누가 쌓을까? / 정신지65년째 돌담을 쌓고 계시는 한 하르방(할아버지의 제주어)이 있다. 두세 번 그를 찾아갔지만 매 번 그는 집에 없었다. 늘 할망(할머니)과 둘이서 밭일을 하고 계셨기에 바쁜 그를 방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며칠 전, 돌멩이도 녹일 듯한 무더운 오후에 나는 다시 그의 집을
[걸으멍 보멍 들으멍](7) 욕쟁이 세탁소 아저씨 / 정신지 어느 시골의 오래된 세탁소. 창문 너머로 오래된 재봉틀이 수십 개 놓여 있고, 그 안에 꾸벅꾸벅 졸며 쉬고 있는 백발의 한 아저씨가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느냐 물으니, 그는 대꾸도 안 하고 나가라고 손짓한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나에게 그가 묻는다
[걸으멍 보멍 들으멍](6) 생을 마칠 때까지 가게 문 열겠다며… / 정신지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과자며 술, 오만가지 잡화가 놓인 소위 말하는 ‘동네 구멍가게’. 시원한 물과 사이다를 사고, “얼마에요?” 물으니, 분홍색 옷을 입으신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이 고개를 쑥 내밀며 가게 안쪽에서 몸을 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주변을...
[걸으멍 보멍 들으멍] 해녀, 해녀 아들, 그리고 나 / 정신지 고기잡이배에 시동이 걸린다. 내가 사는 웃 뜨르(‘윗들’이라는 말로 제주에선 중산간 지역을 말한다)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새벽을 여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여섯 시가 채 되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평소 같으면 실컷 자고 있을 이른 아침, 조금 전 시동을 건 그 배가 지
지도를 들여다보고, 걷거나 탈것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어느 한 장소를 알아가기 위해...
[걸으멍, 보멍, 들으멍] 바람, 돌담, 그리고 할망 / 정신지마당의 금잔디가 하도 예뻐서,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대문을 들어섰다. 누가 살지 않을지도 모르고, 누군가 살지도 모를 것 같은 집. 어슬렁거리고 있자니, 허리가 매우 굽으신 작은 할망(할머니란 뜻의 제주어) 한 분이 마당 한편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신다. “잔디가 너무 예뻐서 그런데,
[걸으멍 보멍 들으멍] 생전 처음 밭을 일구면서… / 정신지생전 처음으로 밭을 가꾼다. 씨앗은 뿌려 놓으면 싹이 트는데 몇 주나 걸리고, 그간 밭에는 잡풀이 새싹과 함께 자란다. 그걸 하나씩 뜯고 있자면, 뭐가 새싹이고 뭐가 잡초인지 구분하는데 한 씨름한다. 땡볕에 종일 앉아서 검질(잡초란 뜻의 제주어)을 메고, 돌을 일구어 내어도, 끝나고 나
이 여자, 택시 기사들과 대화 나누길 즐기는 ‘수다쟁이’다. ‘역마살’도 단단히 타고났다. 거기에다 ‘촌스러움’까지 좋아하는 독특하고 야무진 여자다. 그녀의 이름은 정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