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잰 : 빠른 (잰걸음)* 싀 블 : 세 번, 세 차례옛날에 개나 돼지를 집에 많이 길렀다. 취향이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거의 끊이지 않았다. 개나 돼지는 새끼를 한꺼번에 많이 낳는다. 원래 다산(多産)이란 열이 넘는 수가 적지 않았다.아잇적에 재미있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개나 돼지는 제 새끼에게 젖을 먹일 때는 일게 누워 젖을 물렸다. 그러면 배고픈 새끼들은 한꺼번에 덤벼들어 옥신각신하며 한 덩어리로 엉키지 일쑤였다. 어미 젖꼭지를 찾아 머리로 들이받으며 비집고 들어가 차지해 젖을 빨았다.젖꼭지를 차지하지 못한 놈을 앞의 놈들
* 요물 : 여물, 알맹이* 곤떡 : 송편* 쉬 : (송편 같은 떡 속에 넣는 팥 등으로 만든) 소* 옹파먹나 (또는 옴파먹나) : 파먹는다질을 까서 속에 든 알맹이만 먹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귤, 밤, 콩, 팥, 녹두, 수박…. 셀 수 없이 많다. 식물의 열매는 거의 다 껍질을 까 벗겨 버려두고 속만 먹는다. 껍질째 먹는 토마토나 감 따위도 있지만, 그런 부류마저도 먹는 이의 습관에 따라선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래 과일의 열매에서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이 말을 두 번만 음미해 읽으면 다 읽기
* 정월 초호를날 : (음력) 정월 초하룻날, 설날, 정월 대명절 날* 오줌허벅 : 오줌을 담은 허벅. 허벅은 제주 여인들이 물 귀한 시절에 우물물을 긷고 등에 지어 나르던 배 불룩한 용기* 졍 : 지어, (등에) 지어서* 밧더레 : 밭에, 밭으로* 돋나 : 달린다. 달려간다(走)이 글을 쓰며, 옛날 어머니 생각에 가슴 아려 숨이 막혀 온다. 아무리 제주 여성들이 근면하다고 하지만, 아마 이 정도인 걸 뭍(육지)의 사람들은 차마 모를 것이다.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내가 나고 자란 구좌 쪽이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초등교사가 돼 조천
* 웬 : 왼, 왼쪽* 도께 : 도리께. 곡식을 타작(打作)해 장만할 때 쓰는 도구도리께란 예전에 보리, 조, 메일, 콩, 산도(山稻), 팥, 녹두 등을 거둬들여 마당에서 타작(打作)할 때 쓰던 아주 요긴한 도구다. 지금은 산간오지 같은 데서나 쓰일까. 매우 드물거나 아마 쓰이지 않을 것이다. 탈곡기가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도리께는 농사 전반에 걸쳐 기계화되기 전에 긴요하게 사용되던 도구였다. 도리께가 없으면 거둬들인 그 많은 작물을 장만할 재간이 없었다. 양이 많아, 유채를 막대기로 터는 식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니까.
* 혼 놈 : 한 놈, 한 사람* 역혼다 : 몫한다. 역할(구실)을 한다세상에는 태어난 얘기꾼들이 있다. 말재주에 능한 사람, 말이라면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런 사람들.한데 말하는 재간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닌, 집안 내력이라 할까,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타고난 재능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를 벗어나 넘치면 좋은 게 못 된다. 말이라는 것은 하다 보면 말에 말이 덧붙어, 그게 부풀려 과장이 되고 때로는 사실이 아닌 거짓부리로 흐르는 수가 적지 않다. 반찬을 조리할 때 이것저것 양념을 쳐야 맛깔이 나는
* 이불 속에서 호는 일 : 남녀 간의 정사(情事)* 놈 : 남, 타인둘이 알면 비밀이 없다, 이미 비밀이 아니라고 한다. 비밀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바깥에 알려져선 안될 은밀한 일도 혼자면 모를까, 둘이 알면 이미 비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대에게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이것만은 누구에게도 말해서 안된다고 간곡히 당부했더라도 그 말하지 말아달라 한 말까지 일러바치는 게 묘한 사람의 심리다.더욱이 남녀가 은밀하게 나누는 불륜이야말로 여간 심각한 일인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아닌 거라 다른 비밀과도 성격이 다
* 꺼놔사 : (불을) 꺼놓아야, 꺼놓고 난 뒤에야자기 집이 불타는데 그냥 놓아둔 채로 남의 집에 난 불을 끌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우선 자신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자신의 일부터 먼저 하기 마련이다. 각자도생이면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자기 위주의 처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한데 이 대목을 잘 풀어야 한다.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취하되, 남에게도 이익되게 한다는 함의(含意)로 볼 수 있다 함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이 있다.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하되 남을 이익되게 한다 함이다. 이는
* 엇나 : 없다‘품엣 자식’이란 말이 있다. 제가 낳은 자식이지만 자식은 품에 품어 키울 때가 좋다는 얘기다. 응석 부리는 것만이 아니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 잘 듣고 하라는 일 잘하이 행동거지가 여간 착하고 대견스럽지 않다.한데 그렇게 착하게 말 잘 듣던 자식도 몸이 커지면 이전 같지 않아 꺼칠해진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이런 징후는 날이 갈수록 심해 고질처럼 굳어 간다. 말을 잘 안 듣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만 제 기분에 맞지 않으면 말대꾸하고 심지어는 반발해 대들기까지 않다.물론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 중중다리 : 중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 반갑나 : 좋다어떤 일이나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가 그 자녀를 사랑함에도 애정이 골고루 미쳐야지 맏이가 막내다 해서 치우치면 부모와 자식 간에, 자식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은 형제자매 간에 우애를 깨뜨려 불화를 조장하는 근본이 된다.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교우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우정이란 서로 주고받으면서 싹트고 도타워지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또는 무조건적으로 베푼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이를테면 한 친구를 좋아해 매일
* 우 존 : 위(가) 좋은* 알 존 : 아래 좋은* 소전 : 효자는* 셔도 : 있어도* 엇나 : 없다효(孝)에 관한 미묘한 심리적 효능이라 할까. 자식이 부모에게 지성으로 효도한다고 해도 효도하는 것만큼 부모가 만족해하지 않는 수가 있다는 의미다. 자식 생각으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의를 다하겠지만, 부모의 마음 한구석에 자식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효에 관한 한 베푸는 자식과 받는 부모 간에 갈등이 없으란 법이 있겠는가.문제는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 광 : 과* 두갓 : 부부(夫婦), 내외간* 두갓인다 : 부부이다웃음은 기쁨을, 울음은 슬픔을 겉으로 표출시키는 감정 표현이다. 인간의 감정 표현 가운데 가장 적나라할 것이다.사람의 삶이 기쁨을 웃음으로만 나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 기쁨 못지않게 슬픔을 겪으면서 울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그렇다면 기쁨과 슬픔은 정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지금 기쁘다고 언제까지나 기쁨 속에 웃으며 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슬
* 보까 : 볶아* 먹단 : 먹던, 먹었던 / 둘 다 과거회상 시제임말이란 개인 혹은 여러 사람과의 사이에서 이뤄지는 의견 전달과 소통의 도구이면서 수단과 방법이다. 자기 혼자 생각해서 멋대로 말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온당치 않다. 나의 입장만 내세워서 되는 일은 없다. 그래선 무리가 따른다. 상대는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지사를 털어놓는 것은, 그게 지금 자리와 관계없는 얘기일 때는 참 민망한 언행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이 안되는 얘기는 말한 사람의 의도
* 용시 : 농사(農事)* 놋 바꾸멍 : 낯 바꾸면서* 해사 혼다 : 해야 한다지금은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지만, 한때 열 평 남짓한 텃밭에 열성을 다했던 적이 있었다. 소년 시절 검질(김)은 매 보았지만 커서 농촌을 떠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농사짓는 일에 종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농촌에서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게 농사일이라 어깨 넘어 공부는 어느 정도 있었다. 다소간 간접적이나마 축적된 학습량은 무시못한다. 또 중학생 때 실업 선택과목이 농업이었다.고추, 쪽파, 부추,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배추, 무 등. 텃밭에 모종을
* 낭도 : 나고도, 출산하고도 * 호날 : 하나를옛날에는 아이를 많이 낳았다. 보통 7~8명, 심지어는 10명이 넘는 아이를 낳는 집도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 자손 없는 집에 태어나 너무 고적하니 아이를 많이 두어 겉으로라도 집안의 위세(威勢)를 과시한다는 의도가 있었는가 하면, 제사 명절을 도맡아 가통을 이어나갈 아들 두셋이 필수인데, 셋까지는 고사하고 하나도 갖지 못해 득남할 때까지 낳자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낳다 보니 딸 6공주나 7공주에 이르러 포기하는 수는 왜 없었을까. 그러다 봐도 아들 하나를 얻지
* 부지깽이 : 아궁이에 불 땔 때 잘 타도록 들쑤시는 막대기* 나산다 : 나선다아무리 사정이 힘들고 바쁘더라도 일에는 차례가 있고 또 그 일을 할 사람이 따로 있다. 아무나 나선다고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또 누가 하든 되는 게 아님은 정한 이치다.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은 그것을 빗대어 한 우리 속담이다.한데 실은 그걸 몰라서 그러겠는가. 그렇지 않으니 어려움이 따른다. 경황이 없다고 한다. 형편이 안되고 그럴 겨를이 없다 함이다. 밥 먹을 조를(겨를)이 없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그냥 해 본 게 아님은 요즘
* 쳇 모슬 : 첫 나들이* 솟 그멩이 : 솥 검댕이(솥 아래 까맣게 앉은 그을음)옛날 갓난이 외출할 때는 아무렇게나 하지 않았다. 예로부터 해 오던 관습이 있었다. 출산하면 집 입구에 금줄을 띄워 사람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혹여 잡된 사람이 드나들 수도 있거니와 조심하지 못해 몹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어, 귀한 자손에게 좋지 않은 잡귀라도 범접할세라 여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여기서는 솥 강알(밑, 아래) 새카맣게 눌어붙은 그을음, 즉 솥 검댕이를 일정 분량을 긁어내어 접시에 놓고 물에
* 질룸광 : 지르는 것과, 기르기와 (질루다 : 기르다)* 용신 : 농사(農事), 농사는* 마옴 : 마음아기를 낳아 놓기만 하면 쑥쑥 잘 자라면 얼마나 좋으랴. 배탈이다, 감기다 탈도 많은 게 어린아이가 아닌가. 잘 먹여야 하고 잘 입혀야 한다. 학교도 보내야 한다. 행여 심성이 좋아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변화에 순응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때는 부모를 속 썩이는 게 자식이기도 하다. 나쁜 짓을 하며 탈선이 심할 때는 가슴에 한을 남기기도 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아이 키우는 일이다.밭 갈고 씨 뿌려 가꿀 때부터 땀 흘리며
* 쉐 : 소* 말앙 : (하지) 말고* 촐 : 꼴, 소의 먹이가 되는 풀(소의 자연산 사료)‘치레’란 어떤 일을 실속보다 낮게 (못하게) 꾸민다는 뜻이다. 용례를 들면 치레로 하는 인사 같이 쓰인다.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옛날로 올라갈수록 소는 농가에 없어서는 안될 보물과 같은 가축이다. 가축으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했음은 물론이다. 파종하기 위해 밭을 갈지, 수확한 것을 실어 나르지, 심지어 방앗간을 돌리는 데도 부렸다. 그뿐인가. 새끼를 낳아 부(富)를 이루게 했다. 타고난 근면성과 지구력에다 근력이 대단해 웬만한 일은 끄떡
* 쉐걸름 : 소 거름* 돗걸름 : 돼지 거름요즘은 시골에서도 ‘걸름’이란 고유의 제주방언을 쓰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거의 안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표준어인 ‘거름’은 더러 쓰이지만 한자어인 ‘비료’ 쪽이 훨씬 많이 쓰인다. 순우리말보다 한자어를 선호하는 관념 때문이다.걸름이란 말을 쓰던 시절과 비료란 말을 쓰는 오늘을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어쩌지 못한다. 옛날에는 ‘밭을 걸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농사지어야만 입에 풀칠을 하던 농부들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말이다. 밭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흙을 비옥(肥
* 손엣물 : 손의 물* 개안티 : 개한테우리 몸에서 제일 불결한 곳이 손일 것이다.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수챗구멍을 씻어 내리거나 할 때만이 아니다. 사람이 손을 가질 수 있어 노작(공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호모 파베르(Homo Fabel)다. 손의 재능은 탁월한 것이라 사람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준 것은 말할 것이 없다.사람은 손으로 쓰고 그리고 칠하고 조각하고 파고 만들고 세운다. 창조주가 부지런히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분명하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손이 안 가는 데가 없을 정도다. 깨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