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강화로 보이는 중국 굴기

너무나도 익숙한 중국역사의 인물, 진시황은 진나라 제1대 황제라는 뜻이다. 진나라는 중국최초의 통일전제왕국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200여년 전 전 중국을 통일하고 아이러니하게도 2대 황제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진나라의 강역이 곧 중국의 강역이란 개념이 자리잡기 되었다.

필자는 역사다큐를 좋아한다. 5000여년 역사의 대국 중국에 살다 보니, 필자에게 중국역사 다큐는 네버엔딩의 행복감과 포만감을 준다. 최근에 진나라에 대한 내용이 늘었다. 진나라의 수도 함양, 진시황제, 진나라의 역사, 만리장성, 병마용 등등, 처음에는 아무런 자각의식 없이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방송편성에 별도의 함의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방송위의 편성권을 주요 권력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10년 전 중국에는 “강희대제”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강희대제는 타이완을 청나라 통치하에 굴복시킨 황제이다. 극 중에서도 타이완 통치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당시 마카오와 홍콩의 중국회귀에 이어 타이완에서는 친대륙파인 국민당과 독립파인 민진당이 대선에서 호각세를 이룰 때였다. 시기가 묘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2011년 중국과 진나라는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
진나라는 수백년간의 춘추전국 분열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중앙집권국가이다. “China”는 진의 영문명이라 한다. 중국에서 분열은 곧 혼란과 함께 국력약화, 외세민족과 외래문화의 강점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위촉오 삼국시대를 이은 5호16국시대, 5대 10국 시대, 20세기 초 군벌기 등이다.

사견이지만, 진나라에 대한 재조명은 분열과 국력약화의 시기를 넘어선 진나라의 흥기와 같은 자신감이 느껴진다. 진시황은 전국통일 후 태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봉선의식을 행한 최초 황제였다.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하늘에 직접 고하는 천자등극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수십년을 최강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이 진나라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게다가 진시황의 의미는 영원한 제국의 1대 황제라는 뜻이 아닌가?

이와는 별도로 며칠 전 작은(?) 사건이 있었다. 북경에서 한 남자가 음주운전으로 차량을 들이받고 상해를 입혔다. 아주 평범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상해사건이지만, 주목해 볼만한 내용은 사건심리 중 경찰이 음주증거로 내놓은 아주 자세한 시시각각 음주상황이 찍힌 CCTV화면이다. 북경에만 수백만대의 CCTV가 범죄예방 등의 명목으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 강남 부촌에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이 찬반여론으로 보류된 적이 있다.

철저히 개인의 상상력이지만 필자는 진나라와 이 사건이 묘하게 오버랩되며 “분서갱유” “오가작통법”등으로 연결된다. 물론 인터넷, 스마트 폰 등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과거와 같은 폐쇄형 정보관리구조를 만들어 낼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에 대한 통제가 성공하지 않으리라는 점 정도는 중국의 지도자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려가 되는 이유는 통제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 트랜드의 문제이다.

현재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분리보다는 통일, 다름보다는 같음,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외국보다는 민족자강을 강하게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국가발전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은 강대한 권력이고 강대한 권력이 추구하는 바는 더욱 강력한 권력기반이다. 흔히 권력기반의 강화는 인민들이 경제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기대, 문화적 가치관의 교육과 사회통제기제를 통해 재생산된다. 또한 과거의 중국이 공산당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소극적인 국내 정치적인 통제였다면, 서서히 국제무대에서의 정치, 경제적 위상제고와 함께 중화문화의 우월성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전반에 적극적인 확산과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앞선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사회의 이목이 주목하는 것은 음주운전이라는 위법행위에 있지, 가공할 만한 통기기제인 당신을 겨냥하는 CCTV의 렌즈에 있지 않다.

▲ 고현승 박사
당분간 중국의 굴기는 강력한 권력집중을 토대로 한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화권의 강화라는 특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자칫 외래문화를 흡수하는 문화적 유연성이 점차 경직성을 띨 까 우려된다. 필자의 우려가 기우 이길 진심으로 빈다. 주변국으로 살아가는 애환이다.  /고현승 대광경영차이나 법무팀장(법학박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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