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희망열차’ 닷새간 제주 방문
“한국의 ‘수도권 중심주의’, 수도권에도 안 좋아”

“새로운 문명은 늘 변두리 땅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지역’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30일 제주시 화북동 일배움터에서 만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한국 사회가 수도권 중심주의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5주년을 맞은 희망제작소의 희망나눔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가 30일 제주도에 도착했다. '희망열차'는 전국을 돌며 지역 시민단체, 사회적기업, 비영리기관 등과 지역공동체, 마을만들기, 사회적기업 등을 주제로 이야기 하기 위해 출발했다.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제주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닷새간 스케줄 표는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촘촘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4~5군데를 방문하도록 일정이 ‘꽉’ 짜여 있었다. 한 곳마다 2시간씩, 이동시간은 시내에선 30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갈 땐 1시간으로 잡혀 있다. 도심과 읍면동을 가리지 않는 ‘강행군’이다.

이날 두 번째 일정으로 찾은 일배움터에서 박 이사는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회적기업의 가능성과 발전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희망열차’가 출발하게 된 취지에 대해 박 이사는 “희망제작소 사업의 상당 부분이 마을만들기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지역’을 바탕으로 해 왔는데도 지역을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데 대한 죄송함이 있었다. 또 희망제작소를 만들 당시에도 지역을 돌아다녔었는데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 배울 필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국을 돌아본 데 대한 느낌에 대해선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들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희망열차는 지난 3월 시작해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를 거쳐 제주도에서 3개월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지역사회가 절망적인 여건 속에서도 하고 있는 실험과 프로젝트들이 심상치 않다. 시대의 큰 흐름들을 예고해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5년 전 희망제작소는 지역과 희망을 화두로 시민연구소를 조직해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며 만들어졌다. 박 이사에게 지역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를 물었더니 “지역이 희망이 아니면 어디가 희망인가”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사회가 너무 수도권 중심주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수도권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지역이 살아나고 균형발전 돼야 새로운 문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역사학자 토인비를 인용했다. “새로운 문명은 늘 변경지역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변경은 시들어가는 변경이 아닌 건강한 변경을 말한다. 지역은 그런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배려나 고민이 없는 세상이다”

지역의 희망은 ‘빈수레’로 출발했던 희망열차에 ‘희망’을 가득 실었다. 박 이사는 “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희망을 많이 얻어왔다. 가장 후미진 시골마을에서도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에 대한 애정이 진한 박 이사는 ‘제주다움’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그는 “제주가 대한민국 다른 지역과 똑같아져서는 의미를 상실한다. 특별자치도까지 얻은 마당에 정책이나 산업경제, 삶의 스타일, 주택 건물, 문화,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제주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 문화적으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고 성장시켜 누구나 한 번은 와보고 싶은 제주, 늘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제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배움터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과 발전 전략을 이야기한 박 이사는 본인이 사회적기업가이기도 하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선수(기업)’들과 경쟁해서도 당당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경쟁에서는 물론 ‘하수’다. 하지만 경쟁 하지 않고도 다른 기업은 상상도 못하는 방식의 일을 통해 설공할 수 있다. 대기업들과 같이 ‘전자산업’에 뛰어들겠다면 이길 수 있겠나.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짤막한 인터뷰를 끝낸 뒤 그는 곧바로 다음 일정이 있는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뫼힐링팜으로 숨 돌릴 틈 없이 달려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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