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정부-기업-민간단체 경계 허물어져...새로운 비전 가져야”

▲ 1일 새로 출범한 제주도의원 연구모임 '제주복지공동체포럼' 창립 기념 토론회에 특별강사로 초청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제주도의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희망제작소 ‘박원순의 희망열차’가 제주지역 셋째날 일정으로 1일 제주도의회를 찾았다.

제주도의원 11명은 도의원연구모임 ‘제주복지공동체포럼(대표의원 박주희)’를 창립하고 이를 기념하는 토론회 특별 강연자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초청했다.

제주복지공동체포럼은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선순환 고리로서 복지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박 이사는 도의원들의 ‘공부모임’에서 지역의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내가 쓴 ‘독일 사회를 인터뷰하다’의 세계적인 도시 ‘뮌헨’ 편 소제목이 ‘쉿, 뮌헨은 공부중’이었다”면서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문화.평화도시가 되려면 제주지사와 도의원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에 앞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박 이사는 ‘복지공동체를 위한 공공정책의 방향과 제주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첫 화두는 ‘일자리 만들기’다.

창조적 발상만 있다면 ‘천개의 직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박 이사의 생각이다. 자신을 세상에 하나뿐인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소개한 그는 “우리나라 직업 수는 이웃나라 일본의 절반 정도다. 그만큼 앞으로 생겨날 직업이 많은 것”이라면서 “남들이 가는 길에서 눈을 돌리면 세상엔 새로운 직업이 무한히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가 소개한 새로운 직업들은 청중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전국백수연대를 조직해 전국 백수들의 일자리 창업을 돕고 자신은 백수에서 탈출한 주덕한 대표, 기업 컨설팅 회사처럼 개인의 법률.세무.심리적 문제에 자문을 해주는 개인 컨설턴트 ‘굿오거나이저(Good Organizer)’ 등이다.

경영학 쪽에서 보면 ‘아름다운가게’ 역시 ‘블루오션(blue ocean.차별화를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영전략)’을 파고들어 성공한 예다. 박 이사는 “설립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말렸다. 누가 헌 물건을 사서 입느냐는 거였다. 내년 10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는 지난해까지 매출액 250억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가 볼 때 제주는 ‘블루오션의 섬’이다. 그는 “제주는 육지와 떨어져 있으면서 보존하게 된 민속, 문화 등 유산들이 많다. 이것들 전부가 하나하나의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한국 사회는 가까이서 보면 절망이 깊고, 좌절이 많다”면서도 “이 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은 다이내믹하고 변화에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정부-기업-민간단체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비영리단체가 정부를 대신해 일하고 기업 일에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제작소는 공무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정무역회사인 ‘아름다운커피’를 만들어 연 매출액 30억을 달성하기도 했다. 10년 안에 1000억원대 매출도 자신했다.

비영리단체가 돈 버는 일에 뛰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양상이라고 소개했다.

박 이사는 “미국은 전체 국내 총생산(GDP)의 7%가 비영리단체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은 여전히 굴뚝 산업만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19세기 발상이다. 비영리단체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잘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비영리단체가 하던 일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박 이사는 “‘ISO 26000(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이 기업들의 국제적 규범이 되고 있다. ‘착한 기업’이 아니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조원 규모의 ‘착한투자펀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윤리적, 도덕적 노동 관행이 지켜지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개념의 회사”라고 소개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GDP 3만 달러, 이명박 정부 때 GDP 4만 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2만불에서 정체하고 있다. 몇 년째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인가? 아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잘못 된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형식적 GDP가 아닌 질이 중요하다.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가가 중요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아닌 철학적, 정신적 가치를 우리의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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