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대표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사옥' 답사기

▲ 공간사옥 내부 ⓒ이승택

▲ 공간사옥 내부 계단 ⓒ이승택

서울 종로에 있는 창경궁 인근에 공간건축 사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건축을 이끈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이 설계하신 건물로 아직까지도 건축학도들이 건축의 성지처럼 여기며 답사를 다니는 건축물입니다. 마침 공간건축 백문기 고문님의 설명은 수십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부분 부분과 전체, 그리고 공간과 재료 모두에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 건축물의 내부를 돌아보니 건물의 규모와 스케일이 인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편안한 느낌과 함께 건물의 공간 공간마다 자신을 보아달라는 매력을 품어내고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공간의 연계가 마치 하나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 공간사옥 마당 ⓒ이승택

▲ 공간사옥 외부 바라보기 ⓒ이승택

또한 외부공간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아서 사옥 앞길이 이제는 큰 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담하고 평온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사옥이 근대건축의 디자인적인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제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적인 공간 구성에 대한 것입니다.

근대 이전의 집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 있는 크기와 높이와 공간의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양옥집이 나타나면서 과거의 생활과 문화를 전면 부인하기 시작하여 불편하기만 한 근거 없는 길이, 높이, 크기, 그리고 공간을 가진 집들이 우리 주거를 차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간사옥이 소중한 이유가 우리에게 익숙한 길이와 높이, 크기의 공간을 표현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건축물로서 표현하였다는 것입니다.

▲ 5서귀포 걸매마을 주택 ⓒ이승택

▲ 서귀포 걸매마을 상점 ⓒ이승택

개발의 광풍이 닿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아직도 과거의 스케일을 가진 주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손길 없이 그저 내가 누울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지은 집들이 그렇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사람들이 다니는 길 옆으로 집을 짓고,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이루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인할 수 없는 스케일로 인간적이지 않은 집과 건물을 짓고,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도시는 사람들을 정신분열로 이끌고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도시가 거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공간 하나 하나를 인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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