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풍력과 손 회장의 고비테크 프로젝트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지진의 여파는 단순히 피해 지역 주민의 삶이 계속 신변 불안과 전기공급 부족 등과 같은 일상적 불편을 겪고 있다는 데에서 머물지 않는다. 지진 참사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공포는 일본 국민들 모두에게 상당한 기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니 일본 국민을 포함하여 인류 모두에게 핵 에너지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 그 자체를 바꿔 놓을 대사건으로 자리하고 있다. 종래 당연한 듯이 받아 들여져왔던 원전 확대에 대해 새로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지진 이후 일본 국민들은 자신의 삶의 미래 터전을 찾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남서부 쪽으로 이사 가길 원한다고 한다. 신변 불안이 큰 만큼이나, 그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다. 해서 일본 주민들에 대한 동정과 함께 우리의 삶의 터전인 제주도의 안전은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불안과 공포가 없는 삶의 터전 확보야말로 평화의 섬 제주의 한 목표일 것이다. 환경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산업적 재해를 포함하여 성장우선주의와 같이 사람으로부터 제기되는 재해를 사전에 예방해 나가는 것이 요청된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 선정과 관련하여 제주도는 해상풍력을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창일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제주에는 ‘674개의 풍력단지 개발·운영 관련 기업과 8,787명의 종사자’가 존재하고 있고 또 ‘2020년까지 235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주의 장점을 활용하여 풍력발전 단지개발과 운영부문을 집중한다면, 제주형 풍력발전의 전략적 타당성은 적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발전기시스템 등 부품조립 부문에서는 제주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행여 제주의 의욕적인 풍력발전 추진이 좌초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떠 오른 생각 하나가 일본 활용이다, 여전히 일본은 막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마침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이른바 ‘고비 테크 프로젝트’가 제시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몽골의 고비 사막에 한·중·일이 힘을 합쳐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하자고 제안한 손 회장의 행보는 담대 그 자체이다. 고비 테크 프로젝트는 단순히 일개 회사의 미래 비전을 넘어서서 바로 동북아 협력 프로젝트의 구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제주도의 해상풍력과 같은 미래성장 동력산업 발굴도 이와 같은 담대한 구상과의 연관 속에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참에 아예 손정의 회장 같은 분을 삼고초려해서라도 제주도정의 고문단 단장으로 모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재일교포 기업인으로서 세계적 명성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손정의 회장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이른바 ‘오리엔탈 특급열차’ 구상에 열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식품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공장의 국외이전을 본격화 하는 일련의 흐름을 제주가 적극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이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친환경 식품가공업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 흐름에 제주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 흐름을 활용함에 있어서 이를 선도하고 후원해 줄 재계 인사로 손 회장의 리더십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2012년의 제주포럼에 손 회장을 기조발제로 초빙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향한 조언과 협력을 청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손정의 회장에 대한 필자의 일련의 선호와 관련하여 특정 기업인에 너무 지나치게 기대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공공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제주도정이 기업의 이윤 추구 논리에 휘둘릴 수가 있다는 지적은 항상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그럼에도 손 회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 않는 이유는, 제주의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 이를 그냥 내버려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조그마한 소망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의 우려와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로 손 회장을 적극 활용하는 윈원의 길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첫째는, 손정의 회장이 책임을 지고 있는 소프트뱅크 회사의 지난 30년 실적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1981년 직원 2인을 두고 창업한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날 소프트 뱅크는 4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소프트 뱅크 회사는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20-40%의 지분만 인수하고 각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자율성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기업인이면 한번 믿고 배팅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음은 항상 유념해야 할 점이다.

둘째는, 앞에서 잠깐 지적한 바 있지만, 소프트뱅크 회사의 ‘신30년 비전’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남다른 행보 때문이다. 현재 한·중·일 중심으로 IT 기업 800여 곳에 투자해 있는데 30년 후에는 5,000여개로 늘어나도록 할 것이며, 이 ‘오리엔탈 특급열차’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갈 것으로 향후 30년의 의욕을 밝힌 것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고비 사막 태양열 발전소 프로젝트도 있다. 제주가 이러한 담대한 구상들에 동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의 바람은 굳이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셋째
, 손정의 회장이 밝힌 기업 이념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30년 이후에는 컴퓨터의 속도가 100만 배나 빨라지고 휴대폰 하나에 3억년 분량의 신문을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 될 터인데, 바로 이러한 ‘정보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이 회사가 나아갈 길이라는 것이다. 기업 이념이 이윤 추구에 있는 게 아니라 행복 증진에 있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것을 믿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면서 돈을 벌겠다는 기업이라면 함께 손잡을 만하지 않은가.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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