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쉼] 낭만 가을가을이다.높고 푸른 하늘에서 보석 같은 햇볕이 아낌없이 쏟아져 내린다.살며시 몸으로 내려오는 햇살이 따뜻하고 정겹다. 한여름의 열정을 넓은 품에 안은 가을 햇살은 삶의 생채기들을 치유하는 묘약이다. 낭만 가을이다.낭만 가을에 혼자 있음을 즐긴다.왁자지껄 여러 벗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깊어가는 가을에 혼자 사색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지지난주 일요일 교래리 자연휴양림 짧은 코스
[바람섬의 숨, 쉼] 모두 함께하면 더 좋은 한가위어린 시절 추석은 나랑 별 상관이 없는 나날들이었다.아주 어릴 때는 추석이 뭔지 잘 몰랐고 중·고등 시절에는 공부하면서(했다기 보다는 대의명분이 그랬다는 것)보냈다. 또한 그때는 사춘기 소녀가 누구나 그렇듯 ‘바글 바글 모여서 하는 행사’를 팔짱끼고 눈으로 흘깃거릴 때였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깨송편’ 이다. 그때는(지금부터 30여 년 전) 거의 집에서 떡을
[바람섬의 숨, 쉼] 스며듦의 삶태풍이 달리 태풍이 아니다.밤새 세상을 채운 빗소리 바람소리가 둔한 육신의 감각을 깨우니, 아주 오랜만에 주말 늦잠을 반납하고 새벽 세상을 본다.눈 뜨고 바라본 그 곳에는 자연(自然)이 있었다.자연스럽게.그리고 또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올해 초 해거름 오후, 먹고 사는 일 때문에 고산에서 대정으로 급히 가던 중이었다. 시간이 정해진 일이라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늘 ...
[창간특집] 10년 맞이한 제주의소리에 부탁합니다제주의소리 창간 10주년 원고를 부탁 받는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열쇳말은 '후회'였다.왜 뜬금없이 후회인가,남의 잔칫상에 재 뿌리자는 것인가?아니다.지금까지 10년을 잘 지내온 그 마음 그대로 앞으로도 10년, 10년의 10년 뒤에 후회하지 않는 제주의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10년이 주는 의미는 크다
[바람섬의 숨, 쉼] 입맛이 추억으로 이어질 때열흘 전, 눈발 휘날리는 오후 다섯 시 무렵이었다.일하는 사람들에게 오후 다섯 시는 길모퉁이 같은 시간이다. 아침부터 씩씩하게 열심히 일하다 낮에는 마음에 한 점을 찍고, 다시 오후 일을 하다 만나는 오후 다섯 시. 발등에 불 떨어진 일이 없는 다음에야 오후 다섯 시 즈음이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묻는다. 저 길
[바람섬의 숨, 쉼] 인상(人相) 아닌 인상(印象) 이야기 새해를 맞아 거울을 보자.참 낯선 얼굴이 건너편에 있을 것이다.매일 내 몸의 가장 윗부분에 떡하니 걸쳐놓고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저 건너편의 나는 익숙하지가 않다.그러고 보니 날마다 씻고 단장하는 나의 얼굴을 차분히 바라본 적이 있었나?거울에 비친 내 얼굴의 인상(人相)만 보았지 인상(印象)을 보았던 적이 있었나?지난해 가
[바람섬의 숨, 쉼] 새해단상
[바람섬의 숨, 쉼] 달리기 잔혹사어쩌다 보니 요즘 달리고 있다.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면 달리는 흉내를 내고 있다.신체능력지수가 바닥권인 나는 매번 새로운 운동을 접할 때 남들보다 두 세배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한다.초중학교 시절,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고등학교 시절, 남들은 그냥 ‘따 놓은 당상’이라 하는 학력고사 체력장 점수가 내
너무나 무더웠던 여름을 견뎌낸 후의 바람이라 참 달다. 가을바람!!!해마다 가을이면 부는 바람이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올해는 참 가을바람이 반갑고 좋다.거기에 길고 긴 연휴가 주렁주렁 달린 추석이다.아...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적어도 외적인 상황은 그렇
[바람섬의 숨, 쉼] 결핍과 단절? 설문대할망 컴플렉스 다시보기 어렸을때 난 설문대할망을 삐죽이 할망이라 불렀다."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고작 명주 한 동이 부족하다고 다리를 안 놔줘?나 같으면 '어유 고생했다'하면서 얼른 다리 놔 줄 텐데..창조의 여신이라면서 그 정도 아량도 없어? 덩치만 크면 뭐해? 마음도 커야지."
[바람섬의 숨, 쉼] 추억의 힘추억의 힘을 믿는다.살다보면 알게 된다. 현재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추억이라는 것을.그리고 또 알게 된다. 추억은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서 살아나며 현재는 다시 미래의 추억이 되니 추억의 시제 구분은 갈수록 무의미 해진다는 것을.잘 알았으면 누구나 아는 정답이 나온다.'현재의 삶에 충실 하라.', '지금 행
[바람섬의 숨, 쉼] 21세기형 제주 여성을 생각하며난 제주여성으로 거의 반백년을 살아왔다.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주변에 바닷물처럼 모래알처럼 많은 제주여성 가운데 한명이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제주도에서 유학 온 여학생‘ 으로 조금 주목받긴 했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제주 여성이라는 특별한 자각이 친구들은 물론이고 나조차도 별로
[바람섬의 숨, 쉼] 내 마음같지 않을 때 '렛잇비'를 되뇌어보자마음대로는 참 좋은 말이다. 걸림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게 마음대로다.그런데 그 '마음대로'가 '마음대로' 잘 안되어서 슬프고 괴롭고 힘든 게 삶 아닌가?우선 몸을 보자내용으로 따지면 문제 많지만 형식으로 본다면야 나는 내년이면 10년차 요가수행자가 된다.강산도 한 번 변
[바람섬의 숨, 쉼] 영화 '지슬', 개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제주의소리에서 초대해준 덕에 나도 '지슬 관객'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벌써 오래전 일이 돼버렸다.)이미 영화에 대한 각종 평가와 의의는 너무나 많이 발표됐으므로 어쭙잖은 나의 의견을 한줄 더 보탤 생각은 없다. 다만 그냥 밀려오는 파도에 슬쩍 몸을 맡기 듯 영화를 본 나의 개인 단
[바람섬의 숨, 쉼] 제주 옛 이야기 '담금질'이 필요한 때 요즘 친구들과 하는 농담이 있다."나, 노후 대책 정핸""뭐?""모델""모오델? 젊은 날 패션도 평균 이하인 주제에 무슨 모델?""패션모델 말고 제주 원주민 사진 모델""아이고, 나도 해사켜. 그냥 사진만 같이 찍어주면 되는 거지&ldquo
[바람섬의 숨, 쉼] 이 아름다운 봄, 주인공이 되는 방법 봄이 왔다.오래된 친구처럼 포근하던 겨울 외투가 따뜻한 햇볕에 어색해하며 슬그머니 사라진 사이로 봄이 쑥쑥 다가왔다.겨울이 어느 사이 물러간 것도 눈치 못채고 우리 몸은 금방 봄볕에 익숙해졌다.봄이 오는 첫 신호, 봄볕에 이어 저 멀리서 불어오는 노란 모래바람…. 그 바람을 순식간에 잠재운
[바람섬의 숨, 쉼] 새해, 내 가슴을 뛰게 한 세 편의 동시다시 새해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굳게 결심을 하며 새해를 맞았건만 역시 어제 오늘의 계속인 새해 첫 달이었다. 그런데 다시 새해가 왔다. 태양과 달을 들먹거릴 필요 없이 그냥 쉽게 민족의 대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 정말 뭐랄까.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각오
[산길의 숨, 쉼] 때로는 필요한 싸움도 있다 나는 싸움을 할 줄 모른다. 학교 다닐 때 가정통신문에 늘 소심하다는 표현이 따라 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싸우겠는가. 나는 큰 딸이고 동생이 세 명이나 있다. 형제들은 보통 싸우며 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동생들과도 한번 제대로 싸워보지 못했다. 일단 시비가 붙으면 나는 100전 100패이기 때문이다. 눈물
[바람섬의 숨, 쉼] 새해, '일념돈탕진'이라는 요술봉을 쥐기 위해선 새해다. 새로운 해, 새해를 맞아 장한 결심을 해야 되겠다고 잠깐 잠깐 비장해하는 사이에 새해가 와버렸다. 사실 새해라야 별로 다를 바 없는 어제와 오늘의 반복인데 왜 새해라는 말에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일까. 가볍게 생각하니 단순한 결론이 나왔다. 언제부턴가 삶의 나날들이 행여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될까봐 두려워
[산길의 숨, 쉼] 흔히들 제주의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라고 부른다. 곶자왈이 물리적 의미의 허파라면 동문시장은 정신적 의미의 허파라고나 할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거르지 않고 하루에 한번 동문 시장에 간다.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다. 동문시장에 가면 언제나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