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앙 : (하지) 말고한마디로 말해,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아라 함이다. 그래서 각종 시험을 치를 때 반드시 면접을 치르는 것일 테다. 그것도 심층 면접으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평가 기준에 의해 점수가 매겨지겠지만, 들어서 하는 것이 직접 앞에 대해서 평하는 것에 견줄 수 있는 일이겠는가.집안에 며느리감을 구하는 경우처럼 어려운 일에도 사람을 놓아서 의중을 떠보기보다 어떻게든 그 얼굴이며 자태를 눈으로 보고자 한다. 말이야 붙여 보지 못할망정 이목구비며 하다못해 걸음걸이라도 눈으로 한 번 보면 속이 다 트일
* ᄀᆞ랑비 : 가늘게 내리는 비 가랑비를 순우리말로 ‘실비’하고도 한다.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슬비보다는 굵고 보통 내리는 비보다는 가늘다. 특징은 빗줄기는 가늘고 약하지만 끊임없이 내린다. 지면을 완전히 적시지만 물이 고이는 곳은 없다. 가랑비보다 가는 이슬비 그리고 이슬비보다 약하고 안개보다는 약간 굵은 는개는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은 정도의 비다.이 말은 가랑비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뜻이 숨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우비(우의) 없이 먼 길을 따났다 낭패를 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약하고 가는
* 구젱기 : 소라 또는 고동* 양제 가 분 : 양자(養子) 가 버린* 딱살 : 껍데기…조개 딱살 등 크고 작은 비슷한 부류의 껍데기를 뭉뚱그려 표준어로 ‘조가비’라 한다.* 게드레기 : 집게* 드러앚나 : 들어앉는다 집게는 참집게상과의 갑각류다. 바다에도 살고 민물에도 산다.한데 흥미로운 게, 태어날 때부터 자기 집 없이 소라나 고동의 껍데기를 집 삼아 사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집이 없다. 그래서 비어 있는 소라나 고동 껍데기를 집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껍데기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다 몸이 커지면 살던 집을
* 촘지름 : 참기름* 먹어난 : 먹었던, 먹어 본* 고냉이 : 고양이이도 오래 쌓인 경험칙에서 나왔을 법한 말이다. 참기름은 천연의 참깨로 빻은 값 비싼 식료로 반찬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향이 오묘할 뿐 아니라 음식을 맛깔나게 한다. 소금이 간을 맞춘다면 참기름은 맛을 나게 한다.고양이란 놈이 냄새를 맡고 부엌에 들어 참기름을 먹어 보면, 아주 환장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나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단 한 번에 중독돼 버린다 함이다.이렇게 참기름 맛을 본 고양이가 참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어떤 일에
* 게우리 : 지렁이. 회충(기생충의 하나)* 건다 : (땅이) 기름지다, 비옥(肥沃)하다과학적 경험이나 발견, 또는 그 분석에 근거한 말임을 알고 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지렁이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필요하다.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올 무렵이면 입술이 트기 일쑤다. 이때 튼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는 립스틱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 눈에 띄기만 하면 징그럽다고 소리 지르는 지렁이 성분이 상당한 분량 함유돼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지렁이 피부는 건조를 막아주는 특수한 기름 성분을 가
* 팡 : 쉴 곳, 쉼터, 쉼팡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고 배고픈 사람이 밥을 찾게 마련이다. 부모님이 보고 싶으니 고향 집을 찾는 것이고 고기를 잡으려 바닷물 속에 드는 것이고 지식을 탐구하고자 책을 읽는다.다만 그 찾고 얻고자 함이 절실해야 한다. 찾으면 열릴 것이요 두드리면 얻으리라고 했다. 강한 의지가 있으면 하고자 한 일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법이다.그렇다고 세상사가 모두 순리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 모든 게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제가 해야 할 일인데도 남이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경우도 없지 않다
* 개랑 : 개라서, 개라고지금까지 우리는 ‘개’라는 짐승을 푸대접해 왔다. 사람을 잘 따라 정겹기는 하지만 소나 말처럼 밭 갈고 짐을 질어 나르며 가업을 돕지도 않는다. 돼지처럼 새끼를 낳아 가용에 보태는 수익성도 없다. 새끼는 많이 낳지만 돈 주고 팔 만큼 알아주지 않는 게 개라는 가축이다. 영물의 짐승이라 유난히 낯을 잘 분별해 익숙지 않은 사람이 들락거리면 짖어대는 게 고작이다. 마당 볕 바르고 바람 좋은 곳에 길게 모로 누워 잠이나 자기 일쑤다. 세상에 이렇게 편히 지내는 짐승이 없다. 개 팔자 상팔자란 말이 그냥 나온 것
* 각단 : 초가지붕을 덮는 띠(茅, 띠 모) 가운데 잘 자라지 못한 것. 이것으로 초가를 덮고 가로, 세로 동여맬 때 쓰는 줄을 놓았다.* 밧듸 : 밭에* 생이 : 새(鳥)어떤 새든 다들 나뭇가지를 좋아한다. 나뭇가지가 아니면 동산 높은 곳에 앉아 각기 다른 음색, 결 고운 운율로 고유의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한데 이 말에서는 새가 ‘각단 밭’에서 울고 있다. 초가지붕을 새(띠)로 덮을 때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하기 위해 꽁꽁 동여매는 줄(새를 꼬아 만든 굵은 새끼 모양의 것)을 놓는(만드는) 데 쓰이는 짧은 놈을 각단이라 하는데,
* 가죽 창 신 : 마소 가죽으로 바닥을 만든) 가죽신* 신고프민 : 신고프면, 신고 싶으면* 백정안티 : 백정한테오랜 옛날에는 주로 짚신을 신었다. 그 짚신이라는 거친 신발도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니었다. 1940~1950년대까지만 해도 짚신마저 삼아 신을 수 없어 맨발로 나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빗물 질척이는 비포장도로 혹은 겨울날 눈이 내려 얼어붙은 길 위를 맨발로 다니는 걸 상상해 보라.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을 것인가.한참 뒤에야 고무신이 나왔고 다시 그 뒤로 많은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려 구두를 신게 됐다
* 단다 : 달달하다(甘, 달 감)예로부터 호박은 채소류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다. 우영팟(텃밭) 둘레를 돌아가며 구덩이를 파 걸름(거름)을 넣고 씨앗을 심어 두면 싹이 터 잘 자라던 게 호박이다. 넝쿨이 어찌나 길고 곁으로 가지를 치며 무성하게 자라는지 우영팟 전체를 덮어 버린다. 넝쿨에 감아 오르는 손이 있어 울타리까지 기어오르는 왕성한 녀석이다. 해에 따라 적게 열려도 식구들 배 불려주던 게 호박이었다.(누가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많이 열리기도 하고 적게 열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만큼 공들여 심었다는 소리일 것이다.) 먹
* 발창 : 발바닥* 사을 : 사흘(동안), 삼일(간)* 지저우민 : 뜨거우면* 누엉 : 누워서유월이라 함은 음력 (오)뉴월이니 무척 더운 때이다. 땡볕으로 나들이가 힘들 만큼 연인 뜨거운 날씨가 이어진다.옛날 우리 선인들은 그런 땡볕 아래라고 나무 그늘에 앉아 땀 들이며 모여 앉아 한담이나 하며 지내지 못했다.긴긴 여름날 이글거리는 폭염 아래 밭에 앉아 검질(김)을 매었다. 고작 밀짚 패랭이를 쓰고 밭이랑에 눌러앉으면 내리쬐는 뜨거운 볕에 아래선 복사열이 올라와 발을 딛고 오래 앉아 있지 못할 지경이었다. 엉덩이를 움직거려야 할
* 받앙 : 받아서, 거둬들여서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한 상행위다. 어떤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장사속이다.하지만 그 물건을, 혹은 곡식을 생산자로부터 거두어들일 때는 큰 말에 ‘얼마’에 사다가 손님에게 팔 때는 사들일 때 썼던 것보다 훨씬 작은 말로 팔면서 꼭 같은 값을 받는다면 이건 분명 이상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눈 감고 아웅 하는 게 아닌가.정상적인 상행위라고 할 수가 없다. 사들일 때 사용한 말(斗)보다 작은 말을 썼다면, 그 말의 양의 차이만큼 큰 차익을 챙기는 것이 된다. 아마 오랜
* 코고냥 : 콧구멍* 들러진 : 치켜오른선인들은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을 두루 눈여겨 살폈다. 자신과 의기투합해 의리를 지킬 사람인지 아닌지를 오랜 경험칙에 의해 요리조리 눈을 굴리고 머리를 돌렸던 것이다. 관상에 전문적 조예가 없더라도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는, 일반화된 인식을 기준 삼아 알음알음 판단했으리라.‘코꼬냥 들러진 사름 빈복헌다’ 제주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며느리 감을 구하면서 설왕설래하는 경우도 허다했다.“아이고게. 메누리 고심이엔 허연 어렵게 먼 디서 물 질언 나오는 걸 보아신디, 게메이 코고냥이 들어젼
* 조븜 : 젓가락‘젓가락 도둑’이라 함은 젓가락을 훔친다는 뜻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반찬을 조금씩 집어먹듯이 훔친다는 의미다. 조금만 해야지 하면서 집안의 물건을 하나둘 훔쳐내다 보면 크게 축나게 마련이다. 그게 곧 집안이 망하는 원인이 된다 함이다.우리 제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었다.“홋설썩 홋설썩 호단 보난 점점 복장머리가 커진 거 아니라게. 경핸 망헌 거주기. 집안 망하는 게 먼 디 있지 아니허연 바로 집 안에 이어시네게.”(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니 점점 통이 커진 거 아나냐. 그래서 망한 거지. 집안 망하는 것이
* 지가 : 제가, 자기가* 호멍 댕긴다 : 하면서 다닌다사람은 의지가 굳고 강하다가도 일이 꼬이고 어려움이 겹칠 때는 암담한 처지에 빠지는 수가 있다. 마치 동굴 속에 갇힌 것처럼 출구를 찾지 못할 때가 왜 없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일이 풀릴 낌새가 보이질 않는다. 자기 일인데, 누구에게 호소하겠는가. 되는 일은 없고 답답할 때면 누구나 한두 번 혹은 서너 번 점집을 찾아간 경험이 있으리라.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언제쯤 운이 돌아와 승진이 되기는 할 것이며, 된다면 언제 될 것인가. 점을 외면하던 사람도
사람의 일이란 마음먹었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다. 생각했던 대로, 뜻한 대로 되면 얼마나 순탄하랴만 그렇지 못한 게 인생사다.실제로 자식 농사의 경우를 보면 그걸 실감하게 된다. 일찍 혼인해서 젊은 나이에 태어난 자식은 그만큼 사회 진출이 빠름은 말할 게 없다. 옛날 여자 열여섯은 이팔청춘이라 시집가 아이를 낳을 수 있으니 여간 자식을 일찍 본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인이 늦어 자식을 늦게 볼 수도 있다.이럴 때, 일찍 본 자식과 늦게 본 자식을 비교해 일찍 태어났으니 잘되고. 늦게 태어나 잘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 지싯물 : 낙숫물 * 도제 : 포제(酺祭) 또는 동제(洞祭)·동신제(洞神祭)라고도 한다. 제주도는 전역에서 해마다 이 제례를 올려 온다. 마을을 보호해 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을 올리는 제의(祭儀).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풀려나와 풍년·풍어가 되도록 해달라고 축원한다. 정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올리는 제물은 물론, 의식을 집전하는 제관은 며칠 전부터 몸과 마음을 삼가 깨끗이 해 참례하는 게 오랜 관례로 돼 왔다.제주도는 예로부터 물이 아주 귀했다. 물이 쫄쫄 솟아 나오는 동네 우물가에 허벅이며 물동이가 줄지었던 풍
* 해내민 : 해내면, 해내기만 하면* 장을 지지티여 : 장을 지지겠다감각적이면서 아주 지독한 표현이다.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속담을 통틀어 아마 이만큼 서릿발 같은 언어는 없을 것이다.‘그게’ 어떤 일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나 사생결단의 독기를 품어서 하는 말이다. ‘손에 장을 지진다.’ 함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다. ‘지진다’란 반찬을 만들 때 물이 펄펄 끓는 냄비 속에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장으로 간을 맞춰 물이 다 잦게 조린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고열로 끓는 냄비의 화기(火氣) 속에 다른 것이 아닌 자신의 손을 넣겠다는 것
* 접막부리 : 뿔이 꺾이거나 벗겨져 망가진 소* 몰르멍 : 모르면서* 찔레질혼다 : 싸움질한다뿔은 소의 무기다. 점잖은 소도 뿔로써 겉으로 위의(威儀)를 마냥 뽐낸다. 황소는 몸집이 우람한 데다 큰 뿔을 가지고 있어 주위를 압도한다. 한눈에 질려 꼼짝하지 못한다. 더욱이 앞발로 땅을 차며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 숨을 죽일 판이다. 황소가 성나면 그렇게 무섭다. 혹여 상대가 덤벼들거나 하면 달려들어 뿔로 공격해 기를 죽여 놓는다. 느리고 미련해 보이지만 자기방어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소를 우직하다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접막부리’란
* 보름살 : 바람살, 바람결* 암쉐 : 암소정이월은 음력으로 하는 말이니 양력으로 대충 3월에 해당한다. 3월이면 유채꽃이 밭 한가득 피어 밭담 너머로 남실거리고, 길가 둔덕에 개나리가 피어 샛노랗다. 버들개지에 움이 트는 걸 신호로 초목들이 다투어 새잎을 내밀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만물이 회생하는 절기다. 생기발랄한 생영의 계절이다. 햇볕이 따사롭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낯을 간지럽힌다.한데 추위가 아주 물러난 것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갔다고, 이젠 따뜻하고 화창한 봄이라고 한시름 놓았다가는 크게 혼쭐이 난다. 그렇게 호락호락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