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교회
“‘인생 2막’ 준비해야...한 세대의 지혜 다음 세대에 전달돼야”

“앞선 세대의 지혜를 ‘고려장’ 시킬 게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동 시켜야 합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2일 제주지역 1호 ‘행복설계 아카데미’ 문을 열 예정인 제주시 노형동 늘푸른교회(목사 이정훈)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박원순의 희망열차’ 제주 나흘째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행복설계 아카데미’는 은퇴자들이 현직의 경험과 지혜를 비영리단체 등에서 쓰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희망제작소는 프로그램과 강연자 섭외를 지원하고 지역에서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지역에 아카데미를 이식하고 있다. 늘푸른교회가 올 9월 아카데미의 문을 열게 되면 ‘제주 1호’가 된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박 이사는 “직장 은퇴를 ‘인생 은퇴’처럼 여기고 있다. 은퇴 뒤 시간을 죽음을 기다리며 보내고 있다”며 이를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의 ‘고려장’”이라고 불렀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데 반해 정부와 사회는 준비가 부족했다고 그는 꼬집었다.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이 54.1세다. 최종 은퇴연령은 68.1세다. 그러고도 제2의 근로 생애기간이 14년 남는다.

박 이사는 “보통 은퇴하고 나면 등산, 낚시 부지런히 다닌다. 하지만 이게 하루 이틀이다. 남은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 전반전을 자신을 위해 살았다면 후반전은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적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를 인용했다. “최초 취업에서 퇴직할 때까지를 전반전이라고 하면 퇴직 이후는 후반전이다. 누구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미국사회에선 현직서 물러난 중견경영자 상당수가 지역 병원, 학교, 비영리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전반전에서 쌓은 지혜를 인생 후반전에서 사회를 위해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임기 후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habitat) 운동’을 시작해 노벨평화상을 받기에 이른다. 박 이사는 “지미 카터는 대통령 시절엔 인기가 없었다. 그가 ‘못과 망치를 든 대통령’이라 불리며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세계의 제국이란 미국 대통령 시절 보다 훨씬 빛나는 인생의 정점을 맞게 된 예”라고 말했다.

이런 예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엔 전직 기자들로 구성된 ‘실버 기자단’이 지역 소식을 알리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조용건 세무사회 전 회장은 노숙인에게 밥을 제공하는 ‘밥퍼’ 봉사단에서 일하고 있다. 대우그룹 부사장 등을 지낸 서재경 제주H.R아카데미 대표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경험을 젊은 세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런 예는 숱하다. 박 이사는 "현역서 물러났다고 용도폐기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현장 만들어 다시 현역이 되면 된다"고 말했다.

▲ '박원순의 희망열차'가 2일 제주시 노형동 늘푸른교회를 찾았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박 이사는 무엇보다 이들이 비영리단체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영리단체는 일자리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비정부기구(NGO)만 60만개가 넘는다. 한국엔 실제 활동하는 NGO가 5000여개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 자신이 비영리단체를 블루오션으로 접근해 성공했다.

미국 유학 시절 마을마다 재단이 있는 데 감명받아 2000년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매년 100억원의 기금을 모으고 있다. 2년 후엔 헌 물건을 기부 받아 파는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었다. 현재 38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 6년 전엔 공정무역 회사 ‘아름다운 커피’를 세웠다. 최근엔 폐차 시트로 여성용 핸드백을 만드는 리사이클(recycle.재활용) 회사 ‘에코파티 메아리’도 설립됐다. 여기서 만들어진 가방은 30만원 이상을 호가하며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는 “2~30년 전만 해도 시민운동 한다면 ‘미친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검사를 그만두고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만일 돈 버는 기업에서 일을 벌이려 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영리단체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설계 아카데미’가 은퇴자들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시니어들의 역할이 너무나 크다. 한 세대의 지혜가 몽땅 사라지기 보단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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