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만인보⑤]31곳 운영.승인...민선 자치시대 이후 25개소 승인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통과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제주에는 개발 광풍이 불어닥쳤습니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이익과 환경파괴, 그리고 성찰은 없었습니다. 창간 7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와 20년이 된 <제주참여환경연대>, 그리고 <천주교 제주교구 생명특별위원회>는  특별기획으로 제주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현장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한라산 만인보'가 그 프로젝트입니다. 한라산 만인보(萬人步)는 '제주의 과거를 거슬러 미래를 밝히기 위한 만인의 행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제주개발의 대안과 방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제주도는 ‘골프 천국’이다. 면적은 전국의 1% 밖에 안되는 제주지만 골프장 비율은 8% 이상 차지한다.

제주에 운영중인 골프장만 28개소, 승인을 받고 건설중인 골프장 3개소, 절차이행 중인 골프장은 3개소로 모두 합치면 34개소에 달한다.

골프장 부지 면적은 회원제 3403만690㎡, 대중 667만800㎡로 총 4070만1490㎡다. 제주지역 임야 면적의 4%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지역의 골프장 역사는 짧다. 가장 먼저 생긴 곳은 제주시 오라골프장으로 지난 1979년 개장했다. 이후 20년 동안 승인받고 지어진 골프장은 제주CC(1986년), 중문컨트리클럽(1989년), 캐슬렉스GC(1995년), 크라운CC(1998년), SK핀크스GC(1999년) 등 5개소 뿐이다.

하지만 1995년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후 골프장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24개소가 새롭게 승인받거나 개장됐다.

   

이처럼 민선 자치시대에 골프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 이유는 골프관광객 확보 명분과 더불어 세수확대 때문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으로 빈약한 제주도인 경우 골프장 건설은 지방세 확보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개장한 12개의 골프장으로부터 취등록세로 200억원의 지방세를 거둬들였고, 재산세 등으로 900억원 등 총 1100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제주도는 골프장 건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재산세 중 토지는 기존 4%에서 3%, 건축물의 경우 4%에서 0.25%로 인하하는 특례조항을 두면서도 지난해 운영중인 28개 골프장으로부터 110억원의 재산세를 받기도 했다.

자치단체 입장에서 골프장은 건설만 되면 단 1번만 받는 취등록세에 이어 매년 재산세를100억원대 이상 받을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다.

또한 골프관광객이 매년 지난해 94만6000명이 찾았고, 고용인원도 4065명으로 골프장 1곳 당 평균 150명을 고용하고 있어 경제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제주도는 평가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골프장 건설로 인해 세수확보는 물론 관광객 증가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골프산업으로 인해 경제파급효과가 제주지역에 골고루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로 인해 제주지역 중산간의 마을목장과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곶자왈 지역은 야금야금 파괴되고 있다.

제주지역에 들어선 골프장은 해안지역에 있는 중문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발 200-600m 사이에 있는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 평화로를 중심으로 서부 중산간 지역에는 엘리시안, 나인브릿지, 케슬렉스, 타미우스, 에버리스, 블랙스톤, 라온, 아덴힐골프장이 밀집해 들어서 있다.

제주의 중산간 지대는 숲과 곶자왈, 초지로 이뤄져 있고, 한라산과 해안가로 이어지는 제주도 생태축의 중심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하수의 함양지대다.

환경단체는 중산간 지역에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대량의 토사를 깎고 쌓으면서 지형.지질을 변형시키고, 농약사용과 과다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골프장 1곳당 지하수 일일 사용량은 500톤 이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제주에서 지하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위 20개 업체 중 12개가 골프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제주도 골프장의 연간 농약사용량(1ha당)은 △2004년 5.86kg △2005년 6.79kg △2006년 5.75kg △2007년 4.64kg △2008년 4.22kg △2009년 4.06kg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전국 골프장의 평균 △2004년 3.69kg △2005년 3.51kg △2006년 3.92kg △2007년 3.56kg △2008년 3.57kg △2009년 3.36kg 훨씬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제주지역 골프장은 대부분 지하수 함양지대인 중산간에 있고, 토양 특성상 투수성이 높은 화산회 토양으로서 농약을 장기간 과다 사용하면 지하수오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주지역 골프장이 들어선 곳은 중산간 주민들의 마을목장이었다.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찬반운동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마을 주민간 갈등은 물론 공동체 파괴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골프장 건설로 제주지역 중산간 일대 환경이 파괴됐다”며 “주민동의를 받기 위해 업자들이 반대 주민들을 회유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해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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