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27) Scars Into Stars / 뎁▲ Parallel Moons / 뎁 (2008)객원이라는 말이 좋다. 객원(客員)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직접적인 책임이나 상관이 없이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서 참여할 수 있다니. 그 말은 유목, 제3세계, 여자 축구, 온두라스, 이슬람교를 닮았다. 무엇보다 객원이라는 말과 가장 동일시할 수 있는 말은 ‘히피’이다. 뎁
[눈사람 레코드] (26) 일강정 / 최상돈▲ 가수 최상돈.지난 겨울이었다. 김수열 시인과 시외버스 터미널 순옥식당에서 두루치기에 소주를 마셨다. 방학을 해서인지 김수열 시인은 수염이 덥수룩했다. 마치 산사람 같았다. 이러구러 술자리는 무근성 부근으로 이어졌다. 무근성으로 가자고 한 것은 김수열 시인의 제안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즉 무근성은 그가 유년기를 보낸 고향 동네였다. 인민유격대장 이덕구가 효수 당한
[눈사람 레코드] (25) 바보 버스 / 삐삐롱스타킹 ▲ One way ticket / 삐삐롱스타킹 (1997)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 가면 사보(社報)가 꽤 있다. 사보는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것으로 도서관에 온 것들은 당연하게도 사외보들이다. 사보는 주로 대기업에서 발행한다. 돈이 있으니 홍보 비용으로 할애를 한다. 나는 스무 살 무렵에 도서관에서 사보를 읽으며 훗날 대기업 홍보과에서 사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
[눈사람 레코드] (24) 슬픈 노래 / 아마도이자람밴드▲ 데뷰 / 아마도이자람밴드 (2013)2000년 겨울, 제대를 하고서 레코드 가게를 열 생각으로 빈 점포를 보러 다녔다. 레코드 가게 주인이 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정리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였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빈축을 들어야 했다. 이제 더는 레코드 가게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6년의 군 복
[눈사람 레코드] (23) 수면아래에서바라보는밤하늘 / 모임 별▲ mp3 / 모임 별 (2006)오은 시인은 꿈이 고양이인 여자아이를 만난 적 있다고 한다. 고양이를 꿈꾸는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나이였다. 나는 꿈이 해녀인 여중생을 만난 적이 있다.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 정도 되면 조금 현실적으로 바뀐다. 해녀는 현실에 있는 직업이지만 여학생이 꿈꾸는 직업으로는 아름답다. 물질이 생업인 해녀에겐 바다가 힘든 ...
[눈사람 레코드] (22) 동화의 성 / 산울림▲ 제10집 / 산울림 (1984)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무력한 중년의 전형적 인물 케빈 스페이시가 대마초를 피우거나 근육 단련을 하며 듣는 음악은 핑크 플로이드였다. 대마초는 청년 시절부터 시작했다면 아직 끊지 못한 너절한 사랑 같은 거라고 말해도 되겠다. 영화 ‘골든 슬럼버’는 아예 ‘비틀즈’의 노래를 영화 제목으로 하고 있다. ‘'Once there was a way t...
[눈사람 레코드] (21) 맥주는 술이 아니야 / 바비빌▲ The Man Of The 3M / 바비빌 (2005)식당이나 술집에서 병맥주를 주문할 때 대개의 사람들은 카스를 시킨다. 이것은 거의 불문율에 가깝다. 그냥 맥주를 달라고 하면 카스가 나올 정도다. 사회생활에서 혼자만 다르게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고독한 바보가 되는 일이다. 회식 자리에서, 나는, 속으로는 하이트를 마시고 싶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마음으로...
눈사람 레코드 (20)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3호선 버터플라이▲ Dreamtalk / 3호선 버터플라이 (2012)새벽 두 시 담배 연기 속에서 작은 병으로 맥주를 홀짝이며 뷔욕이나 의 빅토리아 리그랜드의 목소리에 빠져있는 사람도 김추자나 문주란의 노래를 들으면 술이 확 깰 것이다. 목소리가 주는 기운은 대단하다. 소리의 마성. 한영애를 일컫는 말이다.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로 본다면, 참 좋은 악기인 셈이다. 임재범
눈사람 레코드 (19) - 바다가 그리운 돌고래 / 신짜꽃밴▲ 강정에서 와수다 / 신짜꽃밴 (2012)H는 남방큰돌고래를 처음 본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사대부중을 나온 그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무심코 유리창 밖을 보는데 멀리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위를 넘실거리는 모습이 남방큰돌고래와의 첫 만남이란다. 지루한 수업 중에서 푸른 바다 위를 점프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은 학창시절
눈사람 레코드 (18) 백야 / 짙은▲ 백야 / 짙은 (2011)명찰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거려서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병맥주는 깨질까 봐 불안했다. 한낮에도 불안했는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걷다가 휘청거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병 조각들이 햇빛처럼 부서질 게 아닌가. 재수 없다고 침을 퉤 뱉거나 심하면 신세타령까지 하겠지. 캔맥주와 쥐포를 샀다. 바코드를 찍는 알바는 전혀 졸린 눈이 아니었다. 동그란 눈으로 현금
눈사람 레코드 (17) 그게 다 외로워서래 / 김목인▲ 한 다발의 시선 / 김목인 (2013)K가 내게 말했다. 고독한 시집을 추천해 달라고. 나는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 최하림 시집을 읽어보라고 말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은 라면이 불기 전에 어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K는 포크로 떡볶이를 찍으며 최하림 빌리러 도서관에 가자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왜 최하림이 떠올랐을까. 말년에 투병을 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
[눈사람 레코드] (16) 머리에 꽃을 / 전인권, 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 전인권 & 허성욱 (1987)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시절에 가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에게 왔다. 글램락의 창시자인 그를 따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서 엄마 화장대에서 푸른색 아이쉐도우를 그려 보기도 했다. ‘우드스탁’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프로그레시브 락이 열여덟 살의 몸을 휘감았다. 사이키델릭에 빠져들었다. ,...
[눈사람 레코드] (15) 보물섬 / 이규호▲ Spade One / 이규호 (2014) ‘처음엔 넷이었지 어디론가 떨어졌지 잎이 셋 달린 허리가 굽은 세잎 크로바’(의 ‘세잎 크로바’) 입속에서 궁글리며 보도블록을 걷는다. 와 라는 빅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빼고 결성한 프로젝트는 외롭고 신선하다. 의 드러머 링고 스타처럼 파랗고 차가운 나뭇잎 같다. 자동차는 길 끝에 박아두고, 노꼬메 오름을 오른다. 요즘 중산간에 큰 건
[눈사람 레코드] (14) 청춘 / 라이너스의 담요▲ 스티키몬스터랩 - THE LONER (2011)안현미는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라고 청춘을 말했다. 이장혁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라고 그 시절을 노래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라며 기형도는 다 쓴 인주통처럼 말했다. 영화 에서는 금성무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홍콩도 중국
[눈사람 레코드] (13) Antifreeze / 검정치마▲ 201 / 검정치마(2010)부동액은 겨울에 차가 얼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이 겨울일 때 얼어붙지 않도록 할 부동액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푸른항공 매표 대리점’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안나푸르나 너머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탑승권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튜어디스가 음료 대신 음악을 권한다. 나는 를 선택한다. 마침 비행기는 사막이나 빙하 위를...
[눈사람 레코드] (12) 손잡고 허밍 / 재주소년▲ 유년에게 / 재주소년(2010).동쪽 일주도로를 지나면 생각나는 소녀가 있어. 삼양, 함덕, 동복 지나 김녕.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함께 창(窓) 문학부였던 그 아이. 고등학생이었지만 키가 참 작았던 아이. 한 손가락씩 손가락을 펼 때마다 어떤 무엇이 생각난다는 시를 썼던 아이. 시화전과 시낭송의 밤이 전설처럼 흘러. 저녁 무렵, 버스 정류장에 앉아 나누었던
[눈사람 레코드] (11) 당분인간 / 전자양▲ 숲 / 전자양 (2007).전자양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스피린 소년’이었다. ‘창백한 약국 아주머니 / 풀린 두 눈을 보며 /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며 두통을 리듬으로 구현했다. 그동안 군대에 다녀왔고, 예상컨대 음악세계로 원대복귀하여 방구석 사운드 속에서 새부랑거리며 시간을 보냈으리라. 앨범 ‘숲’이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이쯤이면 다시 수면 ...
[눈사람 레코드] (10) 사막의 왕 / 아무밴드▲ 이판을사 / 아무밴드(1999)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사막의 법칙이다. 오랜 비행 끝에 우주선이 행성에 착륙했다. 행성은 사막뿐이었다. 가도가도 모래뿐이었다. 모래언덕을 오르면 또 다른 모래언덕이 산맥처럼 펼쳐져 있었다. 전갈이 지나간 자리엔 별빛가루가 흩어졌다. 그렇다고 전갈에게 행성의 내력을 물을 수 없는 노릇이
[눈사람 레코드] (9) 은밀한 버스 / 플레이걸(2009) ▲ 플레이걸의 24시 / 플레이걸(2009).선거가 끝났다. 고승완 제주도시사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에 ‘무상버스 도입’이 있었다. 무상이라는 말은 자유와 어울린다. 무일푼 시인도 무작정 무상버스를 타고 김녕 바닷가에 갈 수 있다. 김녕 바다에 발을 적시고 나뭇가지로 모래 위에 시를 끼적일 수 있다. 물론 몇 천 원이 없어서 김녕에 가질 못하겠느냐만 복지는 평등에
[눈사람 레코드] (8) 졸업 / 브로콜리 너마저(2010) ▲ 졸업 / 브로콜리 너마저 (2010).여름에 녹산로를 지날 때는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Say No To Love’가 어울린다. 다른 도로도 그러하겠지만 녹산로는 특히 더 계절마다 다른 음악이 어울리니 음악을 잘 골라야 한다. 정석 비행장 옆을 지날 때는 볼륨을 너무 높이면 자동차가 붕 떠오를지도 모르니 조심하고. 물론 주관성이 강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