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만인보④] 우후죽순 펜션, 골프카트.ATV차량으로 몸살
개발 여파로 홍조단괴 해빈 사라져...연륙교 대신 보전방안 먼저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통과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제주에는 개발 광풍이 불어닥쳤습니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이익과 환경파괴, 그리고 성찰은 없었습니다. 창간 7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와 20년이 된 <제주참여환경연대>, 그리고 <천주교 제주교구 생명특별위원회>는  특별기획으로 제주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현장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한라산 만인보'가 그 프로젝트입니다. 한라산 만인보(萬人步)는 '제주의 과거를 거슬러 미래를 밝히기 위한 만인의 행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제주개발의 대안과 방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우도 전경
 ‘섬 속의 섬, 우도’. 소의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제주사람들은 우도(牛島)를 예전부터 ‘소섬’이나 ‘쇠섬’으로 불렀다. 우도는 제주와는 불과 2.7㎞ 떨어져 있는 가까운 섬이다.

우도는 본섬인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인 쇠머리오름(우도봉)이 있을 뿐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대지이며, 고도 30m 이내의 넓고 비옥한 평지로 돼 있다.

우도는 행정체제상 제주시 구좌읍 소속이었지만 1986년 4월1일 ‘면’으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면 승격 당시 3300여명에 달하던 인구수는 25년이 지난 현재(2010년) 1575명을 50% 이상 감소했다.

우도에는 낮과 밤(주간명월, 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 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대, 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 서빈백사)를 우도팔경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우도에서 가장 높은 쇠머리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 본섬의 동쪽 오름 군락과 성산일출봉의 풍경은 비경이라고 할 수 있다.

홍조단괴 해빈. 항구개발 등으로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특히 ‘서빈백사’의 하얀색 해변과 옥빛 바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서빈백사는 예전에 ‘산호사해수욕장’으로 불렸다. 산호가 부셔져서 만들어졌다고 잘못 알려진 것이다.

조사결과 실제 산호는 아니고 홍조단괴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홍조단괴는 살아있을 때 홍조라는 이름처럼 붉은 색을 띠던 조류가 죽으면서 흰색으로 변한 것이다. 이제는 ‘홍조단괴 해빈’으로 명명돼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됐다.

이런 비경이 알려지면서 우도는 매년 8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물론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우도의 모습도 점점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시멘트 포장만 있었던 자그마한 해안도로에 번듯한 아스팔트 포장이 이뤄졌고,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40개 가까운 펜션과 민박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또한 관광객이 늘어나자 기존 천진항(우도항)에 이어 하우목동항이 개설되고, 도항선도 성산항에서 왕복 18회, 종달항에서 왕복 7회 등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항되고 있다.

우도를 찾는 관광객이 하루 3000-4000명, 여룸철 성수기에는 6000-7000명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행정당국은 우도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차량총량제를 도입, 하루 605대 이상 우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우도에는 골프카트와 레저용 ATV, 스쿠터가 400대 가까이 운행되고 있다. 좁은 도로에 차량과 카트가 운행되면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선 해안변 펜션도 우도 해안 경관 망치고 있다. 또한 도로와 항구개발로 인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조단괴 해빈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우도와 어울리지 않는 펜션들이 들어서면서 우도다움을 잃고 있다”며 “거리도 골프카트와 ATV, 오토바이, 차량으로 뒤덮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경을 갖고 있는 우도에 더욱 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주민들이 지난 3월 우도-제주시 종달리를 연결하는 ‘연륙교’를 건설해 달라고 제주도와 제주시에 건의하고, 제주도의회에는 청원한 것.

주민들은 “우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접근성이 불편하고 젊은 세대들은 교육.취업 등의 이유로 제주시내로 거주지를 옮겨 대부분 노령층만 남아 있다”면서 “연륙교통시설은 우도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연륙교 개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연륙교를 건설하면 제주시내에 직장을 둔 주민들이 우도에서 출퇴근할 수 있고, 학생들도 통학이 가능해 주택을 이중으로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고 인구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농수산물의 신속한 유통처리와 물류비용 절감으로 인한 소득증대, △25년마다 재공사를 해야 하는 해저 전기 및 상수도 시설 비용 절감, △긴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후송 여건 조성 등도 연륙교 개설 필요성으로 꼽았다.

실제로 주민자치위원장과 자생단체장을 중심으로 우도주민 1115명의 서명을 받아 행정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륙교 건설비용은 2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제주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도와 제주 본섬을 잇는 연륙교가 건설될 경우 경제성 문제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우도 자체가 파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륙교가 건설되면 섬 속의 섬이라는 우도의 특성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주민들이 주장하듯 연륙교가 가설된다고 해도 인구유입 효과도 미미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연륙교가 건설된 전남 완도나 경남 남해의 경우에도 오히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륙교를 건설했을 경우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차량 통행이 2만대 이상 통과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행정당국도 연륙교 건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연륙교를 놓으면 접근성은 좋아지겠지만 우도의 자연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우선 타당성 조사를 해야겠지만 비용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연륙교 건설 방안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주민들의 연륙교 건설 건의에 대해 관광과 환경, 항만 등 종합개발계획이 필요하다고 반려한 상태다.

우도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우도의 자연환경을 만끽하기 위해 찾는다. 윤보영씨는 “우도는 바다를 끼고, 오름도 있고, 자그마한 마을도 있고, 해녀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더 이상 우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행정당국은 주민과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 연륙교 개설 대신 우도의 체계적인 보전방안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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