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76) 조수2리 노랑굴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노랑굴 전경 ⓒ장혜련

조수1리와 한참이나 떨어진 곳 조수2리로 향하면 이 마을을 여기서는‘옹기마을’이라 부른다. 마을마다 옹기를 서너개씩 쌓아 자신들의 명패로 이용하고 있어 마을에선 어디서나 옹기와 흔히 만날 수 있다. 자연마을로 이루어진 신성동에는 해발 96m의 굽은오름이 있다. 한라산이 보이는 이 오름 언저리에 옹기그릇을 만들었던 ‘노랑굴’이 있다. 노랑굴은 제주도 전통옹기를 만들던 가마를 말한다.

이 노랑굴의 전체적인 모습은 장방형의 입구는 낮고 끝은 높은 모양을 한 마치 애벌레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다. 굴의 구조는 크게 소성실과 연소실로 나눈다. 소성실에는 다새기 구멍이 있고, 연소실 입구는 잔돌로 전통다리 놓듯이 작은 돌로 진흙과 함께 촘촘히 쌓으면서 아치를 만들었다. 그 위로 큰 돌을 쌓았고, 다시 그 위로 작은 돌을 진흙과 함께 반원을 만들었다. 1960년대까지 제주의 생활용기였던 항아리, 허벅, 옹기장태, 간장병, 화분 등을 주로 만들었다. 점차 옹기의 수요가 줄어들자 작업자들은 하나 둘 생계를 찾아 떠나버렸다.

허벅은 옹기로 만들어진 물 긷는 용기이다. 허벅은 그 생김새가 특이한데 주둥이는 외반되어 물이 잘 담겨지도록 되어 있고 어깨부터는 볼록하여 많은 양의 물을 담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일단 담겨진 물은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급격히 좁아지며 목이 짧다. 허벅은 철분이 많은 제주의 화산회토로 만들어 몸체가 유난히 붉은색을 띤다.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냈으나 땔감으로 사용했던 나무의 진액이
옹기의 표면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질박하면서도 넉넉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허벅은 숨쉬는 그릇이라 수분을 빨아들이고 내뿜는 강력한 여과 기능과 부리가 좁은 형태여서 습기가 많은 제주에서는 곡물의 씨앗보관용으로도 사용되었다. 제주의 옹기는 특유의 멋과 기능을 겸비하고 있으며, 제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활용기였다. 제주생활에 필요한 옹기들을 생산했던 곳이 바로 노랑굴과 같은 제주의 전통가마들이었고 이곳 조수2리의 노랑굴은 제주 생활용기인 옹기그릇을 구워내던 장소로 새롭게 변모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김청길 씨 개인소유이며 뒤를 이어 딸이 ‘제주옹기마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전통가마 옆에서 가스가마를 이용해 실생활에 이용되는 옹기그릇들을 굽고 있다.

근래에 들어와 건강한 생활은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건강’은 또한 모든 길로 통하는 원천이 되었다. 따라서 옹기가 건강을 책임지는 식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속속들이 증명되고 있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일 정도이다. 더군다나 그 모양과 색이 질박하여 우리네 정서와도 상통하기에 더욱 각광받고 있다. / 장혜련

* 찾아가는 길 - 조수2리 마을 중심에서 굽은오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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