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사람을 위한 길 만들기

인간은 태어나서 생존을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게 되었고 그 빈도 수가 많아지면서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저절로 길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길이 모인 곳에는 시장이 생기고, 시장이 커지면서 마을이 생겨나고, 마을은 도시가 되고, 도시들끼리 모여서 수천만의 인구가 모인 메가시티(megacity)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도시의 시작은 ‘길’이고, 길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길은 크게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많이 없던 시기에는 대부분의 길이 사람 위주로 되어 있었고 사람의 속도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속도의 표준이 되어 사람이 살아가는 속도도 엄청 빨라졌습니다.

▲ 태국뒷골목 ⓒ이승택

▲ 태국거리 ⓒ이승택

그런데 여러 가지 편리함을 가져온 자동차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나타나면서 다양하게 견제하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어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기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자동차의 소통을 위해 도시 내 토지의 30%까지 차지하고 있는 도로가 홍수를 유발하고 도시 열섬효과(Heat Island Effect)를 일으킨다 하여 도시 내에 녹지를 만들고 저수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닙니다. 원래 사람이 주인이었던 도로 위에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과 행위가 이루어지면서 도시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켰는데 지금은 자동차에 쫓겨나 좁디좁은 인도로 몸을 부딪히며 다니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위해서는 도로의 최소폭을 보장하지만 사람을 위해서는 인도의 최소폭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 서귀포의 풍경이 있는 도로 ⓒ이승택

▲ 싱가폴센토사 ⓒ이승택

하지만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람이 걸어다니기 편하도록 인도의 폭을 넓히고 수평을 유지하고 쌈지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이도록 해야 합니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물론 자동차가 다녀야 하겠지만 사람도 다니고 다양한 행위와 활동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입체적인 보행공간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거기에 이야기가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최근 문화의 거리, 이야기길 등 길에 이야기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는 길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길은 다시금 자동차에게 점령당하고 맙니다. 도시는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사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사람들을 배려하는 도로 만들기가 도시계획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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