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75) 고산1리 당목잇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당목잇당 전경 ⓒ장혜련

당목잇당은 당오름(당산봉) 동남쪽 방향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 당신은 ‘법서용궁또’이다. 본풀이에 의하면 옛날 법성이라는 목동이 바닷가에 나갔다가 나무상자를 발견하고 뚜껑을 열었더니 큰 뱀이 들어 있었다. 그 때부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게 되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차귀’라는 글자는 사귀의 오전이라고 하면서“이 지방에 뱀과 지네가 많으며,만약 회색뱀을 보게 되면 즉시 차귀신으로 간주하여 죽이는 것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당목잇당은 제주의 뱀 신앙으로 알려진 토산과도 비교될 수 있는 신당이라 할 수 있다.

뱀과 인간의 인연은 성경에서 시작된다. 아담과 이브가 뱀에 유혹에 넘어가 사과를 따 먹음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수치심을 알게 되고 그 후 모든 악의 근원은 뱀의 유혹에서 비롯된 원죄설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서양에서 주입된 뱀에 대한 이미지다. 그리스신화에서는 뱀이 죽음과 공포의 상징으로, 신과 인간을 중재하는 예언자의 상징으로, 재생과 순환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역질과 기근에 시달리는 중생을 낫게 하려고 ‘나가’라는 뱀으로 몸을 바꾸고 세상에 나오는 부처님도 있다. 자이나교에서는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 뜻으로 뱀이 몸으로 우주를 한 바퀴 휘감고 제 꼬리를 입으로 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약국을 상징하는 뜻으로 똬리를 튼 뱀을 그려 넣는 이유는 아마도 재생 혹은 생명을 상징하는 의미를 암시하는 것이리라. 더군다나 제주에서는 뱀을 부군칠성이라 하여 집안에 부귀를 가져다주는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여겨 뱀을 귀히 여기는 풍속이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뱀이 당신으로 모셔지는 곳도 있다. 뱀은 그 속성과 특성 때문에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지혜와 교활, 죽음과 생명, 신성과 터부 등 이중적 의미와 상징을 부여받았다. 뱀에게 부여된 이 이중의 상징성은 끊임없이 인간에게 변용되며 의미를 재생산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과 뱀의 운명인 것처럼 말이다.

당목잇당은 조선시대에는 차귀당으로 불렸다. 이능화의 『조선무속고』에는“봄과 가을에 광양당과 차귀당에 남녀가 모여 주육을 갖추어 신에게 제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는 국당이었던 광양당과 견줄 만큼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쇠락하고 퇴색되어 갔다. 더욱이 제주4·3사건 당시 마을 청년회장이 당을 부수고 신목을 베어버렸다 한다. 일주도로변 두어 평 남짓한 철골구조물의 당집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2009년 8월 현재 당집 지붕을 해체하고 기와로 올렸으며 제단도 나무로 하여 새롭게 단장 중이다. 주변에 풀이 우거져 음습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주변을 정리하고 당으로 가는 길도 시멘트로 포장되었다.

뱀이 재생과 순환의 상징이었듯이 당목잇당은 오늘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어 우리 앞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 장혜련

*찾아가는 길 - 고산 방면 일주도로변 → 당오름(당산봉)동남쪽 방향 산비탈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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