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대표단 190명 23일, 고려항공 통해 내도

"평화의 빗장을 풀었다....인공기를 제주도에서 볼 줄이야"

제주공항에는 선명한 인공기를 단 두 대의 비행기가 안착해 있었다.
23일 오전 11시. 민족평화축전에 참석할 북측 대표단이 '고려항공'을 통해 한반도의 마지막인 제주 땅을 밟았다.

북측은 대표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과 전금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계순희, 정성옥 등 명예손님과 방문일 체육단장, 함봉실 마라톤 선수 등 참가단 190명이 이날 평화의 사절로 '평화의 섬' 제주도 왔다.

북측 대표단은 당초 최종 통보한 184명에서 축구선수 6명이 추가된 인원이다.

공항입구에서는 제주도 추진본부와 원불교 제주교구 40여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손에 손에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합니다'라는 구호와 '조국 통일'을 노래 불렀다.

제주공항에 온 관광객들도 신기한 듯 일제히 밖으로 나와 고려항공기를 구경했다.
몇 일간 여행을 마치고 제주도를 떠난다는 김원지(부산)씨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이 축전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란다"며 "북측이 제주도에 내려오니 평화의 장이 따로 없는 듯 느껴진다"며 놀라워했다.

이 시각 공항 계류장에는 이들을 맞이하려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등 남측 조직위 대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려항공기에 문이 열리고 북측대표들이 내려왔다. 이들은 남측 대표들과 인사를 나눈 뒤 제주 감귤아가씨 5명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건네 받았다.

북측 대표단은 도착 성명을 통해 "민족사의 갈피마다에 지을 수 없는 자욱을 새겨온 제주도에서 북과 남의 체육인들과 각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대한 체육문화축전을 펼치는 것은 민족공조로 <우리 민족끼리>의 시대를 장식하는 또하나의 커다란 경사가 됩니다."고 밝혔다.

또 "이제 백두와 한라에서 타오른 축전봉화는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역사와 문화도 하나인 우리민족의 단일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민족의 힘과 지혜, 슬기를 합쳐 나라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룩하려는 우리 겨레, 우리 민족의 지향과 의지를 담아 제주의 하늘가에 더 세차게 번지게 될 것입니다."고 전했다.

이어 11시 30분께 북측 대표단은 버스에 올라 타, 계류장을 나오기 시작했다. 계류장 철문은 빗장이 풀리듯 열렸다.

"통일의 문이다." 한 시민이 그 광경을 묘사했다.

북측 대표단이 평축 도민추진본부 소속 아리랑 응원단 앞을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참 정겹다"고 김혁남 아리랑 응원단 단원이 말을 건냈다.

북한 참가단은 여장을 풀기 위해 제주시 탑동 해변에 위치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로 향했다.

이제 24일부터 민족평화축전의 열전이 시작된다.

비록 예술단과 취주악단이 참여하지 못하고 여타의 진통을 겪고 치루게 될 민족평화축전이지만 평화의 섬으로 가는 제주도의 빗장은 오늘(23일) 열렸다.

북측 참가단은 북측이 최종 통보한 대로 예술단과 취주악단을 제외한 체육.민속경기 선수와 태권도시범단, 취재진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민족평화축전은 북측의 예술공연과 취주악단 공연이 취소되고 남녀축구와 탁구.하프마라톤 등 대항경기와 씨름.여자축구.탁구 등 혼합경기, 그네뛰기.널뛰기 등 민속경기, 태권도시범이 펼쳐지며 북측의 미술품과 수공예품 전시회가 마련된다.

22일 한라산에서 채화된 성화와 지난달 29일 백두산에서 채화된 성화는 24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합화돼 축전을 밝히게 된다.

24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참석,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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