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 쇠 : 느린 소* 울 : 울타리소는 우직한 데다 굼뜨고 미련해 보이는 가축이다. 꾸물럭꾸물럭 어기적거린다. 저를 매어 놓은 외양간에 불이 났으면 모를까, 사람이 욕을 하거나 말거나 답답할 정도로 시종 느리다. 회초리로 몇 번 때려도 그때뿐, 천하에 이런 느림보는 없다.하지만 소라고 다 느린 것도 아니다. 동작이 느린 놈이 대부분이지만 빠른 놈도 있다. 빠른 놈은 길을 가다 앞을 가로막는 담장을 펄쩍 뛰어넘기도 한다. 농촌에서 자라 이런 의외성을 눈으로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놀라운 일이
* 촘솔 : 참살* 토락토락허곡 : 토실토실하고* 북솔 : 부풀어 오른 살* 물랑물랑헌다 : 물렁물렁한다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체질 또한 천차만별이다. 몸을 어떻게 단련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질을 잘 다진 사람은 근육이 쇳덩이처럼 단단한 데 비해, 그렇지 않고 타고난 대로 놓아둔 사람은 아무래도 근육이 약하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긴 하다.근육은 운동하면 할수록 발달하는 것이다. 보디빌더들은 놀랄 만큼 불룩거리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건강미가 넘친다. 각종 운동기구를 사용해 보통 사람에
* 자릿도새기 : 새끼돼지* 두싀 불차 : 두세 번째(次)* 윤진다 : 굵다. 튼튼하다, 옹골차다옛 선인들은 사시사철 밭 갈아 씨 뿌려 김매고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소나 말, 돼지와 가금류인 닭을 기르며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밭농사만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데도 온 정성을 다 쏟았다. 지금처럼 돈만 가지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어서 직접 생산해 살림을 꾸리다 남은 것을 시장에 대가 팔아 살아갈 밑천을 장만했던 것이다. 여인들은 날씨를 보아가며 웬만하면 바다로 나가 물질해 해산물을 캐고 따다가 가계에 충당했음은 말할 것이 없다.밭 갈고
* 대천 바당 : 대천 바다, 너른 바다의 뜻* 페적 : 표적, 표시해 놓은 흔적 따위* 엇(읏)나 : 없다당연한 얘기다.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갈 때는 순간순간 바닷물이 뱃전에 부딪혀 물거품이 일 뿐, 배가 지나가고 나면 잔잔해지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그처럼 세상에는 어떤 일을 했었음에도 자취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허무함을 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럴싸한 빗댐이다. 우리 제주 선인들, 사물의 이치에 통달했기로 이런 비유가 나온 게 아닌가. 제주의 속담을 음미하다 보면 색다른
* 간 듼 : 간 데는* 떼여 먹곡 : 떼어 먹고* 더 부튼다 : 더 붙는다당연히 떡은 먹다 보면 축나게 마련이다. 끊어 먹다 보면 양도 줄어들고 그 수도 줄어들지 않는가. 먹는 음식이라는 게 다 그렇다. 하지만 말은 다르다. 어떤 사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는 사이에 달라져 버린다. 말에 말이 더 붙었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어늣새 그럴싸하게 내용이 바뀌어 있기도 한다. 듣는 이의 귀에 거스르지 않아 듣기 좋게 꾸며지는 것이다. 이른바 글을 좋게 한다고 화려한 말로 다듬어 윤문(潤文)하는 것과 같은 이
* 못 존디게 : 못 견디게 * 굴민 : 굴면* 용시 : 농사 / ‘용시’ 또는 ‘농소’→ 농사땅도 숨을 쉰다고 한다.이따금 한두 해 농사를 쉬었다 해야지 계속 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이 매우 안 좋다는 얘기다. 땅도 무리해 농사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못 견디게 군다’고 의인화한 표현이다. 사람이 일하다 지치면 고단한 신체에 휴식을 취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하듯이, 땅에 농사짓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는 것을 매우 실감 나게 나타냈다.워낙 토질이 척박한 제주도는 예로부터 농민들이 이로 인해 보통 골머리를 앓았던 게 아니다. 5년이고 10년
* 독새기 : 달걀, 계란* 묻곡 : 묻고, (깊이) 품고* 조식 : 자식, 자녀옛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어디 있었겠는가. 김치를 담가 두고 일 년 내내 먹으려면 기온 변화로 빨리 시어 버리므로 뒤란 같은 데 땅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지혜였다. 갈치, 고등어, 우럭, 멸치 같은 어물을 볕에 말려 두었다 먹는 것도 부패를 막기 위한 경험칙의 소산이다.잘 말린 우럭을 고팡(광) 보리쌀 항아리에 넣었다가 제삿날 내놓아 바람 쐬고 석쇠에 구워 제사상에 올리던 기억이 난다.달걀을 잿속에 묻는 것도 한가지다. 재는 독한
* 소중이 : 고쟁이* 아덜 : 아들이 말엔 깊은 속뜻이 내포돼 있다. 그 속뜻을 음미해야 말속에 스민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낼 수가 있다.‘소중이’가 어떤 옷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중이는 (제주방언으로 표준어로는 ‘고쟁이’) 고쟁이라 해서 한복 입는 여자의 속옷의 하나다. 속옷 위, 단속옷 밑에 입는 아래 속옷으로, 통이 넓지만 발목 부분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지고 밑을 여미게 돼 있다. 쉽게 얘기해 치마 안에 입는 헐렁한 반바지 모양의 옷인데, 여름철에 많이 입으며 바람이 잘 통하게 무명, 베, 모시 따위를 홑으로 박아
* 모슴 : 마음* 달르곡 : 다르고, 같지 않고어떤 일을 시작할 때와 그 일을 끝낼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다. 어쩌면 기미(機微) 곧 낌새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시작이 반이라 하듯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을 실현하려는 욕구로 충만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려니와 정신적으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성취동기가 강렬할수록 그런 행태 또한 강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집념을 가지고 억척스레 시작한 일도 뜻한 것처럼 진행되지 못하면, 점차 느슨해지면서 애초의 적극적 자세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 신칙이 : 신발 뒤축, 신발 발굽* 노픈 거 : 높은 것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말해 흥미로운 표현이다.앞뒤 대구(對句)를 구성하고 있는 두 구절의 뜻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신축이 노픈 거’는 신발 뒤축 곧 신발 굽이 높다 함인데, 이는 한 집안의 수준이나 위상이 높다는 뜻으로, 사둔(사돈) 집안의 가세(家勢)가 쟁쟁함을 우회적으로 빗대어 말한 것이다.그러니까 신 뒤축의 높이와 사돈의 지체가 엇비슷해야 한다는 비유다. 신 뒤축이 너무 높으면 걷기에 몹시 불편하다. 매한가지로 사돈 집안이 권세를 부리는 세도가이거나 하면 매
* 놈의 : 남들과, 타인들과(하고)* 대동 : 대동(大同), 새력이 하나의 튼 줄기에 합쳐짐, 대세(大勢)를 따름지금도 우리 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무스 걸 기영 어렵개 생각햄시니. 기냥 놈들 허는 냥 허는 게 수여 (뭣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냐. 그냥 남들 하는 양 하는 것이 상책이여.)” 사람은 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사고방식이 다 다르므로 어떤 일을 함에도 똑같을 수가 없다. 요령껏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낑낑대며 어렵게 치르는 사람도 많다. 하도 굼떠 진전이 더디니 옆에서 보기에 답답할 수는 왜 없겠는가
* 뒈 : 되(升)* 골리곡 : 곯려, 곯게, 기준보다 부족하게 주고* 줄봉서 : 줄봉사, 여럿의 봉사도량형(度量衡)은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상행위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길이와 분량과 무게를 재는 도구가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져 나와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법에서 정한 도구를, 그것도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게 질서다.물건의 길이를 재는 자(척·尺))가 규정대로 사용되지 않거나, 분량을 재는 되가 크고 작아 일정하지 않거나, 저울눈을 교묘하게 속이게 되면 나라의 상도덕이 근본적으로 무너진다. 도량형의 타락하면 상업이 피폐
* 체 : 곡식 껍데기 부분* 먹단 : 먹던, 먹어오던* 먹젱 : 먹으려고‘겨’란 조나 보리, 산도를 방앗간에서 거피(去皮)해 알맹이를 낼 때 벗겨낸 껍질을 말한다. 옛날 못 살던 시절, 곡식을 장만하다 사람 입에 넣지 못할 이 체를 주로 돼지나 개의 먹이로 사용했다. 체에다 설거지한 음식물 찌꺼기를 섞어 주면 그만, 그게 개나 돼지의 먹이가 됐다.산디(산도)쌀로는 제사 명절에나 뫼를 해 제사상에 올렸다 음복하며 나눠 먹던 ‘곤밥’을 짓는 곡물이고, 좁쌀과 보리쌀도 없어 못 먹던 시절에 개가 쌀을 넘보다니 어림없는 일이었다. 주로
* 몽둥이 : 지팡이* 구들 구석 : 방구석* 세와 뒁 : 세워 두고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늙음을 숙명으로 맞이한다. 늙으면 2백 6개라는 뼈마디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이 삐걱거린다. 젊은 시절 그렇게 날듯이 활개 치며 다녔는데, 언제 이렇게 폭삭 늙어 버린 것일까. 한숨짓고 눈물지은들 무슨 소용이랴. 인상 무상이라 한 말에는 인생은 풀잎의 이슬, ‘초로(草露)’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가. 인생이 덧없는 것이다.인생은 유한한 것이다. 자연의 정한 이치라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우주의 섭리다. 그걸 알면서도 늙음
* 동춘 : 동촌(東村), 동쪽에 있는 마을, 여기서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마을을 가리킨다. 제주방언에 이와 유사한 음운조직으로 된 말이 ‘삼춘’이다. 삼촌을 ‘삼춘’이라 하듯 동촌을 ‘동춘’이라 한 것이다. 예전 흔히 쓰였는데, 요즘에 쓰임이 많이 드물어졌다.* 가마귀 : 까마귀* 몹쓴다 : 독하다, 사납다, 거칠다동촌이라 함은 한라산 북쪽, 그러니까 산북(山北)의 동쪽에 자리 잡은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은 ‘동촌’, 서쪽은 ‘서촌’이라 일컫는다. 산남(山南)은 일반적으로 동·서 구분을 하지
* 혼곳 : 한곳, 한군데 한가지* 숭 : 흉, 결점 혹은 성격 상의 격함* 싯나 : 있다, 있는 법이다대인 관계에서 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제주방언으로 성질이 팩하다고 한다. ‘팩하다’ 함은 ‘급하다, 까다롭다, 변덕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서로 가깝게 지내기가 쉽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때 단적으로 하는 말이다.누가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과 일을 같이하거나 아니면 의논을 하거나 혹은 바람 쐬려 어디 잠시 나들이인들 함께 하려 할 것인가. 조그만 일에도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은 불을 보듯 한 것이기 때문이다.“기영
* 동세간 : 동서간* 쉐 다리 : 소 다리* 빈다 : 멘다 친족지간의 관계에 따라 심리적인 미묘한 상황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흥미로운 속담이다. 우선 ‘동서’라는 친족 용어에 대한 의미를 속속들이 파헤칠 필요가 있겠다. 동서란 남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와 여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가 있다. 남편의 한 집안 형제 관계일 때와 아내의 한 집안 자매 관계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제의 아내들 사이에서만 일컫던 말이었다. 동서의 ‘서’의 한자 ‘壻’는 남자를 가리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아내들 사이에도
* 바농 : 바늘(針)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같이하거나 함께 여행을 하거나, 돈을 벌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사업을 벌이게도 된다. 그러니 ‘인간’이란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것이다.열 질(길) 물속은 알아도 혼 질(한 길) 사름 속은 모르는 법. 심성이 제각각이라 짓궂은 사람을 만나 낭패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세상이다.성격이 지독히 인색한 사람처럼 상종하기 어려운 상대도 없을 것이다. 안으로 집어넣을 줄만 알았지 일단 들여놓은 것은 밖으로 내놓을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 덴 듸 : (끓는 물에) 덴 데, 덴 곳* 껄 : 터럭, 털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면서 직설적이고 간결하다. 어떤 상황을 극단적으로 가져갔으니 그럴 수밖에. 일상에서 적지 않게 겪는 일이기도 해서인지, 상당히 감작적으로 다가온다.사람은 여러 부위에 털이 나 있다. 머리에서부터 손가락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한데 어쩌다 부부의해 화기(火器)를 잘못 다루다 사고를 당하는 수가 있다. 치솟는 불길이나 펄펄 끓는 물에 닿았다면 화상을 입는다. 2~3도 화상일 경우, 피부 조직이 크게 파괴돼 원상 복원이 어려울 정도가 되면 심각한 처지에 놓인
* 대한질 : 큰길, 대로(大路)* 놔덩 : 놓아두고예로부터 ‘군자(君子) 대로(大路) 행(行)’이라 한다. 남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남에게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어깨 좍 펴고 활보하라는 가르침이다.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길이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 으슥한 길을, 그것도 혼자서 다니면 행여 비행(非行)을 저질러 남의 눈에 숨어서 다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진이 좋지 않아 이상한 데를 다니다 행여 잘못돼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