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노조’ 하면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이 떠오른다. 거꾸로가 더 맞을 것 같다. 삼성 하면 '무노조 경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초일류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만큼 삼성에게 노조는 절대 허용해선 안될 존재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즘으로 치면, 노조는 일종의 바이러스 취급을 받았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사시(社是)와 다름없는 삼성의 무노조 방침은 ‘선친의 유훈’이란 이름 아래 오랜기간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구축했다. 노조 설립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튀어오르는 게 세
4.15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첫 반응은 “무섭다”였다. 개헌만 빼고 사실상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지만, 민주당으로선 ‘4년 후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유권자들이 부여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장차 호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모처럼의 압승은 17대 총선 이후의 기억을 소환한다. 딱 16년 전이다. 2004년에도 선거는 4월15일 실시됐다. 그해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엄청난 역풍을 몰고왔다. 선거 결과 열린우리당
역대 선거 중 ‘깜깜이 선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아마도 매번 정책과 공약,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꼬집은 말이리라.이런 점에서 보면 4·15총선은 어느 때보다 깜깜한 선거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총선 정국을 덮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계제는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 검증의 기회가 줄어든 게 아쉬울 따름이다.팬데믹은 선거 풍경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시되면서 후보들은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유세를 자제했다. 주먹 인사가 악수를 대신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의 호소는 절제됐지만 절절했다.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다. 호소는 정치권을 향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 처리 요청이었다. 4.3생존수형인과 4.3행불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서둘러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있었다. 고령의 당사자들에게는 촌급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재임 중 두차례 추념식을 찾은 것에서도 절박함이 느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자가 크게 줄어 식장은 한산했지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묵직했다. 문 대통령이 일일이 이름을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청정 제주’가 ‘1일천하’로 끝난 이후 4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해외 입국자들이 문제였다. 국경을 무색케하는 팬데믹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말그대로 세계적 대유행이다. 대한민국만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유럽, 미국도 아직 초반전일지 모른다. 강물에 휩쓸리듯 뇌관은 6대륙으로 흩어졌다. 마찬가지다. 제주만 잘 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문을 완전히 걸어 잠글 수는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간 어떻게 지켜왔는데…. ‘강남 모녀’에 대한 도민의 분노는 수긍이 간다. 억대 손해배상 청구는 성난 민심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세계의 찬사는 투명성에 기인한다. 방대한 진단검사 규모와 속도,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기에 가능했다. 투명성은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원동력이었다. 당국은 대중에게 투명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대중은 그러한 당국에 신뢰를 보냈다. 만약 여기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을지 모를 일이다. 이르긴 하나, 한국이 빚은 ‘전염병 통제의 세계적인 모델’은 결국 민·관의 합작품이다. 반대로 불투명은 갖가지 오해와 억측을 낳는다. 신뢰가 싹
꽃의 생김새가 나비와 닮다는 호접란(胡蝶蘭)은, 일부 제주도민에겐 화사함 보다는 참담함을 안겨준 존재로 기억된다. 처참한 성적표를 내고 접은 호접란 수출 사업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160억원이 넘는 혈세가 증발했다. 우근민 도정 때였다. 시작은 담대했다. 도내 화훼농가들의 소득을 높여주겠다는 명분은 당시만 해도 그럴 듯 했다. 뾰족한 활로가 없던 상황이었다. 2000년, 16개 농가가 참여하는 수출단지가 제주에 조성됐다. 이어 2003년까지 주요 수출처인 미국의 LA 외곽에 4만2776㎡의 농장을 사들였다. 제주 모종
제 몸을 해부용으로 내놓은 ‘드라마 속 유의태’-현실에서는 유의태와 허준이 동시대 인물이 아니라는 둥 논란이 분분하다-는 당대(?) 영웅임이 틀림없다.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본인도 감염돼 숨진 중국의사 리원양도 영웅으로 불릴만 하다. 리원양은 신종 코로나의 존재를 외부에 처음 알린 인물이다. 이 일로 당국에 의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웅은 난세에 나는가 보다. 아니 그보다는 세상이 어지럽고 앞날이 깜깜할수록 위기 극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두각을 나타낸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19는 이미 육지부에선 지역사회 전파 수순에 접어들었다. 확진자와 접촉자, 그 동선만 피하면 되는 단계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마치 좀비라도 만난 듯 이제는 괜히 서로를 멀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들이 오히려 섬뜩함을 자아내는 영화 인베이젼을 떠올려보라. 보균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은 공포를 유발한다. 그럼에도 보균자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다. 물론 지나
정치인은 원래 말이 많다. 말로써 승부해야 하는 몇 안되는 직업 중 하나가 정치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아남으려면 좋든 싫든 말을 해야 한다. 정치인이 요즘 가장 애용하는 SNS도 사실은 말을 더 빨리, 더 널리 실어나르기 위한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극단적으로, 정치인의 말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화(禍)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후자는 말그대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빚어진 설화(舌禍)다. 그 길이(三寸)에 비해 가혹할 정도로 정치인에겐 치명적이다. 말 한마디 때문에
신종 감염병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이때, 제주사회에 또 한가지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월 단위로는 정확히 8년만에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미처 몰랐을 것이다. 거세게 불어닥친 이주열풍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을. 한달 평균 1000명 넘게 인구가 증가한 게 불과 2년여 전이었다. 웬만한 규모의 마을이 연간 12개나 새로 생겨난 셈이다. 완만하긴 해도 줄곧 늘 것만 같았던 순 유입이 이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인의 발길이 끊긴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사드 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아직 사망자는 사스나 메르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확산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그 타격이 사스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예상 보다 감염력이 높고 전파력이 센 것이 문제다. 당국의 선제조치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경험했듯이 감염병 공포는 우리네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린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관광으로 먹고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제주는 치명적이다. 더구나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일단 환자가
나눔은 그 대상자만 좋은 게 아니다. 나누는 주체도 동시에 행복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나눔을,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하는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규정했는지 모른다.대개 나눔의 대상은 어려운 이들이다. 이들에겐 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나눔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나눔을 크기로 잰다는 게 우습지만, 그 가치로 본다면 ‘교육 나눔’을 최고로 치고 싶다. 어려움에서 벗어날 자력의 길을 터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듯이. 이런 점에서 지난달 [제주의소리]가 캄보디아 오지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지기 힘든’ 선거였다. 거꾸로 야당 후보는 그가 누구든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 당적을 지워버린 ‘승부사 원희룡’이라고 해도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70%, 민주당의 지지도는 50%를 각각 웃돌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물론 역대 제주 선거는 전국적인 바람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무엇이 존재해 왔으나, 그렇다고 ‘무풍지대’ 일 수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 3명의 당선으로 이어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와 30대, 40대가 지금 국회에는 보이지 않는다”어느덧 노(老) 정객으로 접어든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 이유 중 하나는 세대교체, 물갈이였다. 하기야 그가 정계에 입문할 때가 50대 초반이었으니,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을 것이다. 그 변화의 속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사실 그는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졌다. 단순히 나이에서 오는 몸의 둔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역주민과의 접촉면이 점점 줄어들었고, 눈부셨던 의정 활동도 예전같지 않아졌다. 돌이켜
2007년 9월16일 제주 섬을 강타한 태풍 ‘나리’는 그야말로 잔인했다. 마치 악몽을 꾸는 듯 했다. 목불인견. 곳곳에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천 흙탕물이 공중으로 솟구치고, 차량들이 둥둥 떠다녔다. 도로가 끊기고, 교량이 맥없이 무너졌다. 급류에 밀려온 토사는 천지연폭포에 일종의 섬 하나를 만들었다. 제주도 전체의 3분의 2인 18만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하천 범람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까지 멀쩡했던 어느 지인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대낮이었기에 망정이지 한밤중이었다면…. 상상 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리는
소설가 김현경은 최근 라는 글에서 ‘조선 시대 덕후 베스트 5’를 소개했다. 덕후는 전문가 못지않게 어떤 분야에 몰두하거나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김 작가가 2위로 꼽은 이는 ‘여행 덕후’ 정란(鄭瀾, 1725~1791년)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전국 곳곳을 여행하고, 산에 올랐으며, 직접 여행기를 썼다는 것이다. 정란은 생애 마지막 목표인 백두산과 한라산 여행을 당시로는 노인이던 50대 후반에 했다고 했다. 조선시대 덕후들에겐 벽(癖·병든), 광(狂·미친), 치(痴·어리석은) 따위의 부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은 를 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 저자 김부식을 사대주의 역사가의 원흉으로 지목했다고 했다. ‘역사 서술의 역사’를 이야기한 책 에서다. 충격이었다. 유 작가의 말대로 는 ‘국가 공인 역사 교과서’가 아니던가. 다들 그렇게 배워왔다. 유 작가는 단재가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규정한 근거로 김부식이 를 편찬할 때 요동과 간도 지역을 민족사에서 삭제하고, 중요한 사료를 다 폐기해버린 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재를 ‘걸출한 사료 연구자’로 평가한 유 작가
흡사 망백(望百)의 촌로를 보는 것 같았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고약한 ‘막걸리 보안법’에 걸려 고문 후유증으로 지난해 사망한 고(故) 홍제화씨의 마지막 모습은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고작(?) 66세였는데, 족히 이삼십은 더 들어보였다. 최근 그의 부인은 1년 전 사진 속 남편을 가리키며 “이 얼굴이 그 나이로 보이느냐”고 탄식했다.생전 남편을 ‘딴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저지른 가장 끔찍한 만행 중 하나, 바로 고문 때문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이 붙었지만, 사실 별게 아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 도민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감안하여 예산을 집행한다”국회가 제주 제2공항 예산을 의결하면서 이같은 부대의견을 달자 시민사회는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한마디로 도의회의 공론화 절차를 국회가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공론화를 통한 갈등해소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예산 집행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제주도 역시 도의회 특위(‘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낙관했다. 특위가 지난달 특위 활동 기간 만큼은 기본계획 고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