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절이 왔다!" 제주 여름바다의 주인공은?
"나의 계절이 왔다!" 제주 여름바다의 주인공은?
  • 양용진 (-)
  • 승인 2011.06.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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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의 제주음식이야기] '자리' 제주 어머니의 알뜰함 엿보다

  6월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 바야흐로 본격적인 자리돔의 계절이라 할수 있겠다. 제주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여름음식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음식이 자리물회일 만큼 제주의 여름은 자리돔을 먹을 수 있어 좋은 계절이라 하겠다. 

  자리는 농어목의 자리돔과의 생선으로 제주도에서는 자리라고 하는데 다른 지방에서는 자돔이라하고 경남지역에서는 ‘생이리’라고 부른다. 제주사람들이 자리돔을 자리라고 부른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으나 한자리에서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며 한자리에 머문다고 자리라 불렀다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는데 물론 정설이라 할 수는 없다.

  다 자란 크기라고 해봐야 어른 손바닥 반만 할 정도로 크지 않은 생선인 자리는 제주도와 남해 다도해 일부에서 서식하고 일본의 중부이남해안과 동중국해 일부에서도 서식하는데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한 전체적인 수온 상승 때문에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서식지의 환경은 주로 암초지대의 수심 5-15m 정도에서 떼로 몰려다니고 산란기는 수온이 20℃정도로 상승하는 5-8월로 이 시기의 자리는 알이 차서 특히 맛이 뛰어나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보리 수확하는 철의 자리는 별미라고 얘기해 왔다.

▲ 6월 제철 맞은 자리돔 ⓒ양용진

  물 좋고 싱싱한 자리는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눈을 보고 고를 수도 있으나 자리의 특성상 살아있을 때 등지느러미가 붙어있는 가장 뒤쪽, 그러니까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의 등에 백색반점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점의 선명도에 따라 신선한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냉동 되었던 자리는 이 흰 반점이 없는데 반해 한여름 산지에 가까운 어시장에 가보면 간혹 옅은 반점이 보이는 자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제주사람들이 자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젓갈을 담거나 젓갈, 구이, 물회, 강회, 조림 등이 있는데 그중 젓갈은 보리를 수확하기 이전에 주로 담는다. 즉, 자리가 다 자라기 전의 작은 놈들을 골라 젓갈을 담는 것인데 방법도 단순하여 천일염에 섞어 항아리에 담는데 자리가 1kg이면 소금은 150g정도가 알맞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동쪽지역과 서쪽지역의 자리젓갈이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슬포를 비롯한 서쪽 지역에서는 젓갈을 골고루 잘 삭히기 위해서 반드시 머리를 나무방망이 등으로 가볍게 짓이겨서 젓갈을 담으며 형체가 흐물어져 있고 국물이 자작한 반면 성산포를 비롯한 동쪽지역의 자리젓은 국물이 없이 약간 마른듯하고 자리의 모양 그대로 살린 채로 삭힌다는 특징이 있다.

  잘 삭힌 자리젓은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옛어른들은 전복 껍데기에 담아 쪽파나 마늘, 풋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지져 먹기도 했다. 이렇게 가열하면 자잘한 가시까지 국물에 녹아 훨씬 깊은 맛을 낸다.  

▲ 자리젓 ⓒ양용진

▲ 자리젓 지짐ⓒ양용진

  자리젓을 삭힐 때는 어김없이 파리 등의 해충이 꼬이기 마련인데 제주의 선조들은 자리젓을 항아리에 담고 맨 위에 재피 잎이나 삼수세 잎사귀를 서너장 덮어서 이를 방지했다고 전한다. 실제로 재피를 재배해 보면 신기하게도 재피나무 근처에는 파리가 꼬이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재피는 자리물회를 만들어 먹을 때도 마지막 양념으로 곁들여 진다. 자리돔은 그 크기가 작아 통째로 여러 마리를 조리하는 탓에 물회를 만들면 약간의 비린내가 나게 되는데 이때 재피를 넣어 그 비린내를 잡아냄은 물론 살충작용이 있어서 장내 기생충구제와 충어독 해독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제주의 자리 물회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담은 토장에 쉰다리 식초를 이용하고 매운맛은 생고추와 재피로 조절하는 것인데 요즘의 향토음식점에서 파는 물회는 경상도와 강원도 일부, 그러니까 동해안 스타일의 물회라고 할 수 있겠다.

▲ 자리물회 ⓒ양용진

  자리 물회를 만들 때에도 자리돔을 다져서 만드는 방법과 강회처럼 채 썰 듯이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회 무침을 만들 듯이 미나리, 깻잎, 세우리(부추), 풋고추 등을 채 썰어서 자리를 섞어 된장, 식초 등으로 양념해서 무쳐놓고 물을 부어서 만든다.

  그리고 횟감으로 자리를 잡고 써는 데에도 방법이 있는데 전통적인 방법은 가시부분이 잘게 토막 나도록 사선으로 채 썰 듯이 썰어야 한다. 정수리부분에서 배에 이르도록 대각선으로 써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향토음식점에 가보면 간혹 머리에서 꼬리에 이르도록 가로로 채 썰 듯이 썰고는 가운데 억센 뼈 부분은 다져서 물회를 만드는 집들도 볼 수 있는데 전통적인 방법은 아니라 하겠다.  

  자리젓과 물회 이외에도 자리돔으로 만든 음식 중 여름 밥상의 별미로 자리 구이를 들 수 있는데 다른 생선구이와 달리 별도의 손질을 하지 않고 바닷물에 헹군 후 소금을 뿌려서 내장과 비늘이 있는 그대로 굽는다. 특히 알이 꽉 찬 자리구이는 그 알을 파먹는 재미가 쏠쏠하고 그 맛이 약간 씁쓰레한듯 하면서도 크림같은 깊은맛이 매우 독특하다.

▲ 자리 조림 ⓒ양용진

  그 밖의 자리조림은 제주에서는 자리지짐이라 표현하며 전통적인 조리방법은 간장을 넣고 바싹 졸여서 뼈 채 씹어 먹는 방법인데 국물 없이 바짝 졸여서 마지막에 식초를 살짝 섞어 비린내를 없애고 뼈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의 한편에 허 화백의 고향인 여수에서 전통음식으로 정어리 조림을 만들어 먹는데 어떤 할머니가 식초를 몇방울 떨구어서 뼈를 부드럽게 하는 비법을 간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제주의소리
직해 왔다고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주의 할머니들은 모두다 이 비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여수의 그 할머니가 제주에서 출륙물질나간 제주할머니가 아니었을까?! (ㅎㅎ)

  자리를 조리는 다른 방법은 우럭 조림처럼 메주콩을 넣어 약간 국물이 있게 조리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간장을 주 양념으로 쓰며 고춧가루는 간혹 눈에 띌 만큼 소량을 쓰거나 거의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고춧가루는 매우 귀한 양념이었고 자리가 제철인 여름의 제주에는 풋고추가 집집마다 우영밭에서 넉넉하게 달려 있었기 때문에 생고추로 매운맛을 충분히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주사람들의 여름 밥상에는 늘 자리가 함께 했다. 젓갈로, 구이로, 물회로, 지짐으로.....  물가고로 모두가 어려움을 느끼는 요즘 한가지 재료로 다양하게 한 계절을 날수 있었던 선인들의 알뜰함과 지혜로움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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