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6·2선거) 8일 후인 2010년 6월10일, 제주시 연동 건설회관 7층에 위치한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인수위 사무실엔 한동안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냉기가 흘렀다. 당선인이 서두에 “넥타이도 풀고 윗도리도 벗으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일부 공무원의 얼굴에선 핏기가 사라졌다. 업무보고를 하러 온 도청 간부들이었다.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있었다. 공직 외부의 인수위 참여 인사들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는 와신상담 끝에 6년만에 돌아온 우근민 당선
우여곡절이 많았던 6.1지방선거도 막을 내렸다. 3.9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여소야대 국회로 바뀐 지 얼마 안 되어 치러진 선거여서 도민의 선택이 궁금했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도의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53퍼센트에 불과했고, 거대 양당 체제의 강화로 소수당이 전멸하면서 정치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전체 45명 도의원 가운데 40대 이하가 10명이나 당선되어 제주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예전부터 제주도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중앙정치권의 역학관계보다는 인물을
제8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로 잠 못 드는 한반도의 밤도 지났다. 날이 밝으면, 모든 사람은 선거와는 무관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나도 그러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쉼없이 진보와 보수의 승패 원인을 논할 테지만, 아마도 생뚱맞은 논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정작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결코 특정 진영의 일원도 아니고, 거기에 속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와 당근이 명명백백히 구분되는 것처럼, 우리 안의 진보와 보수 성향이 그렇게 명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닌 탓이다.돌이켜보면
온종일 선거유세 방송 차들이 돌아다니고, 곳곳엔 현수막이 걸려있으며, 문자가 쏟아지던 선거운동이 끝이 났다. 이제 곧 발표될 결과만이 남았다.선거결과가 나오면 승자와 패자가 나뉘겠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도민의 뜻이자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정당과 정치인들은 일상으로서의 정치를 고민하길 바란다.매번 선거철만 되면 얼굴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들이 거리 곳곳으로 나와 우리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그 정치인 얼굴 보는 것은 지역에서 목소리 좀 내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선거가 끝난 일상에서 정치인은 참 멀게
악의 무리를 일소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에게 법 따위는 안중에 없다. 법은 고사하고 말 보다도 항상 주먹이 앞선다. 그에게 법은 오히려 단죄를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음을 항변하려는 뜻일 게다. 주인공들은 종종 법의 무기력함을 탓하기도 한다. 분명 초법적임에도 불사조 같은 주인공의 활약상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통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응징의 대상이 당해도 싼 악당이기 때문이리라.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시절이 제주에도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4.3의 참극이 벌어졌던 바로 그 시절이었다. 당시 군·경은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이 승인을 받기도 전에 공사를 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칠 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에 들어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부지에서 나무와 덩굴들을 베어낸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은 사업승인이 나기 전이라 불법으로 사전공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제주시와 자치경찰대가 조사에 들어갔다.사업자인 (주)도우리는 경계측량을 하기 위해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는 해명이다.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마을 주민과 환경단체는 훼손 면적이 3만㎡에 이르고 베어진 나무도 수백 그루가 넘을 것으로 추
아니나 다를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니 눈 뜨고 못 볼 지경의 일들이 잇따른다. 후보자들은 예외없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우성과 무책임한 행실의 연속이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갈지자 행보가 곳곳에서 속출한다. 잘 짜인 희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치는 틈틈이 하는 여기(餘技)가 아니다. 그런데도 6·1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제주지역 주요 후보자들의 단면은 씁쓸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일부 후보의 허언과 경망스러운 태도는 유권자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출사표는 호들갑과 야단법석이었다. 도지사 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선현들의 가르침이다. 더구나 발을 디딘 곳이 탐스런 자두가 달려있는 과수원이 아니라, 어디든 건들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지뢰밭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살아남으려면 할 수 없다. 이럴 땐 무조건 거기서 빠져 나오는게 상책이다. 일단 사업 추진을 중단하라는 의미다. 뭉기적거리다가는 오해 차원이 아니라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제주판 대장동’으로 일컬어지는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사업 얘기다. ‘오등봉’에 깔린 지뢰는 한 두 개가 아니
6.1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제주특별자치도를 책임지겠다는 이들로부터 손전화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로는 세계적이지만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여야와 진영을 막론하고 도민에게 행복을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해방 이후 수많은 선거에서 행복사회 구현이라는 공약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행복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물질적 육체적 즐거움을, 다른 이는 정신적 예술적 즐거움을, 또 다른 이는 영적
본격적인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각 당은 도지사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으며, 예비후보들은 앞다퉈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나오는 공약들을 보면서 현실성이나 실천 가능성에서 의문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특히 선거철만 되면 모든 후보가 청년들이 중요하고, 그들이 제주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청년들을 내세우지만, 그 결과가 제대로 나온 적이 있나 싶다. 특히 그럴듯한 공약이었지만 그 공약들이 구호에 그쳤거나 축소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지난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 2,
대권주자급에 걸맞는 커리어를 쌓기위해 입각도 노려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국토부장관은 의외였다. 행안부장관이라면 또 모를까, 국회의원 시절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적도 없고, 그의 이력에 부동산이나 교통 분야와의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위원장 얘기다. 언론들도 예상밖이라는 반응이다. 깜짝 인사, 파격 발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성 보다는 정무·조정 능력을 중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곧 야당이 될 민주당은 발끈했다.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
또다시 제주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사라진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달 30일 곶자왈 파괴 논란을 불러온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 영향평가협의 동의안을 가결했다. 그동안 도의회가 보여 온 여러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협의안 처리 행태를 볼 때 처음부터 걱정하던 결과여서 놀랍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 그 어떤 개발대상지보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선흘 곶자왈 가까이 들어서는 개발사업인 만큼 도의회가 이번만큼은 제주 환경을 지키는 마지막 책임을 다하지 않을까라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부질없는 일임을 확인했을 뿐이다.제주
4·3의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 그 사건은 기억이고, 그 기억은 개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세들인 우리에게 4.3은 역사이고, 때문에 그 역사는 모든 개인의 기억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조금은 넓은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동학이 전봉준 개인이 아닌 조선사회에서 일어난 것이고, 신축난이 이재수 개인이 아닌 제주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인 것처럼 4.3의 역사도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조선조정과 외세가 있거나, 대한민국 정부와 미소(美蘇) 군정이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4.3의 역
제주의 사면, 바다“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바다에 우리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이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 섬에 바다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시야는 인근 바다에 제한되어 버렸다. 현실적인 가능성에 그 너머를 상상하는 힘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육지와의 연관성을 중시해 바다도 인근으로 한정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도는 한반도 남해안에서 약 140km 떨어져 있고, 수심 100m 내외(90-130m)의 대륙붕에 위치한 화산섬이다. 동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에게 가해진 형벌 증살(蒸殺)은 관원의 독직을 경계하기 위한 용도로는 그만이었다. 죽음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선비들 한테 증살은 치명적인 형벌이었다. 팽형(烹刑)이라고도 하는 증살은 일종의 사회적인 사망 선고였다. 어찌 사람을 삶거나 쪄서 죽이겠는가. 실은 그런 시늉만 냈다. 따라서 증살은 명예형이자 평판(評判)형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그랬을까 하는 논란이 있지만, 광해군의 이복동생 영창대군이 유배지에서 증살되었다는 기록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리 증살이 명예형이라고 하나, 가혹하기로는 어느 형벌 못지 않았다. 솥에
오늘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스무 번째 대통령이 결정된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말았다.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 그동안 각 진영에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느끼고 있다. 여론이 초박빙이다 보니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들도 전체 36.9퍼센트나 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미래를 팽개쳐서는 안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그마저 불가능하다면 최악을 막기 위해서는 차악이라도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언론은 연일 2030 청년 세대를 말하고 있다. 특히 모든 후보가 앞다퉈 청년 세대와의 공감을 말하며, 자신들이 청년을 대변하겠다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청년을 각자 프레임에 가두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그것이 청년들의 목소리라 주장하기 바쁘다.정시확대, 사법고시 부활,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등 교육 정책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같은 주거 정책은 물론 군 병사 급여 200만원으로 인상처럼 안보정책까지 자신들의 대표 청년정책이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일정 분야에서
‘국립’ 제주대학교에 양용찬 열사(1966~1991) 기림비가 세워지는 걸 보고 두가지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격세지감, 다른 하나는 제주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1991년 11월7일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뒤 명예졸업장을 받기(2021년 12월28일)까지 걸린 시간 30년은 그 자체가 격세(隔世), 긴 세월이다. “양 열사는 역사에 기록될만한 선지자적인 훌륭한 일을 하셨다”“우리는 그 분의 선지적인 희생으로 편히 발 뻗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잘못된 것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긴 용기있는 대단한 분이다. 모두가 자랑
20대 대통령 선거가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통령 선거인 만큼 국민들은 그 어떤 선거보다 많은 관심과 투표 참여로 대통령을 뽑아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체육관 선거라 하는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기도 했다. 그러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승리와 함께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찾았다. 그때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통령 5년 단임제다. 1987년 이후 5년마다 7번 선거를 치르며 대통령을 뽑아 나라 살림을 맡겨 왔다.요즘은 10년
화석연료와 지구 생태계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가들도 어느덧 뒷짐을 풀고 기후위기에 하나둘 대응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 과학기술에 기초한 구체적인 통계 데이터로 드러났다. 유엔 산하 과학 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지구 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