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9 당연하다고? 이상한 건데!세상을 바라보는 실질적인 감각, 실용주의, 자아지향적인 욕구, 감성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중요시하는 선택, 건조하고 딱딱한 태도,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강한 희구,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믄장아기 여성들이 가진 특징이다. 여신 가믄장아기는 종들을 거느리고 사는 부잣집의 딸, 귀여움을 받는 막내의 자리가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8뒤바뀐 성 관념에 대해서도 저항그녀가 저항한 것은 효 자체가 아니라 전도된 효 관념 이였듯, 그녀는 남성 지배원칙에 의해 전도되어 있는 성 관념에 대해서도 저항한다. 부모님에 대하여 가믄장은 자녀였지만 개체적인 독립된 존재이기도 했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부장문화는 독립적인 여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자란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김정숙의 제주신화이야기] (47) 가믄장아기 원형 6 가믄장아기는 체제에 의해 전도되어버린 가치들에 저항하고 권위적인 질서와 타성을 깨면서 일반화시키는 비판적 실천의 소유자다. 체제, 관습, 고정관념이란 건 언제나 별일 없이, 무료한 듯 지나가는 편한 일상의 나날들을 위한 것일지 모른다. 가믄장은 어느 비오는, 여전히 무료한 날, 부모님이 장난삼아 낸 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5 가믄장아기 원형4가믄장아기 원형은 여성해방의, 인간해방의 선구자다. 자청비와 달리 그녀는 머리띠를 두른 모습이다. 머리띠를 두른 그녀는 체제유지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삼종지도의 가치관 맹목적인 효도주의 가족주의 장유유서의 질서와 같은 지배계급의 논리에 저항한다. 자청비의 여성해방, 인간해방에 대한 동기는 사랑 때문이었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4 ‘지 까짓게, 요 정도쯤이야’차별화의 지배구조는 남녀의 활동, 신체나 성행위의 인식을 구조화하는 표상들, 언어 행위에도 곧바로 나타난다. 여성들의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감추고 닫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성행위는 윗부분은 움직이며 땅에 고정되어 부동적인 하체를 지니는 맷돌과 비교되거나 또는 왔다갔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3 가믄장아기 원형 2배꼽 아래 선그믓(陰部) 덕으로 먹고 입고 행동합니다 두 언니와 부모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만, 그녀는 ‘자녀는 부모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사회의 문화에 저항한다. 세상의 자연적 질서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늘도 인정했고, 땅도,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2 가믄장아기 원형 ①관습적으로 굳어져 온 것들에 대한 저항하는 여신 의 주인공은 전상신인 가믄장아기이다. 전상이란 전생인연, 운명을 말한다. 제주의 여신들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여신·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접과 여신·여성들의 위대한 영성에 감탄하면서, 몇 날을 못자면서 큰굿을 쫓
41 가믄장아기 신화 4 부자가 되고 편안해질수록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지다집안은 일시에 우마가 생기고 전답이 생겨 처마 높은 기와집에 풍경 달고 잘 살게 되었다. 살림살이가 늘어날수록 가믄장아기는 봉사가 된 부모님이 여기저기 동냥하며 있을 생각을 하면서 웃음이 사라졌다. 거지잔치를 열다가믄장아기는 석 달 열흘 거지잔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0 가믄장아기 신화3 세 형제는 각각 파 온 마를 삶고, 먹기 위해 둘러앉았다. 큰마퉁이가 마를 삶아 가져 왔다.“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태어나서 많이 먹었으니 마 모가지나 드십서!”마 모가지를 꺾어 늙으신 부모님께 드렸다. 손님격인 가믄장에게는 꼬리를 잘라 주고 자기는 살이 많은 가운데 부분을 먹었다. 둘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9 운명의 여신-가믄장아기 신화 1 막상 내쫓으려 하니 어머니는 부모의 정 때문에 섭섭하여, 큰딸애기에게 “저기 나가 보라. 네 동생 아직 보이거들랑 식은 밥에 물이라도 말아먹고 가라고 해라.”똑똑한 동생을 시기해서 떠나버리길 바랬던 은장아기는 노둣돌 위에 올라서서 소리쳤다. “설운 아우야, 빨리 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곧 너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8 운명의 여신-가믄장아기 신화 1 “내 배꼽 밑으로 쭉 내려 그어진 선그믓 덕에 먹고 입고 행동합니다.”*지난 글까지 자청비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글부터는 가믄장아기 이야기(가믄장아기 신화-가믄장아기 원형-가믄장아기 여성)입니다. 옛날, 윗마을에는 강이영성이라는 거지가 아랫마을에는 홍은소천이라는 거지가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7 예쁜 자청비 여성들의 경우, 이 여성은 억울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여성들에게조차 위험스러운 여성으로 인식되기 쉽다. 아직까지도 여성적인 성적 매력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분위기에서 종종 자청비 여성은 그녀가 가진 여성적인 매력들로 인하여 많은 남성들에게는 물론 여성들에게도 원치 않는
36 자청비 여성 5자청비 여성은 자신의 이해를 우선으로 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사랑을 얻기 위하여 거리를 두거나 자신 속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문도령의 세계 안으로 성큼 들어간 자청비 여신처럼 자청비 여성들은 때에 따라서는 남성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힌다.
35 자청비 여성 4일상의 위대함 여성의 일상적인 모습들,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개키는 일이, 다만 하루를 주기로 소모되는 지겹고 하찮은 일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여성들은 자청비 여신을 닮은 여성들이다. 사랑하는 문도령이 다른 여자와의 결혼식 때 폐백으로 쓸 비단을 짜는 자청비 여신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그런
34 자청비 여성 3가족이란 철옹성을 변형시키는 이단자대부분의 문도령은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실의 문도령들은 낙원을 원한다. 문도령의 낙원은 책임이 없는 아이 같은 상태로 있는 곳이지 책임을 지는 곳이 아니다. 그는 아내가 꽃처럼 있어주기를 원한다. 전기밥솥이 되었다가 세탁기
33 미토스와 로고스의 조화를 꿈꾸는 여성사랑 안에서도 미토스와 로고스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자청비 여성은 미토스와 로고스의 조화를, 본능과 이성이라는 모순에 빠지기 쉬운 두 영역의 조화를 꿈꾸는 여성이다. 그녀는 그녀의 정체성이 상대를 배제하지 않은 채,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미토스는 꿈
32 자청비 여성 ①코기토 이후신화에 대한 연구는 일단 어떤 불가사의한, 합리적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데카르트의 명제 이후 우리는 최근까지 이성, 실증, 법칙, 이론에 의한 지식과 논리로 살아왔다. 상상력과 감성의 지식들은 홀대되었고 많은 지식인들은 신화연구를 비논리적이고 우스운 것으
31 자청비는 생활문화의 원형이다 신화의 말미에서 자청비는 하늘에서 일어난 난을 평정한 대가로 오곡의 씨앗을 선물로 받고 내려오는데, 내려오다 보니 씨앗 하나가 모자라 도로 올라가 받아 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받은 그 씨앗은 메밀 씨앗 이었다. 신화에서는 ‘그런 법으로 메밀은 다른 씨앗보다 늦게
30 자청비 여신 원형 ⑩자청비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여성 원형이다. 시선을 장악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선생님들 앞에서 제자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있어야 했다. 부모님과 얘기하는 아이들의 시선도 그래야 했고 남편과 얘기하는 아내의 시선도 그래야 했다. 상사 앞에 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임금이나 고위관직의
29 자청비 여신 원형 ⑨ 자청비의 여신 원형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확보하는 여신 원형이다. 문도령은 이야기 내내 아이 같다. 자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늘 무엇엔가 끌려 다닌다. 자기 욕망에 부합되는 일엔 뛸 듯이 좋아하며 기분과 맞지 않으면 조그만 일에도 토라지고 징징댄다. 문도령 앞에 타자는 없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