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 : 곡식 껍데기 부분* 먹단 : 먹던, 먹어오던* 먹젱 : 먹으려고‘겨’란 조나 보리, 산도를 방앗간에서 거피(去皮)해 알맹이를 낼 때 벗겨낸 껍질을 말한다. 옛날 못 살던 시절, 곡식을 장만하다 사람 입에 넣지 못할 이 체를 주로 돼지나 개의 먹이로 사용했다. 체에다 설거지한 음식물 찌꺼기를 섞어 주면 그만, 그게 개나 돼지의 먹이가 됐다.산디(산도)쌀로는 제사 명절에나 뫼를 해 제사상에 올렸다 음복하며 나눠 먹던 ‘곤밥’을 짓는 곡물이고, 좁쌀과 보리쌀도 없어 못 먹던 시절에 개가 쌀을 넘보다니 어림없는 일이었다. 주로
* 몽둥이 : 지팡이* 구들 구석 : 방구석* 세와 뒁 : 세워 두고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늙음을 숙명으로 맞이한다. 늙으면 2백 6개라는 뼈마디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이 삐걱거린다. 젊은 시절 그렇게 날듯이 활개 치며 다녔는데, 언제 이렇게 폭삭 늙어 버린 것일까. 한숨짓고 눈물지은들 무슨 소용이랴. 인상 무상이라 한 말에는 인생은 풀잎의 이슬, ‘초로(草露)’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가. 인생이 덧없는 것이다.인생은 유한한 것이다. 자연의 정한 이치라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우주의 섭리다. 그걸 알면서도 늙음
* 동춘 : 동촌(東村), 동쪽에 있는 마을, 여기서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마을을 가리킨다. 제주방언에 이와 유사한 음운조직으로 된 말이 ‘삼춘’이다. 삼촌을 ‘삼춘’이라 하듯 동촌을 ‘동춘’이라 한 것이다. 예전 흔히 쓰였는데, 요즘에 쓰임이 많이 드물어졌다.* 가마귀 : 까마귀* 몹쓴다 : 독하다, 사납다, 거칠다동촌이라 함은 한라산 북쪽, 그러니까 산북(山北)의 동쪽에 자리 잡은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은 ‘동촌’, 서쪽은 ‘서촌’이라 일컫는다. 산남(山南)은 일반적으로 동·서 구분을 하지
* 혼곳 : 한곳, 한군데 한가지* 숭 : 흉, 결점 혹은 성격 상의 격함* 싯나 : 있다, 있는 법이다대인 관계에서 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제주방언으로 성질이 팩하다고 한다. ‘팩하다’ 함은 ‘급하다, 까다롭다, 변덕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서로 가깝게 지내기가 쉽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때 단적으로 하는 말이다.누가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과 일을 같이하거나 아니면 의논을 하거나 혹은 바람 쐬려 어디 잠시 나들이인들 함께 하려 할 것인가. 조그만 일에도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은 불을 보듯 한 것이기 때문이다.“기영
* 동세간 : 동서간* 쉐 다리 : 소 다리* 빈다 : 멘다 친족지간의 관계에 따라 심리적인 미묘한 상황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흥미로운 속담이다. 우선 ‘동서’라는 친족 용어에 대한 의미를 속속들이 파헤칠 필요가 있겠다. 동서란 남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와 여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가 있다. 남편의 한 집안 형제 관계일 때와 아내의 한 집안 자매 관계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제의 아내들 사이에서만 일컫던 말이었다. 동서의 ‘서’의 한자 ‘壻’는 남자를 가리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아내들 사이에도
* 바농 : 바늘(針)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같이하거나 함께 여행을 하거나, 돈을 벌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사업을 벌이게도 된다. 그러니 ‘인간’이란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것이다.열 질(길) 물속은 알아도 혼 질(한 길) 사름 속은 모르는 법. 심성이 제각각이라 짓궂은 사람을 만나 낭패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세상이다.성격이 지독히 인색한 사람처럼 상종하기 어려운 상대도 없을 것이다. 안으로 집어넣을 줄만 알았지 일단 들여놓은 것은 밖으로 내놓을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 덴 듸 : (끓는 물에) 덴 데, 덴 곳* 껄 : 터럭, 털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면서 직설적이고 간결하다. 어떤 상황을 극단적으로 가져갔으니 그럴 수밖에. 일상에서 적지 않게 겪는 일이기도 해서인지, 상당히 감작적으로 다가온다.사람은 여러 부위에 털이 나 있다. 머리에서부터 손가락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한데 어쩌다 부부의해 화기(火器)를 잘못 다루다 사고를 당하는 수가 있다. 치솟는 불길이나 펄펄 끓는 물에 닿았다면 화상을 입는다. 2~3도 화상일 경우, 피부 조직이 크게 파괴돼 원상 복원이 어려울 정도가 되면 심각한 처지에 놓인
* 대한질 : 큰길, 대로(大路)* 놔덩 : 놓아두고예로부터 ‘군자(君子) 대로(大路) 행(行)’이라 한다. 남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남에게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어깨 좍 펴고 활보하라는 가르침이다.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길이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 으슥한 길을, 그것도 혼자서 다니면 행여 비행(非行)을 저질러 남의 눈에 숨어서 다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진이 좋지 않아 이상한 데를 다니다 행여 잘못돼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그
* 쏠두리에 : (속과 겉이 달라) 약은 속셈을 감춘 사람그 사람, 겉으로는 어중간(於中間)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사람이다. 보기에는 의뭉한 듯하나 속은 똑똑하고 세상 물정에도 밝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얼 잘 모르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사실과 다름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다소간 ‘그 사람 말이나 행동이 썩 세련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하고는 아주 딴판이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잘할 듯 못할 듯 하는 것이지, 사실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우습게보거나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대놓고 명심해서 상대하라는 경계
* 기는 놈 :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 활동하는 사람* 앚인 놈 : 앉은 사람.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일하는 사람과 빈둥거리며 노는 사람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눈이 시뻘겋게 일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은 하지 않고 또 일에 관심을 갖지도 않고 실실 떠돌아다니며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있다.놀고 지내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일하는 사람 덕분에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일밖에 모르고 사는 사람은 일 안 하는 사람의 종으로 내어나 그들의 종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일하면
* 대천 바당 : 대천 바다* 엇이민 : 없으면* 허산다 : 허사(虛事)이다술은 애주가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기호품이다. 무료하고 무미건조한 시간을 술 몇 잔 하면 살맛이 난다. 삶에 술은 흥을 돋워 주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판소리 한마당에 얼쑤 하는 추임새가 창에 신명을 불어 넣듯 하는 게 한잔 술이 아닌가.진수성찬 산해진미를 갖춰 상다리가 미어진다 해도 마실 술이 없으면 음식 맛이 싹 가시고 마니, 알다가도 모를 것이 술이다. 잘 차려놓아도 술이 빠지면 푸대접이 되고 말지 않는가 말이다.사시사철을 두고 농사일에 매여 사는
* 볼아사 : (날씨가) 맑게 개고 바람 없어야추석은 연중 중추(仲秋)로 가을이 한창일 때다.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 추수가 한창 이루어지는 절기다. 농촌이 추수철을 맞아 일 년 중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다.아직 곡식이며 과일이 완숙(完熟)하지 않았으니, 연일 쾌청하면 좋다. 일조량이 많아야 한다. 어쩌다 가을비가 지적지적 내리면 농사의 마무리가 잘되지 않는다. 수확에 결정적인 차질이 올 것은 말할 것이 없다. 심하면 일 년 내내 흘린 땀이 도로(徒勞)가 되고 말지 않는가.올해처럼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
* 꾀는 : (설설)끓는* 포리 : 파리* 놀아들 듯 : 날아들 듯, 날아드는 것처럼끓는 죽에 파리가 날아 들 듯이 한다.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이다. 죽이 펄펄 끓는데 파리가 날아든다는 것부터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결과는 보나 마나 파리는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이다.‘뜨거운 죽’, ‘꾀는 죽’ 두 가지로 쓰이지만, 후자 ‘꾀는 죽’이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뜨거운 죽보다 꾀는 죽이 훨씬 감각적으로 강하니 그럴 것이다. 뜨거운 정도는 목숨을 건질 수도 있을 것이나, 끓는 죽은 뛰어든 파리의 목숨을 단숨에 끊어 놓을 것이 아닌가
* 몽생이 : 망아지* 요망지다 : 야무지다사람은 살고 있는 곳의 영향을 받아 그 기후나 풍토를 닮아 간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더운 곳이라 동작이 느리고 한대지방 사람들은 동작이 빠르다. 기후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 더디고 활동이 굼뜬 것도 마찬가지다.제주도에서 서귀포시 ‘대정읍’은 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곳으로 바람이 제일 세게 불어 거친 곳이다. 8,9월에 불어 닥치는 태풍도 다른 곳에 비해 심해 피해가 우심하다. 이 어려운 재해와 맞닥뜨려 견뎌 오다 보니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성향이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실픈 : 싫은* 허천 : 보아야 할 곳은 보지 않고 엉뚱한 데만 보는 것부모가 그 아이 속을 잘도 꿰뚫어 보았다. 예전에야 어른 대부분이 글을 배우지 못했으니 까막눈, ‘낫 놓고 기역 자 모르는’ 곧 문맹(文盲)이었다.한데 제 자식이 책상을 받아 앉아 글을 읽는다 하면, 정말 글을 읽는 건지 건성으로 읽는 척하고 있는지를 바로 알아 맞췄다. 글을 전혀 모르면서도 녀석이 정말 글을 읽는지 읽는 시늉만 하는지를 한눈에 알아봤다는 얘기다.아이가 제대로 글을 읽는지 아닌지를 모른 척하고 살폈을 것 아닌가. 글공부하는 아이는 표정부터 다
* 급헐 : (설깔) 급할 * 뱃소곱부터 : 뱃속부터, 소곱은 속, 안 재미있는 말이다. 사람의 성질은 이미 태어날 때 결정된다는 얘기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쉴 새 없이 꿈틀거리면 성깔깨나 부릴 거라며 혀를 찬다.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쿵쾅거리면서 심지어는 발길질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조식 보라게. 촘 힘도 좋네.” 하며 싫어하기는커녕 손뼉 치며 좋아라 했다. 아이 아빠도 엄마 배에다 바짝 귀를 들이대고 요란한 태동을 느끼며 세상이라도 얻은 것처럼 좋아라 맞장구 친다. 가정을 가져 새로운 꿈에 부풀던 시절, 아이를 가졌을
* 곤 똘 : 고운 딸, 예쁜 딸* 신 : 있는, 갖고 있는* 감낭 : 감나무* 목 도는 : 목매다는, 목 달아매는* 한다 : 많다……‘하다’는 형용사로 많다(多), ‘허다’는 동사로 하다(爲)옛날이나 지금이나 얼굴이 예쁜 여자에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인가. 그러니 외씨버선 춘향이같이 고운 아가씨는 총각들이 반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는 왜 없겠는가.온갖 수단을 쓰고 궁리를 내가면서 사모하는 제 마음을 전하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겠는가. 옛날 사춘기를 지나면서 고운 얼굴을
* 한 : 많은, 하다(多, 많다)* 져사 : 져야, 지어야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 말에 거부감을 나타낼 개연성이 없지 않다.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져야 한다니. 유교의 나라 아닌가. 오륜 가운데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지 않은가. 위아래는 엄연히 차례가 있는 법이거늘,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니라고 할는지 모른다.물론 예도를 지켜야 할 자리에서 웃어른에 대한 예의를 몰라본다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경우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저럴 수가 있나. 웃어른 말에 고분고분 순종해야지 저렇게 위아래도 몰
* 꿩바치 : 꿩 사냥하는 사람* ᄒᆞᆫ혼착 : 한쪽 * 시나 마나 : 있으나 마나 꿩바치의 바치는 어떤 분야(일)에 기술이 빼어난 사람,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제주방언에 ‘동녕바치’라는 말이 있으나. 이 경우의 바치는 ‘구걸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꿩바치의 바치와는 다르다. 옛날에는 Y 자 모양의 나뭇가지 양쪽에 고무줄을 묶고, 그 두 가닥 고무줄 가운데는 가죽을 엮어 놓아 가지 아랫부분을 힘껏 잡고 고무줄을 최대한 잡아당겼다가 목표물을 향해 쏘았다. 새총을 쏘는 모습인데 목표물은 말할 것도 없이 참새였다. 고무
* 물장시 : 물장사, 술이나 차를 파는 일(장사)을 하는 사람* ᄒᆞ여나민 : (과거에) 해나면, 했었던 이력이 있으면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부지런 공으로 살아왔다. 동살이 틀 무렵 어둑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산 가까이 있는 먼 밭을 향해 잰걸음을 해야 했다. 겨울 한 철 빼놓고 밭일을 하는 봄에서 가을까지 세 철은 무더운 날이 많았다. 이른 새벽에 한 시간도 더 걸어야 하는 밭에 도착해 밭 갈고 걸름(거름)하고 검질(김)을 매야 한다. 안 그렇고 까딱 늦으면 밭에 이르러 해가 중천에 솟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