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꽃과 함께] 지구온난화 변이 현상은 아닐까?

가까운 산에라도 오를까? 단지 휴대전화 하나만을 들고 집을 나섰다. 종종 지나치는 마을 안길, 어느 집 담벼락에 희끄무레하니 대롱대롱 매달린 그 무엇인가가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먼지가 저렇게 앉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쓰레기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일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마치도 자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물체는 분명히 벌레가 아니다. 버섯의 한 종류라고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무슨 버섯일까?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다. 꼭 좀벌레도 같아 보이고, 어찌 보면 막 돋아나는 무 순 같기도 하다. 아니, 인디언들의 치레걸이 같기도 하다.

   

외줄 타기를 하다가 힘이 들었을까? 마주하고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잠시 쉬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도대체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알 수 없다. 혹여라도 하는 마음으로 즐겨 다니는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갔다. 버섯 전문가가 있는 걸로 아는데 물어보아도 대답해주는 이 아무도 없다. 내가 한동안 그 카페에 들어가지 못했듯이 그 사람도 로그인하지 않는 것일까?

   

담쟁이 줄기에서 태어나 동그랗게 몸을 말고선 부지런히 기어오르는 것도 같고, 반대로 정상을 정복하고 난 뒤 부지런히 내려오는 것도 같다. 분명히 외나무다리와도 같은 하나의 길인데 방향은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추락했던 흔적조차도 없다.

   

가만히 보아하니 담쟁이에겐 그리 썩 달가운 녀석들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이 자리하는 곳마다 담쟁이 이파리 끝은 한결같이 말라가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몸에 버짐이라도 번진 것처럼 주변의 담쟁이들은 아예 줄기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식물들에도 기생충이 있다면 바로 이 같은 녀석들은 아닐까?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르러지는 담벼락을 이네들이 점령하며 차지하며 고달픈 담쟁이는 죽어가고 있었다. 이 고통스러운 담쟁이들의 신음을 지나가는 바람은 듣고 있을까?

   

기생버섯? 담쟁이버섯? 좀벌레버섯? 치레걸이버섯? 자벌레버섯? 좀비버섯? 그야말로 내 머릿속에서 쥐어짤 수 있는 것은 다 짜내고 버섯이란 낱말을 뒤에 붙여 이름을 만들고 검색해 보았다. 끝끝내 내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이후 부터 나의 신경은 온통 이들에게로 쏠렸다. 위 사진을 찍고 난 뒤 20일쯤이나 흘렀을까? 처음 찍었을 때와 달리 늙어가고 있음인지 몸의 수분도 많이 빠져나가 있었다. 길이도 한층 더 자라 있고 말이다.

   

아마도 이네들은 담쟁이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는 듯싶다. 그래도 담쟁이의 수액이 불로초가 아닌 이상 수명은 정해있을 것이다. 수명이 다하고 나면 내년에나 돋아날까? 아니면 연이어 새끼들이 나타날까도 몹시 궁금했다.

   

어떤 것들은 보면 하나하나 뜯어내어 사슬을 엮어 놀잇거리로 삼았으면 좋게도 생겼다.

   

얘네들은 또 뭐야? 머리를 치고받으며 다투는 것도 같다. 분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때, 모두 동그랗게 몸을 말아쥔 버섯들 가운데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길게 몸을 뻗어 다리는 이쪽에 팔은 저쪽에 걸치고 제발 우리 동맹을 맺고 살자고 사정하는 것도 같다.

   

버섯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만 진짜 버섯인지는 모르겠다. 이들이 무리지어 자라는 곳엔 간혹 작고 초라한 이파리가 있을 뿐, 그야말로 황량한 담벼락일 뿐이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어쩌면 그것은 내 마음 한편에 '오염 내지는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은 변이 현상은 아닐까?'라는 잠재의식이 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고봉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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