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우리당, 공천심사위 '낙점'…정치개혁 또 훼손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상향식 공천'과 '국민참여 경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정치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으나 결국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몇 군데 시험적으로 여론조사나 국민과 당원이 참여하는 제한 경선, 그리고 전면적인 완전 국민경선을 치른 곳도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낙점 공천'이나 다름없는 단수후보를 내정해 정치권이 스스로 내건 '정치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공천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탈당불사' 의지를 밝히는 예비후보들도 있어 각 지구당마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 3곳중 두 곳 일방낙점…부청하씨 "탈당계 내고 무소속 출마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당초 공천심사위에서 여론조사나 토론·면접, 그리고 경선 중 한 가지를 택해 후보를 선출하는 사실상의 '상향공천'으로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주도 3개 선거구 모두를 경선도 거치지 않고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단수 후보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2월17일 제주시 선거구에 현경대 의원과 서귀포·남제주군에 변정일 전 의원을 단수 유력후보로 선정한데 이어 20일에는 북제주군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한 김동완씨(48)를 역시 단수 유력후보로 선정 발표했다.

단수 유력후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물론 이중 변정일 전 의원인 경우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해 단수 유력후보로 선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주시선거구와 북제주군선거구는 다르다.

제주시선거구에서는 현경대 의원 이외에 이일현씨(49·서청원 전 대표 특보)가 공천을 신청했으며, 북제주군 선거구에는 김동완씨와 함께 강봉찬(65·세원상업회장)·부청하(61·상록보육원장)·고승립(48·전 북군의원)씨가 신청을 했으나 이들 모두 이들은 공천심사에서 탈락, 경선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천심사결과를 밝히지 않아 일부 공천신청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북제주군 선거구에 공천신청을 냈다가 탈락한 부청하씨는 23일 도청 기자실에서 항의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25일 중앙당에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부청하씨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전화나 소명기회도 없었으며, 여론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당공천심사위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오늘(25일)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말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개혁 내건 열린우리당도 '본선 경쟁력'에 올인

정치개혁을 기치고 내걸고 창당한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을 뒤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헌에 완전 국민경선을 실시한다고 못박은 열린우리당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 같은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4일 "공천심사위에서 강창일씨를 제주시선거구 단수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강창일 도지부장(52)을 후보로 결정한 것이다.

강 도지부장과 함께 공천신청을 냈던 강창재 변호사(49) 역시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중 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열린우리당은 강창일 도지부장을 단수후보로 선정하면서 당 관계자 코멘트로 "해당지역에 대한 실사와 서류심사 등을 거쳐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이같이 밝혔다"고 말했지만 공천을 신청했던 예비후보는 물론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창재 변호사 진영 내부에서 중앙당의 처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열린우리당 역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5일 북제주군선거구와 서귀포·남제주군선거구 후보 심사를 벌일 예정으로 있어 이들 선거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서귀포·남군선거구인 경우 김재윤 탐라대 교수만 단독으로 신청했으나 북제주군 선거구는 김용철 회계사와 현길호 제주사회연구소 '미래' 소장, 장화철 잉카인터넷사업 총괄이사가 공천을 신청한 상태이다.

특히 북군선거구 공천 신청자 3인은 지난 16일 자체 회합을 갖고 유권자 10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완전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키로 합의한 바 있어 중앙당 공천심사위가 이들의 뜻을 받아들일지도 관심거리이다.

민주당 서귀포·남군 여론조사, 26∼27일 조사결과 발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낙점 공천에 반해 민주당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제주시 선거구에는 정대권 지구당위원장이 단독신청한 상태이며 북제주군선거구에서는 양승부 의원(비례대표)과 홍성제 위원장이 단독으로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또 서귀포·남제주군선거구에는 고진부 의원과 양윤녕 중앙당 홍보국장이 공천신청을 했으며,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키로 하고 지난주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는 26∼27일 사이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 서귀포·남제주군지구당만이 당초 국민과의 약속대로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치른 셈이다.

결국 정치권은 국민들이 경선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후보들이 당 후보로 공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는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스스로 꼬리를 내리는 또 한차례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여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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