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79) 한수리 솔펙이물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동그란물(왼쪽)과 솔펙이물(오른쪽) ⓒ장혜련

사람들은 흔한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 습관이 있다. 반면 인공적이고 가식의 화려함에는 금방 현혹되어 찬미와 찬사를 한다. 평범하고 소박한 가운데 진실과 아름다움이 있음을 시간이 흐르면서 절감하게 된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용천수다. 용천수는 땅속을 흐르던 물이 지상으로 분출되거나 암석에서 솟아나는 것을 말한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토양성분이 화산회토다. 그러므로 비가 내리면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버려 지층으로 흘러가 버린다. 흘러가다 해안가에 이르면 용천수가 되어 우리에게 민물을 제공했다. 그래서 제주는 용천수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하여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 용천수는 식수일 뿐 아
니라 생활 및 농업용수였으니 제주사람들의 생명수였다.

귀하게 여겨지던 용천수가 1980년대 인공적인 물대기인 상수도 시설이 들어오면서는 귀하지 않은 것으로 전락했다. 인공적인 것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사람들은 편리함에 너무 쉽게 적응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제 용천수는 관심도와 이용도가 낮아져 각종 개발 사업에 의해 매립되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한수리 해안가에 이르면 마치 쌍둥이처럼 나란히 담장이 둘러쳐진 두개의 물,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주위에 원형으로 동그랗게 돌을 쌓아서 ‘동그란물’ 혹은 ‘동그랑물’이라고 불리는 물과, 땅에서 솟아오른다 하여 그 이름이 ‘솔펙이물’인 물통이 있다.

솔펙이물은 눈이 아플 때 이 물을 찾아 가 눈에 맞으면 눈병이 낫는다는 신기한 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현재도 눈이 아프면 이 물을 찾아가 물을 맞는다.

눈병 얘기가 나온 김에 한림읍 동명리라는 마을에는 눈에 돌을 내는 할머니가 있다. 그냥 ‘돌할망’이라고 부르는 주인공은 검지손에 손수건을 감고 환자들의 눈을 살살 문지르면 눈에서 희한하게 돌이 나온다. 작고 까만 돌이 실체가 되어 우리의 손에 넘겨진다.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오늘도 성업 중이다. 하긴 옛 기록에도 제주여성들은 유독 귓병, 이병, 눈병 계통의 의술이 능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 후예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눈병을 낫게 하는 물, 눈에서 돌을 내는 일 등의 일련의 행위가 과연 과학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학과 효용, 비효용으로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선택하는 자의 몫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오늘도 마을사람들은 눈병이 나면 솔펙이물을 찾고 눈병이 낫는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이 물은 눈을 치료하는 신성한 약수인 셈이다. / 장혜련

*찾아가는 길 - 한수리사무소 → 해안도로 방향 3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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