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저는 오후 4시경에 신제주성당 바로 앞에 있는 삼무공원을 산책합니다. 그때마다 소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거나, 홀로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사색에 잠긴 이들을 예사로이 봅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주변 둘레를 부지런히 땀나게 걷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 사이에 공원광장을 거닐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관광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띕니다. 이런 면에서 삼무공원은 삭막한 회색 빌딩 숲으로 변해가는 연동 지역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주종인 해송(海松)을 비롯한 능수벚나무와 아왜나무 등이 어우러져 운치와
[고병수 칼럼]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 고병수 신부 불과 1년 전, 우리나라는 정권 차원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 워싱턴포스트지(紙)를 비롯한 유수의 외신들은 조롱 섞인 투로 우리나라를 정치후진국으로 표현하였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시점에 국가 경영의 후진성을 드러내면서 국격(國格)은 한없이 추락하고 만다. 급기야 촛불민심에 힘입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사람중심의 열린 정부를 내걸고 국가다운 국가를 구현하는데 공들인다. 사방에 널브러진 적폐들도 가차 없이 떨구어내는 중이다. 사회 여기저기...
[고병수 칼럼]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고언(苦言) / 신부,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몇 달 전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다. 백성들의 거센 분노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져 조기대선을 치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80여일 지나고 있다. 그 사이에 정권 인수위원회를 꾸릴 새도 없이 숨 막히게 돌아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와 흐름들이 심상치 않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산적한 적폐청산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여기다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나마 역대 최고의 ...
[고병수 칼럼] 이 세상의 평화와 알레포의 비극 / 천주교제주교구 신부 몇 주전, 내전 중인 시리아의 알레포로부터 갑작스런 공습으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영상이 전해졌다. 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듯한 멍한 표정에 이마에 흐르는 피를 그냥 손으로 훔쳐내는 것이다. 너무도 이른 나이에 덮씌워진 삶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무척 슬펐다. 더구나 폭격 당시 집 밖에서 놀다 복부를 크게 다친 소년의 10살 난 형의 사망소식을 들으면서 죽고 죽이는 전쟁의 참혹함에 극심한 공포와 전...
[기고] 제주 제2공항과 강정마을 /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몇 주 전 정부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제주도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 건설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정은 “제주 미래를 이끌 제2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놨다. 제2공항 문제는 그 즉시 제주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도민들 사이에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가고 여기저기서 파열음마저 솔솔 터져 나오고 있다. 특별히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관심과 기대보다 걱정과 우려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현...
[고병수 칼럼] 박 대통령, 제주4.3위령제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 마침내 박근혜정부가 출범했다. 취임 초부터 안팎의 상황이 매우 안 좋다. 북한의 무모한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동북아 정치지형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세계경제위기 여파로 국내경제 환경과 여건마저 녹록치 않다.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 간 분열과 갈등이 깊어져
급기야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바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가수 싸이의 붐(boom)이 파죽지세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우스광스런 말춤을 흔들어댄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 가사를 크게 읊조린다. 여기에 외국 유명 인사들이 가세하고 연일 언론마저 톱기사로 다룬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오고간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거다.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다. 편
해군기지 올바른 해결로 제주통합 이끌어야
오랫동안 시민사회 운동을 해왔던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기존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그것도 여당(與黨)의 유명 정치인과 경쟁하여 큰 차이로 당당히 이겼다. 얼마 전만 해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파격이다. 우리 한국사회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그 중심에 소위 ‘2040’세대가 자리한다.
금번 4.3위령제가 끝나기가 무섭게 일부 보수단체들이 4.3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1일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7건 모두 패소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재차 상소를 한단다. 수백 번 사죄를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도대체 이게 뭔가. 빗나간 이념적 고집과 명예로 더 이상 4.3영령들을 욕되게 하지 마라. 언제까지 제주 4.3 유족들과 도
제주 4.3이 햇수로 63년을 맞는다. 그때 당시 어린아이는 백발노인이 되었다. 사건 후부터 50년간은 부모형제를 잃고도 목놓아 울기는커녕 하루하루 숨죽이며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거기다 연좌제의 굴레마저 뒤집어쓰고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했다. 이 얼마나 억울하고 기구한 삶이던가. 더 이상 살아도 사는 게 아니요, 그저 하루빨리 야만과 무지의 어두운
지금 이웃나라 일본은 잔인한 3월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오랜 세월 땀흘려 일군 삶의 터전이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원전사고마저 발생하여 시련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폐허가 된 동네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젊은이의 눈망울, 덩그러니 남은 빌딩꼭대기에서 구호의 손길을
오늘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 국경이 사라져 가고 민족과 종족, 고유한 문화와 언어의 개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하나의 지구촌 네트워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로써 인류의 공동 번영이란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조국과 고향을 떠올리는 것을 진부한 사고로 여기고 실제로 고향을 상실해 가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하니 매우 안타깝다.
지금 제주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큰 현안은 해군기지 문제이다. 강정지역에 선정되고서 지금껏 3년 8개월 동안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국가안위와 남방수송로의 보호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제주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고, 반대쪽은 4.3을 기치로 한 평화의 섬과 자
새삼 한 은퇴주교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세상의 지도자든, 종교지도자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울 줄 알아야 한다.” 날로 각박한 세상에서 지도층의 자세에 대한 일갈(一喝)이 아닐까 싶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백성들을 제대로 이끌어 잘 살게 해 주는 것을 넘어,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 섬기는 사람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도 마음이 차갑고 돌
4년 전에 우리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바로 1년 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되어 자연경관과 지질적 가치가 세계 최고임을 공식 인정받았다. 올 해는 세계7대 자연경과에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만일 여기에 선정된다면, 우리 제주도는 전세계에서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