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78) 귀덕2리 굼둘애기물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굼둘애기물 ⓒ장혜련

‘인어’라는 말에는 반인반어(半人半魚)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미완성이랄까 불완전성에서 오는 아련함 혹은 인간되기를 소망했던 인어의 욕망을 상정하곤 그것을 이룰 수 없었던 인어의 못다 이룬 꿈, 그것 때문에 우리는 인어에 이끌린다. 그리고 안데르센동화와 ‘인어이야기’라는 노래가 주는 서정성을 익히 알고 있는 우리는 인어에 대하여 공유된 정서가 있다. 동화와 노래는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연민을 자아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물거품이 되었다든지 아니면 ‘노을빛이 물드는 바닷가에서……. 그리운 그 사람을 기다리다가 인어가 되었다.’는 식의 정서를 인어에 이입하여 생각한다.

인어는 이렇게 우리의 서정을 일깨우는 하나의 상징이다. 굼둘애기물에도 아름다운 인어의 전설이 내려온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황혼이 질 무렵 몸에 상처 입은 인어가 이곳에 도착한다. 인어는 이 물에서 목욕을 하고 난 후 아팠던 몸이 다 나았다. 너무나 고마웠던 인어는 마을을 향해 고맙다는 듯이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 자맥질하여 바다로 돌아갔다. 굼둘애기란 물오리처럼 자맥질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어의 자맥질하는 모습을 묘사하여 굼둘애기라 부르게 되었다.

굼둘애기물은 라신동 동쪽 해안가에 있는 용천수이다. 이 물은 바위틈에서 생수가 솟아올라 언제나 깨끗하고 시원하며 물이 풍부하여 여름철과 백중날 이곳에서 목욕하고 물을 맞으면 잔병이 없어진다는 약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물은 설촌 당시부터 물맛이 좋아 마을사람들이 식수로 또는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마을에 상수도가 시설되면서 이 물은 여름철 목욕용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제주의 자연석이 아닌 동그랗게 물 주위를 돌아가며 비교적 높게 인공석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물이 들어 올 때는 마치 인어가 들어와 있는 것 같고 물이 빠져 나가서 안을 들여다보면 물이 깊은 데다가 바닷물이 들고 나는 물길이 여러 군데 있다. 밀물일 때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으로 바다 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이
지만 썰물이 되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유적지마다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려고 혹은 문화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유적들이 갖고 있는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더 풍부하게 개발하여 재정비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이야기가 전해지는 물, 그 유래와 서정성까지 담아내니 하나의 용천수로서 뿐만 아니라 그 유적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풍부해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과 주변을 새로운 시각과 시선으로 둘러보는 일, 거기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 장혜련

* 찾아가는 길 - 귀덕2리 장로동과 라신동의 경계 → 라신동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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